섈 위 아트 | ‘WONDERLAND: Colorful Queendom’展

My wonderland, 116x149.5㎝(80호), Sky blue frame, acrylic on canvas, 2022
My wonderland, 116x149.5㎝(80호), Sky blue frame, acrylic on canvas, 2022

웹툰은 어쩌면 향수다. 필자처럼 어릴 때 만화를 많이 본 이들에겐 더더욱 그럴 거다. 그렇다고 웹툰이 과거에 기대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요즘 웹툰은 시나리오도 좋아서 영화나 드라마로 종종 리메이크 된다. 그만큼 만화는 여전히 하나의 단어로 귀결되는 것 같다. 바로 호기심이다.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로 분류되는 배트맨이나 마블의 표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뭐 사실, 외계생명체, 거대한 바다생물 등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가 히트를 치는 걸 보면 호기심의 영역은 장르 불문일 수도 있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때는 어린 시절이다. 그다음은 아마도 사춘기의 꿈 많은 소녀 시절일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명랑하면서도 때론 순수한 소녀의 감성을 자신의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들은 많다. 반대로 어린 소녀의 감성을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도 적지 않다. 구성회화 작가인 이사라는 그중 한명이다. 

더 트리니티 갤러리는 8월 말까지 이사라 작가의 신작을 모은 ‘WONDERLAND: Col orful Queendom’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서 이사라 작가는 TV만화 속 공주 같은 소녀들의 반짝이는 눈으로 호기심 가득한 세상을 컬러풀하게 비춘다. 그가 추구하는 ‘WONDERLAND’는 작가의 꿈의 세계이자, 사랑과 행복, 호기심이 가득한 세상이다.

wonderland -모두 모여라!, 95x121㎝(50호), Sweet pink Frame, 2022
wonderland -모두 모여라!, 95x121㎝(50호), Sweet pink Frame, 2022

작품에선 소녀를 포함해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밝음의 에너지와 동심으로 채워져 있다. 그중 소녀는 작가의 소망을 대신 이뤄주는 존재다. 소녀는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추억을 떠올려 만든 가상 이미지의 혼합체이기도 하다. 

소녀는 아름답지만, 구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사라 작가는 노동집약적 작업 방식으로 명랑한 소녀를 구현했다. 레이어된 캔버스를 바늘과 같은 뾰족한 칼로 하나하나 긁어서 세밀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했던 거다. 특히 소녀들의 반짝이는 눈 속 흰 선은 이사라 작가 특유의 세밀함과 완벽성을 보여준다. 명랑한 소녀 뒤에 극도의 피곤함이 숨어있다는 건데, 그만큼 예술은 아이러니의 결과물인 듯하다.

입체 작품 ‘Lucky Bear’에도 이사라 작가의 혼이 깃들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곰의 형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흙을 조형하고 색채를 정성스럽게 입혔다. 컬러풀해서 화려하지만, 그 내면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시간, 고민이 압축돼 있는 셈이다. 

서정원 더 트리니티 갤러리 큐레이터는 이사라 작가가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살아간다는 건 자신만의 색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 내면의 동심으로부터 출발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나를 채색해보는 시간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wonderland -모두 모여라!, 95x121㎝(50호), Sky blue Frame, 2022
wonderland -모두 모여라!, 95x121㎝(50호), Sky blue Frame, 2022

이사라 작가는 작품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을 만드는 작업은 늘 존재하거나 느껴온 감정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합니다. 전 선택한 대상들에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색채를 더해 저만의 리듬을 형성해내며 이를 통해 제 이야기와 생각을 전달합니다. 그런 과정은 가장 소녀다운 왕국의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요. 동시에 내면 속 어딘가 순수하고 친근한 감정을 뿜어내는 화면 속 대상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공감대도 선물하길 기대합니다.”

이처럼 이사라 작가는 소녀의 순수성과 호기심이 관람객에게 안정적인 감정을 선사하길 고대했다. 작가의 희망은 충족될 듯하다. 작품의 색채가 워낙 부드러워서 관객들은 ‘모난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사라 작가가 ‘정적 속에서 고함’을 지르는 듯한 의미를 작품에 심어놨을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작품의 존재만으로 관람객들에겐 위안과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감성이 충만하다. 마치 소녀처럼….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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