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마지노선 흔들 
환율 언제까지 치솟을까
지나친 우려는 공포만 조장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습니다. 미 연준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3%대를 넘어선 건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입니다. 8.3%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8.0%)를 웃돈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자이언트스텝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시장에 충격을 줘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입니다. 

# 문제는 한국입니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2.50%인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상단 기준)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보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안 그래도 심각한 ‘킹달러 현상’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죠. 그렇다면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킹달러가 불러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한번 더 살펴보시죠.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23일 업로드된 ‘양재찬의 프리즘’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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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90원대를 돌파했다.[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90원대를 돌파했다.[사진=뉴시스]

#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90원대를 넘어섰다. 그러자 일부 경제전문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 달러화 강세는 한국경제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무엇보다 수입산의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가 강해져 외국인 자본이 한국을 빠져나가면 자칫 외환위기로 번질 우려도 있다.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 몇몇 신흥국이 벌써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것도 강달러 때문이다. 

#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언제까지 춤을 출 것인가. 일단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의 수준을 결정하는 9월 22일(현지시간)이 변곡점이 될 듯하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1395.50원(고가 기준)을 기록했다. 전일 종가(1390.00원) 대비 5.50원 올랐다.

지난 3월 1200원대(2월 24일 1203.5원), 6월엔 1300원대(6월 23일 1302.8원)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이번엔 1400원대 턱밑에까지 치고 올라온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10일(1391.50원·고가 기준) 이후 13년 7개월 만이다. 

환율이 치솟자 시장에선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원대를 훌쩍 뛰어넘어선 데다 1400원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돈 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차례에 불과했다.

‘가파른 환율 상승은 곧 외환위기 시그널’이라는 등식이 시장을 다시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위험 요인이 그만큼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하나씩 살펴보자. 

■환율 위험요인❶ 인플레이션 =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꺾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들로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상품을 수입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해서다.

이렇게 올라간 수입물가가 제품가격에 전가되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를 더 자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통계청 기준)을 끌어올린 건 전월 대비 19.9% 상승한 수입산 소고기,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경유(30.4%)·휘발유(8.5%) 등이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강도 높은 통화정책이 ‘환율의 벽’에 부닥칠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차례(4·5·7·8월) 연속 인상했다. 7월에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까지 밟았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지난 2월 1.25%에서 8월 2.50%로 6개월 만에 1.25%포인트 치솟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을 잡지 못하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한은의 정책은 반감될 게 분명하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석유 등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꺾지 못하면 물가상승률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한은이 금리를 인상해도 환율 상승세를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경기침체 가능성과 가계부채 우려 등을 감안하면 큰 폭의 금리인상도 쉽지 않다”며 “원·달러 환율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환율 위험요인❷ 외환위기 = 또 다른 위험요인은 ‘외환위기’다. 정부가 치솟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방어에 나서면 외환보유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해 공급을 늘리는 게 춤추는 환율을 진정시키는 상책이어서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말 4631억1800만 달러였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43 64억3200만 달러로 266억8600만 달러(약 37조2000억원) 줄어들었다. 아직 여력이 있긴 하지만, 더 많은 달러를 매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부) 명예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구두 개입으로는 환율 상승을 잠재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달러를 시장에 풀어 환율을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계속해서 달러를 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유출이 본격화하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환율조작국 우려 등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여기에 단기외채까지 늘고 있다는 점은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한은이 지난 8월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대외채무 중에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 규모가 지난해 말 1635억 달러에서 올 2분기 1838억 달러로 203억 달러(12.4%) 증가했다. 그 결과,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같은 기간 35.6%에서 41.9%로 6.3%포인트 상승했다. 

신세돈 숙명여대(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외환보유액을 환율 방어에 쓰면 단기외채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예치금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더구나 외환보유액의 90%가량이 채권에 묶여 있어 금리인상에 취약할 수 있다.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위험요인❸ 미 연준 =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더 키울 수 있어서다. 

일례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3%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8.0%)를 웃돌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0%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울트라스텝이든 자이언트스텝이든 이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폭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게 분명하다. 현재 2.50% (미국은 상단 기준)로 어깨를 맞추고 있는 한미 금리가 0.75~1.00%포인트 차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참고: 한은의 금통위와 연준의 FOMC는 올해 각각 두차례씩 남아있다. 한은은 10월과 11월, 연준은 11월과 12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김대종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이면 한미 금리 격차도 벌어져 달러는 더 강해질 것이다. 이미 스리랑카, 튀르키예(터키), 아르헨티나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지 않았나. 앞으로 디폴트 위기에 몰리는 신흥국이 더 증가할 것이다. 이는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외환위기는 물론 금융위기까지 발생할 수 있다.”

■환율 위험요인❹ 해법 부재 = 그럼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막을 만한 뾰족한 방법은 있을까. 미국의 스텝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수’가 있지만, 경기침체·가계부채 등 변수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면(통화긴축)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외환보유고를 풀어 달러를 진정시킬 순 있지만, 언급했듯 그 여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최근 떠오르는 대안은 한미 통화스와프다.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의 화폐를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하는 외환거래 방식이다.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문제는 통화스와프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거다. 지난 7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통화스와프 체결 이야기가 오가긴 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옐런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의 상대적 통화가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도 협력해 주길 바란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한미 당국이 깊이 있게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이후 아무런 진척도 없었다. 

김대종 교수는 “급격한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통화스와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미 통화스와프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에 이른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강력하게 요청해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에서 기인하는 위험요인은 숱하다. 다만, ‘지나친 우려’란 견해가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지금의 달러 강세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엔·달러 환율도 연초 대비 25.8% 상승했다. 캐나다(4.2%)·스위스(5.3%)·대만(12.3%)·유로화(12.4%) 등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 역시 상승세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가 전세계적인 현상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전문가는 환율 상승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13일 CDS 프리미엄은 33포인트로 지난 7월 6일(56포인트)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란 외부 요인에 따른 것으로 전세계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미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환율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환율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무역적자가 우리나라 사업 구조의 변화나 산업의 위기 때문은 아니다. 디폴트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일부 신흥국가와 우리나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대수롭게 봐서도 안 되지만, 환율 상승이 외환위기의 징조인 것처럼 해석해서도 곤란하단 주장이다. 자칫 환율이 ‘공포’의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어쨌거나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9월 22일에 또다른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의 춤사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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