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답 없는 중국
중국 때문에 울고 웃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을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 봉쇄 영향으로 곤두박질친 2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주가도 하향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반기 정기인사가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의 경영승계를 위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면서 분위기가 더 뒤숭숭해졌다. 

아모퍼시픽그룹이 2분기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사진=연합뉴스]
아모퍼시픽그룹이 2분기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사진=연합뉴스]

아모레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아모레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2분기 1조3034억원이던 매출은 1조264억원으로 21.3% 쪼그라들었고, 104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09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창사 이후 7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던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적이다. 당시 아모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후유증이 봉합되기도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면 이번엔 무엇이 문제일까.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실적을 보면,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과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의 부진이 뼈아팠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둘 중 아모레퍼시픽의 상황을 살펴보자.[※참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8.1%, 3.6% 줄어든 이니스프리의 상황은 아모레퍼시픽과 유사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적표만 따져본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945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767억원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이 19.6% 줄었다. 영업이익은 912억원에서 195억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아모레퍼시픽이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이번에도 ‘중국’이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국내외 사업에서 모두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사업 매출 중 22%를 차지하는 면세 채널의 성장세가 지난해 2분기 대비 두자릿수 꺾였다. 마진이 높은 면세 채널에서 매출이 감소하면서 국내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5.3% 줄었다.


해외사업 역시 중국 매출이 지난해 2분기 대비 50%가량 빠지면서 아시아 지역 매출이 38.7% 감소했다. 그 결과, 해외사업 전체 매출이 33.3% 감소했다.[※참고: 아모레의 아시아 내 중국 매출 비중은 50% 수준이다.] 아모레 측은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생산은 물론 물류, 매장 운영까지 제한되며 온·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이하의 실적 탓일까. 실적 발표 전날인 7월 27일 14만15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하루 만에 9.9%가 빠져 7월 28일 12만7500원으로 장마감했다. 이후 계속 12만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10일(22만7500원)과 비교하면 무려 44. 0%나 하락했다. 2020년 같은 시기의 16만8000원과 비교해도 아쉬운 주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따지고 보면 중국 봉쇄 영향을 받은 건 아모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모레와 함께 화장품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LG생활건강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5%나 줄었다.

그런데도 왜 유독 아모레에 깃든 위기감이 더 짙어 보일까. 답은 간단하다. 수년째 중국 때문에 울고 있는 아모레인데도,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다. LG생건은 화장품(46%)·생활(29%)·식음료(25%) 사업부가 균형 있게 전체 매출을 이끌고 있다. LG생건 측이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아모레는 화장품 사업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도 여전히 높다. ‘중국 변수’가 지속적으로 아모레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아모레를 바라보는 이들은 중국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의 유일한 희망은 중국”이라면서 “주요 도시를 봉쇄한 정부 정책이 해제되고, 물류 이동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아모레에 살아날 구멍이다”고 말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사업은 영업손실 규모가 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하반기 중국 전략이 수익성 위주로 전개될 예정이지만 본격적인 개선은 내년부터나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아모레는 중국 말고 다른 전략은 없는 걸까. 그렇진 않다. 최근 아모레는 시장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 내부적인 역량보다는 외부적인 영향이 크다”면서 “중국에서의 부진을 북미나 유럽에서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10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공략해온 북미시장에서 지난해부터 점진적으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핵심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의 해외시장 반응도 좋다. 이 브랜드를 더욱 강한 브랜드로 키우는 전략과 동시에 더마와 웰니스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지만 결국 열쇠를 쥐고 있는 건 ‘큰손’ 중국이다. 변하지 않는 이 공식이 끈질기게 아모레를 괴롭히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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