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리검사 관심 높아져
전문가의 올바른 해석 상담 필요

인간은 자신을 알아가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업’을 평생에 걸쳐 진행하는데, 이 과업의 첫 단추가 청소년기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자녀의 심리검사를 의뢰하거나 스스로 심리검사를 받으려는 부모와 청소년이 부쩍 늘어났다. 아마도 MBTI 열풍과 연관성이 깊은 듯하다. 그럼 MBTI로 상징되는 심리검사는 객관적일까.

심리검사는 종류가 다양하고, 검사별로 측정하는 영역도 가지각색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리검사는 종류가 다양하고, 검사별로 측정하는 영역도 가지각색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MBTI’가 유행하고 있다. 사실 색다른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재미 삼아 혈액형이나 별자리별 성격을 알아보는 게 인기였다. 어느 세대 누구나 자신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방증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센터)에선 만 9~24세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자녀들의 심리검사를 의뢰하는 부모님이 부쩍 늘었다. 일반적으로 상담에 앞서 심리검사를 진행하는데, 상담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심리검사는 흔쾌히 받겠다는 청소년도 많다. 필자로선 심리검사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익숙해졌다는 점이 반갑다.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는 청소년 대부분은 마음이 힘든 상태를 버티고 버티다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가볍게 해볼 수 있는 심리검사가 센터의 문턱을 낮춰주고 있는 셈이다. 심리검사가 상담으로 이어지면, 더욱 적절한 시기에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심리검사의 종류와 심리검사를 받을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심리검사의 종류는 꽤 다양하다. 검사별로 측정하는 영역도 다르다. 일례로 MBTI와 ‘MMPI’는 모두 성격검사로 알려져 있지만, 측정 영역이 다르다. 따라서 심리검사를 선택할 때에는 먼저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좋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심리검사 중 진로와 관련한 검사는 ‘Holland’ ‘STRONG’ ‘CTI’ 등이 있다. 이들 검사는 개인별 강점·흥미·적성·가치관 등을 분석하고, 각자의 정체성을 알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 검사는 ‘MLST’ ‘U&I’가 있다. 개인별 학습습관을 점검하고, 학습동기·시간관리·집중능력·기억전략 등을 모색할 수 있다. 지능 검사에는 ‘K-WISC-IV’ ‘K-WA IS-IV’가 있다. 인지능력 등을 평가해 각자의 객관적인 기능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성격이나 정서·기질을 알아보는 검사로는 ‘MMPI’ ‘TCI’ ‘JTCI’ ‘MBTI’ ‘MMTIC’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검사 중 각자 알고 싶은 영역에 따라 전문가가 추천하는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와의 상담 과정에선 (피검사자가) 확인하고 싶은 것의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 심리검사를 받을 때 알아두면 좋은 몇가지 팁을 소개한다. 먼저, 심리검사를 자주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예컨대 지능검사를 받았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일주일 내에 다시 검사를 받는 건 결과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지능검사엔 시간제한이 있는 소검사들이 있는데 이때 ‘연습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시각 요소가 포함된 검사들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검사가 측정하려는 요인들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심리검사를 자주 받는 건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라는 거다. 

두번째 팁은 심리검사가 끝나고 난 후 전문가의 ‘해석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간혹 검사를 하고 결과지만 보내달라는 부모님들이 더러 있다. 결과지에 나온 점수와 그에 따른 설명을 읽으면 될 뿐 굳이 전문가의 해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결과지에 나와 있는 설명만으로는 결과가 나타내는 의미를 알기 어렵다. 심리검사를 신청한 사유부터 개개인이 처한 상황 등을 토대로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해야 한다. 

사실 부모들이 자녀의 심리검사를 의뢰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자녀의 성격·지능을 이해하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와 갈등이 있거나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심리 검사를 통해 그 방법을 강구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전문가의 해석은 더더욱 중요하다. 검사를 의뢰한 사유를 중심으로 결과를 해석하면 자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때에 따라 부모도 함께 심리검사를 실시해 부모와 자녀의 특성 차이를 인식할 수도 있다. 

전문가의 해석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문가의 해석 상담을 통해 ‘인식의 오류’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부모가 심리검사 결과지만 확인하면,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만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인 자료(결과지)라고 할지라도 주관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다. 

심리검사를 신청한 사유와 개개인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리검사를 신청한 사유와 개개인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검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약 자녀의 심리검사 결과, ‘불안 수준’이 평균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고 하자. 해석 상담 없이 검사 결과지만 받아든 부모라면 자신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평소 ‘자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보통 이상 수준의 불안인데도 ‘내 아이가 매우 불안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평소 자녀의 불안에 둔감한 부모라면 ‘누구나 이 정도의 불안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리검사를 받는 것만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알아보는 심리검사는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상담이 필요하지만 주저하는 청소년들에겐 심리검사가 ‘안내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필자가 ‘나를 알고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심리검사를 추천하는 이유다. 

유혜진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 더스쿠프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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