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Overcome Such Feelings

Adele, 2022, acrylic and coffee on canvas, 250×200㎝.[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Adele, 2022, acrylic and coffee on canvas, 250×200㎝.[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작가의 전시회를 계획하거나 준비할 때면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치곤 한다. 전시회를 1년에 단 한번 준비하더라도 고민할 게 정말 많아서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사람이 이 정도이니, 작가의 고민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필자가 아는 작가 중 한명은 “내 일생을 한번의 전시로 표현하겠다”면서 전시회를 지금까지 미루고 있는데, 어쩔 땐 그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만큼 전시회는 작가의 삶이자 철학을 치열하게 투영한 공간적·정신적 배경이다. 

여기 20여년간 ‘재료 실험’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온 작가가 있다. 씨킴(CI KIM)이다. 그의 13번째 개인전 ‘Overcome Such Feelings’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2023년 4월 16일까지 열려 수많은 작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 10대 갤러리 중 하나인 아라리오갤러리와 아라리오미술관을 운영하는 씨킴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컬렉터다. 그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은 듯하다. 씨킴이 평론가를 제외한 미술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포지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I have a dream, 2020, mixed media on canvas, 200×200㎝.[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I have a dream, 2020, mixed media on canvas, 200×200㎝.[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언급했듯 작품은 작가의 삶과 철학을 치열하게 반영한 결과물이다. 컬렉터를 했든 디렉팅을 했든, 그건 작가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작가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선 피카소나 앤디 워홀이 그랬듯 수없이 많은 붓질(드로잉)을 해야 한다.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고, 누가 알려준다고 자신만의 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작업량을 늘리고 혼을 쏟아 작업해야만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씨킴의 작품은 어떨까. 그의 작품은 영국 천재 예술가의 모임 YBA에 속한 여성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작가가 만들어가는 삶의 모든 순간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것처럼, 그 순간 관람객에게 ‘난 꾸준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숭고하고 아름답다. 

씨킴은 이번에도 시멘트와 같은 건축재료, 커피를 비롯한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창의적인 작품을 공개했다. 가령, 가수 아델(Adele)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일반 물감이 아닌 커피와 아크릴의 혼합재료를 활용해 만들었다. 일반 캔버스가 아닌 카드 보드를 활용한 Untitled 작품도 재기가 넘친다. 

Untitled, 2022, acrylic and coffee on cardboard, 205×214㎝.[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Untitled, 2022, acrylic and coffee on cardboard, 205×214㎝.[사진=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이런 독특한 작품을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씨킴이 자신과의 케미를 맞출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인지, 이런 재료를 반영한 그림이 어떤 인상을 주는지를 작품을 통해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처럼 대중과 호흡하고 싶어 하는 씨킴은 이번 전시에 맞춰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협업해 ‘시리즈(Series)’ 브랜드 티셔츠도 함께 선보였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선글라스나 의류 등을 제작해왔던 씨킴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티셔츠에 이미지만 입히는 기존 아트상품 제작방식에서 벗어나 의복의 각 요소를 창의적으로 변형해 디자인했다. 


전시회 뒤풀이 자리에서 씨킴은 가수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열창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작가의 길에 쏟아부은 그의 열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체불가능한 삶에서 나만의 의지와 의미, 그리고 열정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씨킴의 전시를 추천한다. 잊고 지냈던 ‘내 세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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