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사유의 풍경展

이만수, 산조-2207, 2022, 118×9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이만수, 산조-2207, 2022, 118×9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리서울갤러리가 ‘7월의 전시’로 진행한 이만수 작가의 열여섯번째 개인전. 16일 막을 내린 이번 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산조-사유의 풍경’이란 주제로 신작 20여점을 출품했다. 그는 “산과 바다가 보이는 풍경, 자연 속에 유유자적 거닐고 사유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은유적 그림들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을 바라봤다”고 자평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신기한 게 많다. 마치 이중섭 화백과 같은 느낌을 준다. 민화民畵 같으면서도 현대적인 필치를 보면 분명 동양화인데도 서양화인 듯하다. 이 때문인지 미술계에서 권위 있는 평론가들이 자청해 그의 작품을 평가하는 모양이다. 그럼 이번 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의 작가노트를 먼저 읽어보자.

“아주 오래전부터 마당을 쓸거나 서성거릴 때, 그리고 마당을 나서 어디론가 갈 때에 산과 들이 자꾸 내 앞에 나타났다. 대관령과 백두대간을 넘어 다닐 때에도 그러했고 어디를 가더라도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에 산들은 그 자리에 태연하고도 집요하게 펼쳐져 있다. 산 하나를 넘으면 계속해서 다른 산이 나타났으며 끝없이 넘어야 하는 산들이 곤혹스러웠다. 산은 길을 만들고 선을 이루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생겨났다 사라지는 우리 삶의 모습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 작가는 지구에 걸쳐진 지표를 따라 만들어진 ‘산’의 개념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답게 모든 것을 선과 점으로 표현한 게 이채롭다. 설명의 온도는 차분하고 다소 차가울지 모르지만, 그가 붓질을 통해 완성한 그림은 민화란 인식이 들 만큼 포근하다.

극단적으로 감성에 치우쳐 작가노트를 쓰는 젊은 작가와 다른 면모다. 아마도 작가의 연륜에서 자신의 작품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담담한 글이 나온 것 같다. 

이만수, 산조-2208, 2022, 118×9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이만수, 산조-2208, 2022, 118×9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작가가 설명하는 건 ‘산들’만이 아니다. 그는 오행五行(만물을 이루는 다섯가지 요소)에서 바람과 흙이 갖고 있는 흐름과 연결의 함의를 ‘인연’이란 가치에 투영한다. 그의 말을 한번 더 들어보자. 

“이 좁은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혹은 욕망의 이름으로 이것과 저것, 앞산과 뒷산을 구별하며 살아간다. 어느 것도 분명히 분별할 수 없는 경계 혹은 두 지점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며 무수히 회전하며 나아간다. 바람이 불어오면 사물들과 몸체 깊숙이 자리한 모든 액체가  일렁거리며 흐른다. 밀려나는 그 무엇들이 항상 있다는 것은 시간이 혹은 그 무엇이 계속 밀고 올 수 있음의 이유가 된다. 밀려오는 것들과 밀려나는 것들은 구별이 없다. 다만 서로를 의식하고 반영하며 순환과 변화를 반복한다.”

이처럼 그는 자연을 보면서 세상의 번잡함을 읽고, 또다시 그 안에서 돌고 도는 법칙을 관조한다. 푸근한 그의 그림은 번잡한 세상에 있으면서도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관점에서 그린 듯하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사유의 풍경’이었을까. 
박영택 평론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만수, 산조-2221, 2022, 162×13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이만수, 산조-2221, 2022, 162×131㎝, 캔버스에 백토, 채색.[사진=리서울갤러리 제공]

“조감의 시선 아래 펼쳐진 세계는 자연과 사물, 인간이 바글거리는 기이한 풍경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내밀한 추억과 인성에서 차분하고 격조 있게 스며 나오는 이런 그림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게 번잡한 세상에서 ‘맨정신’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관점’을 오롯이 지키고 싶다면, 이 전시를 추천한다. 때론 차분해지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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