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한 리뷰의 빛과 그림자
리뷰 활용한 커뮤니티까지 형성 
효과적인 악성리뷰 대처법 필요

누군가에게 매일 평가를 받고, 그 평가가 24시간 공개되며, 그 때문에 밥벌이 수준이 달라진다면 어떨까. 배달앱에 입점한 점주들이 리뷰 하나에 울고 웃는 이유다. 그렇다고 리뷰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고, 일부 업체는 리뷰를 경쟁력으로 삼아 새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더스쿠프가 리뷰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배달앱 업체들이 리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지만, 점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사진=연합뉴스]
배달앱 업체들이 리뷰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지만, 점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다.[사진=연합뉴스]

배달앱에 입점한 한 점주가 악성 고객에게 시달리다 사망한 이른바 ‘새우튀김’ 사건. 이 아픈 사건이 터진 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도 악성 리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은 여전히 숱하다.

[※참고: 지난해 5월 쿠팡이츠에 입점한 50대 점주 A씨는 소비자로부터 “새우튀김 색깔이 이상하다”며 항의를 받았다. 이후 과도한 환불 요구와 악성 리뷰를 다는 소비자와 실랑이를 하던 점주는 뇌출혈로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배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영훈(가명)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배달앱 소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해당 소비자는 한씨가 조리를 시작한 이후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 주문 취소와 환불을 요구했다. 주문한 지 10분이 더 흐른 때였다. 

한씨가 “이미 조리를 시작해 환불이 어렵다”고 하자 그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한씨는 당혹감과 치욕스러움을 느꼈지만, 고객이 리뷰 테러를 할까 염려돼 환불 처리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매출과 직결되는 리뷰 탓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던 그는 이틀간 장사를 접었다.

이처럼 악성 리뷰 문제는 여전한 골칫거리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리뷰 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건 리뷰의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리뷰는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리뷰 관련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7.2%가 “온라인 쇼핑 시 리뷰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리뷰 신뢰도 역시 70.2%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체에도 리뷰는 중요한 콘텐츠다. 리뷰가 많을수록 이를 참고하려는 소비자가 모이고, 소비자가 모이면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리뷰의 부정적인 부분을 줄이고,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H&B스토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리뷰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9월 ‘탑리뷰언서’ 제도를 신설했다. 이는 양질의 리뷰를 올린 소비자를 선정하는 기존 ‘탑리뷰어(매주 2000명씩 선정)’보다 높은 단계다. 매년 두차례 100명의 탑리뷰언서를 선정해 이들이 올리브영 앱에서 ‘인플루언서’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리브영은 ‘커뮤니티 커머스’를 지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11번가’는 동영상 리뷰를 강화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19년 업계 최초로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을 선보인 11번가는 이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1만5000개의 동영상 리뷰가 올라오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동영상 리뷰는 사진 리뷰보다 생동감이 있고, 구매자가 직접 촬영해 신뢰도 역시 높다”면서 “2021년엔 460만건의 동영상 리뷰가 업로드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많은 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일 수많은 리뷰가 올라오는 배달앱 업계의 혁신 발걸음은 더디다는 점이다. 악성 리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되레 역효과를 내고 있는 대책도 있다. 대표적인 게 리뷰 ‘블라인드’ 제도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점주가 허위 리뷰나 악성 리뷰를 신고할 경우 30일간 리뷰를 비공개(블라인드) 처리하고 있다. 이후 작성자가 동의할 경우 리뷰를 삭제할 수 있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30일 이후 다시 공개된다. 지난해 ‘새우튀김’ 사건을 겪은 쿠팡이츠도 유사한 방식의 블라인드 제도를 도입했다. 점주가 명예훼손·초상권·사생활 등을 침해하는 리뷰를 신고할 경우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한다.

하지만 리뷰 작성자가 이의를 신청하면 30일 이후 다시 공개한다. 배달앱 입점 점주 김용현(가명)씨는 “악의적인 리뷰라고 해도 결국 30일 이후엔 다시 공개된다”면서 “리뷰가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그사이 더 좋은 리뷰와 평점을 받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참고: 배달앱 업체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2)’을 근거로 블라인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되고, 당사자로부터 정보 삭제를 요청받으면 즉시 삭제나 임시조치(블라인드)를 해야 한다. 임시조치 기간은 30일 이내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다. 악의적이거나 허위가 아닌 실제 부정적인 경험을 리뷰로 남겨도 차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같은 경험담을 적은 게시물이 숱하게 올라오고 있다. 배달 음식에서 ‘철수세미’ 조각을 발견한 A씨는 사진과 함께 리뷰를 올렸다. “철수세미가 나왔다. 꼼꼼히 관리해 달라… 다음에 주문할지 말지 망설여진다….” A씨의 글에는 욕설이나 비방이 없었고, 꾸며낸 이야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음날 해당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됐다. 사실을 적시한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되자 불쾌감을 느낀 A씨는 배달앱 업체에 이의 신청을 했고, 해당 리뷰는 복원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블라인드 제도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저해하고, 점주가 원하는 리뷰만 보이도록 해 올바른 정보 제공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달앱 업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현재 블라인드 제도로 악성리뷰 문제를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면서 말을 이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도 소비자의 매너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상호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낮은 평점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서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표본)’ 소비자를 걸러내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리뷰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배달앱 업체들은 과연 “점주들이 리뷰에 시달린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답은 ‘의지’에 달렸을 듯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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