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상담법⓳ 외로움과 중독
꾸중 대신 대화 제안 건네야…

기술의 발전은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낳곤 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성인들이 적지 않다. 하물며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은 어떨까.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려다 되레 관계가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내 아이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스마트 사용 시간을 줄인 자녀가 그 시간을 학업에 사용하는 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 사용 시간을 줄인 자녀가 그 시간을 학업에 사용하는 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필자는 스마트폰을 깜박 집에 두고 출근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나름의 방도를 마련했다. 방학을 맞아 집에 머무는 아들에게 “문자나 전화가 오거든 사무실로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아들은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느냐”며 가져다주겠다고 나섰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스마트폰 없이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걸까. 이날의 경험은 필자에게 스마트폰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줬다. 

사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앱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5.2시간으로 인도네시아(5.7시간), 브라질(5.5시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사용 시간이 2019년 1분기(4.7시간) 대비 10.6% 증가했다.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량 탓인지 사람들이 만났을 때의 모습도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나눴다. 상대방을 앞에 두고 다른 일을 하는 건 실례로 여겨졌다.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할 땐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요즘 카페에 가보면,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각자 스마트폰을 하다가 이따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중독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금단 현상도 나타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을 극복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항상 손에 쥐고 다니는 만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답답한 마음을 내비칠 때가 많다. 과거 부모들의 주된 고민 중 하나는 인터넷 게임 중독이었다. 그럼에도 컴퓨터는 스마트폰과 달리 휴대할 수 없고, 셧다운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게 가능했다. 일부 부모는 컴퓨터를 거실에 두고 자녀의 사용 시간을 관리하기도 했다.

[※참고: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심야 게임 규제(청소년보호법 제26조) 정책으로, 2011년 11월 도입돼 시행됐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위주의 환경에서 시대착오적인 규제이자 청소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2022년 1월 1일 폐지됐다(pmg 지식엔진연구소).]

그에 비하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건 부모들에게 어려운 과제다. 부모가 제재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부모 몰래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거세게 반항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자! 이제 사례를 살펴보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A부모의 이야기다. A부모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부쩍 늘어난 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안 좋은 마음에 잠든 아들의 방문을 열었다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어릴 적 ‘애착이불’을 두던 자리에 스마트폰이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때도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자더라고요. 내년이면 중2가 되고 사춘기가 심해지면 부모 말을 더 안 들을 텐데,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성적 호기심이 많아지는 사춘기 자녀를 둔 B부모도 고민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보지 말아야 할 동영상을 보는 건 아닌지, 문제 소지가 있는 영상이나 문자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한참 키가 커야 할 시기에 스마트폰을 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진 않을지도 걱정이다. B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인한 걱정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맞벌이를 하는 탓에 아들과 소통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해 없앨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은 왜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 걸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항상 휴대하는 데다 이용할 만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해서다. 연락은 물론 게임, 쇼핑, 각종 콘텐츠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충족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실 속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스마트폰에 의존하기 쉽다. 스마트폰을 통해 익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현실 속 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을 수 있어서다. 우울감·외로움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을 때 그 도피처로 스마트폰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들면 문제 행동(중독)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녀의 생활이나 마음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대화하자”고 청해보는 거다. 물론 처음엔 자녀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들이 거부하는 건 ‘부모가 자신의 힘든 마음을 몰라준 채 스마트폰 사용을 비난하는 것’이지 ‘이해와 공감을 위한 대화’를 피하는 건 아니다. 만약 자녀가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 스마트폰으로 도피하는 경우라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5.2시간으로 인도네시아(5.7시간), 브라질(5.5시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평균 5.2시간으로 인도네시아(5.7시간), 브라질(5.5시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스마트폰 사용 시간만 줄인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아이들은 금단현상을 겪기도 한다.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금단현상을 해결하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견뎌줘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 남은 시간에 뭘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부모의 바람이다. 스마트폰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데 비해 독서나 공부는 성취감을 느끼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스마트폰 없이 자녀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대화하면서 찾아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우에 따라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잘 생각해보면, 어른도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사는 건 어렵다.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녀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면 다그치기보단 마음속 어려움은 없는지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한 까닭이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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