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와 함께하는 집단상담
피드백 주고받으며 문제 해결

청소년 상담엔 개인상담도 있지만 또래들과 함께하는 집단상담도 있다.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가거나, 그 안에서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관계가 잠시 주춤한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집단상담을 권해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될 거다. 

타인의 고민을 듣다 보면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타인의 고민을 듣다 보면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학이다. 2년여 동안 사회적 거리두리 속에서 방학을 보냈던 아이들은 제대로 된 자유를 만끽할 방학을 맞아 늦잠도 자고 게임도 실컷 할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을 거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방학은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시간이다. 공부든 여행이든 운동이든 자녀들에게 유익한 것을 찾느라 분주하다. 부모들이 원하는 건 학습이나 예체능 프로그램이 대다수지만, 관심 있게 찾아보면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상담은 목적에 따라 크게 나뉜다. 일반적인 집단상담은 대인관계, 진로탐색, 효과적인 학습방법, 자기표현 방법 등 청소년기의 발달특성을 반영한 ‘잠재력 개발’에 목적을 둔다.

또 하나는 치료에 목적을 두는 집단상담이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이나 자살 예방 상담,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상담 등 특정 대상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주제로 한 상담이 여기에 속한다.

개인상담은 상담자와 일대일 관계로 진행하는 거라 자신을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집단상담은 상담자뿐만 아니라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것이 집단상담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다 보면 그들도 같은 문제,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만 불행해” “나만 힘들어”라는 감정에서 빠져나와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게 된다. 나아가 타인을 돕는 경험까지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진이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생각에 우진이는 “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내가 부족해서”라는 자책에 빠져들었다.

점점 부정적인 생각에 함몰되는 우진이에게 엄마는 집단상담을 권했다. 용기를 내 집단상담에 참여한 우진이는 그곳에 참여한 또래 아이들이 하나둘 학교폭력 경험을 털어놓는 걸 보며 ‘그 일’이 자신에게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우진이는 우울한 감정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처럼 ‘학교폭력’이란 하나의 주제를 정해 상담하는 걸 ‘구조화 집단상담’이라고 한다. 이 상담엔 작성지·도구·재료들을 활용한다. 대개의 청소년 집단상담이 구조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상담 형식으로 봤을 때 구조화 집단상담과 대비되는 ‘비구조화 집단상담’이라는 것도 있다. 이런 유형의 집단상담은 ‘관계’에 목표를 두고 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연구·개발해 실시하고 있는 ‘사이다(사이좋게 다같이)’란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것이 비구조화 집단상담이다.

구성원들은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친구 관계를 맺는다. 그 인연은 집단상담이 끝나고도 이어져 또래 안에서 외톨이를 만들지 않는다.

집단상담 중엔 ‘이게 왜 집단상담이지?’라고 생각할 법한 프로그램도 있다. ‘효과적인  학습방법 집단상담’이 그렇다. 이 상담에선 무엇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상담자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과 감정·경험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해 피드백하도록 개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학습방법을 습득할 뿐 아니라 학습과 관련한 자신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다른 친구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만 공부를 못해서 힘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는 거다. 학습 자신감이 떨어진 아이들은 다른 친구에게 자신의 피드백이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도 있다.


방학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지난봄, 수많은 부모는 다시 등교하는 자녀를 보면서 학습은 뒤처지지 않을지, 친구들하고는 잘 지낼지 걱정이 많았을 거다. 한 학기를 끝내고는 다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안도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담에서 만난 아이들은 다시 등교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친구관계에서 특히 그랬다. “다른 친구들은 친구를 잘 사귀는데 나만 친구를 못 사귀는 것 같다” “친구랑 싸웠는데 다른 친구그룹으로 들어가자니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원래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려웠는데 전면등교를 해서 학교에 가보니 아는 애들이 하나도 없어서 숨이 턱 막혔다”라는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았다.

집단상담은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단상담은 참여하고 있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뿐만이 아니다. 친구 문제 때문에 우울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게임에 몰두하면서 관계를 회피하고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방학 때는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줄면서 자녀들이 평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친구관계가 어려웠던 자녀라면 이번 방학에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해보길 바란다. 방학은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중요한 시간이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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