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모펀드 인수 후 7년
당당치킨으로 이슈몰이 성공
차입금 경영에 신용등급 강등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 선도기업으로 업계 최고 수익성을 실현하는 우량기업이다. 미래 성장 전망 역시 밝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밝혔던 장밋빛 전망이다. 섣부른 전망은 아니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매출액이 8조원을 훌쩍 넘고,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7년, 홈플러스는 그리 ‘당당하지 못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사진=뉴시스]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사진=뉴시스]

대형마트 업계 2위(매출액 기준) 홈플러스가 모처럼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출시한 반값 치킨 ‘당당치킨’이 이슈몰이에 성공하면서다.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에 값싼 치킨을 사려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일부 홈플러스에선 ‘오픈런’까지 펼쳐졌다. 

최근 수년간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던 홈플러스로선 오랜만에 마케팅 효과를 거둔 셈이다. 홈플러스는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업체의 등장, 코로나19 등의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당시만 해도 매출액(이하 2014년 기준)이 8조5681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6조4807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08억원에서 –133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 인수 7년 차를 맞은 MBK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로선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를 제고한 후 매각해 수익을 남겨야 하는데,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아서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취임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의 리더십도 현재로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참고: 이제훈 대표는 한국피자헛 COO(최고운영책임자), 바이더웨이·KFC코리아·카버코리아 대표를 거쳐 홈플러스 대표로 취임했다.] 

이 대표가 내놓은 대표적인 전략은 점포 리뉴얼이다. “고객수 회복을 통한 성장을 이루겠다(2022년 신년사)”고 밝힌 이 대표는 점포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 점포를 ‘메가 푸드 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콘셉트는 신선식품·즉석식품·간편식 등 먹거리를 확대한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매장 혁신으로 MZ세대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선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유일한 강점인 신선식품을 강조하기 위해 점포를 리뉴얼하는 건 적절한 방향이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들이 한발 앞서 비슷한 리뉴얼을 진행했기 때문에 홈플러스만의 차별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내세운 또다른 전략인 ‘반값 정책’도 언제까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에 이어 8월 ‘AI 최저가격’ 제도를 선보였다. AI 최저가격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50여개 주요 제품가격을 모니터링해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는 제도다. ‘가성비’로 소비자를 잡겠다는 건데, 이 역시 이마트가 7월 시작한 ‘가격의 끝’ 프로젝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마트는 주요 40여개 제품 가격을 평균 13% 인하해 홈플러스·롯데마트뿐만 아니라 쿠팡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가성비를 앞세운 일회성 아이템으로는 이슈몰이를 할 수는 있어도 실적을 개선할 만한 모멘텀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다른 유통 채널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는 등 차별화한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는 건데, 이를 사모펀드가 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당시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되레 투자보단 이자비용과 차입금 상환에 주력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차입금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5조8000억원)와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한 셈인데 이중 5조원가량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조달했다. 이후 일부 점포 자산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순차입금 규모는 2020년 7조1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2022년 5월 기준)으로 줄었지만,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663.9%, 55.8%에 달한다. 이마트(151.9%·32.5%), 롯데마트의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183.3%·47.6%)와 비교하면 홈플러스의 부실한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한 건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사진=뉴시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사진=뉴시스]

한국기업평가의 소견을 들어보자.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인수금융 상환에 집중한 결과, 점포 리뉴얼 등에 투자가 미흡했다. 이 때문에 우수한 점포 입지에도 소비자의 선호도가 낮아졌다.” 단기적인 안목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고질병이 홈플러스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이커머스의 진격에 대응하기 위해 계열사 통합 플랫폼 ‘SSG닷컴’ ‘롯데온’을 론칭하는 사이 홈플러스는 이렇다 할 전략을 내놓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참고: 홈플러스는 점포를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진행하는 ‘올라인(All-lin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매출이 5년간 연평균 20%가량 증가했지만, 줄어든 오프라인 매출을 상쇄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홈플러스는 과연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장밋빛 전망을 펼쳐놓기엔 홈플러스에 남은 과제가 너무 숱하다. 당당치킨으로 오랜만에 뜬 홈플러스의 현주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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