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툰 | 넘을 수 있는 사회의 벽
청각장애인 지원단체 망덩라망  
구화 돕기 위해 투명 마스크 고안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지원단체 망덩라망은 코로나 시대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투명 마스크를 고안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지원단체 망덩라망은 코로나 시대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투명 마스크를 고안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우리 앞에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범했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 분식점으로 달려가 매콤한 떡볶이를 사먹는 일도, 대학 축제 현장에서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일도 거리두기란 장벽에 막혀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전락해 버렸죠.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기 힘든 풍경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입니다. 바깥에 나설 때면 마스크로 코와 입을 꽁꽁 가리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숱해서입니다. 

여름철 푸른 잎사귀가 내뿜는 싱그러운 향기를 만끽하고 싶어도, 가을바람에 실려 오는 농익은 내음에 빠지고 싶어도, 좀처럼 마스크를 벗기란 어렵습니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마스크가 모든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건 아닙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마스크는 종종 ‘위험한 물건’이 되곤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려면 말하는 입 모양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청각장애인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답은 ‘투명 마스크’에 있습니다.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지원단체인 ‘망덩라망(Main dans la Mainㆍ손에 손잡고)’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구화口話(입 모양으로 말을 이해하는 방식)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했습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망덩라망은 마스크의 입 부분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든 ‘투명 마스크’를 고안해냈습니다. 기존 마스크처럼 코와 입을 가리면서도, 서로의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는 일석이조 아이템이었습니다.

망덩라망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망덩라망은 온라인을 통해 투명 마스크의 제작법을 공유했습니다. 자폐증 환자ㆍ학습장애아동 등 소통이 중요한 또다른 이들을 위해서였죠. 

망덩라망의 설립자 켈리 몰론(Kelly Morellon)은 “투명 마스크를 쓰면 서로의 미소를 볼 수 있는데, 바이러스 시대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걸음이 기분 좋은 변화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글 =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기획 = 장훈이 배리어 프리 프렌즈 대표
일러스트 =정승희 배리어 프리 프렌즈 디자이너 
storkj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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