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下

‘선저축 후지출’.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겠지만, 의외로 이 공식을 따르는 이들은 드물다.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저축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선저축 후지출이 ‘저축의 정석’으로 불리는 덴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소비를 막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 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저축습관을 바꾸는 과정을 소개한다.

선저축 후지출은 과소비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준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저축 후지출은 과소비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준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결혼 후 대출을 받아 전세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한상혁(가명·34)씨와 김소영(가명·35)씨 부부.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인 끝에 부부는 2년 만에 대출금 7000만원을 갚는 데 성공했다.

빚을 갚으면서 부부는 재테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나중에 전셋집이 아닌 내집을 마련하려면 더 큰 돈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재테크로 돈을 불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두 사람은 유튜브와 방송·책을 보며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 한씨는 소액으로 주식 투자도 해봤다. 재능이 있었는지 종잣돈이 금세 불어났고, 자신감이 붙은 남편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문제는 24시간 돌아가는 코인판을 보느라 회사일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를 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100% 확신을 갖지 못했다. 투자에 실패해 원금을 잃기라도 하는 날엔 돌이킬 수 없다는 불안감이 들어서다. 고민 끝에 부부는 상담을 통해 퇴사 여부를 고려하기로 했다.

그럼 1·2차 상담의 진행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680만원으로 남편이 300만원, 아내가 38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10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86만원, 금융상품 184만원 등 680만원이다. 적자는 없었다.

부부는 여윳돈을 만들기 위해 식비부터 통신비·보험료·신용카드 할부금·용돈 등 27만원을 줄였다. 신용카드 할부금(총 90만원)은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130만원)을 사용해 전부 갚았다. 이렇게 부부는 총 117만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40만원의 보험 환급금 잔액도 손에 넣었다.

■재무설계 최종편 = 지출을 줄이는 것에도 성공했으니 이제 남편이 전업투자자의 길을 걸어도 좋을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남편은 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옳다. 117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어디까지나 남편의 소득(300만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남편이 전업투자자가 되면 소득은 반토막이 되지만, 줄어드는 지출은 교통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남편에게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을 조언했고, 남편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24시간 지켜봐야 하는 암호화폐는 투자를 중지하고 주식에만 전념하라는 얘기도 전했다. 그래야 회사 업무와 재테크를 병행할 수 있어서다.

필자는 부부에게 한가지 충고를 더 건넸다. 저축 방식이다. 필자의 상담을 받았던 30대 신혼부부의 대부분은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다. 이들은 먹을 것 입을 것에 돈을 다 쓴 뒤, 남은 돈으로 저축을 하는 ‘선先지출 후後저축’ 방식을 썼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목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지출이란 건 유혹이 크기 때문에 예상보다 저축할 돈이 모자랄 경우가 숱하다.

그래서 저축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면 ‘선저축 후지출’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초과지출을 막고 계획을 착실히 실천해 나갈 수 있다. 한씨 부부도 월급이 들어오면 필자가 짜준 솔루션대로 저축한 뒤 남은 돈으로 생활해 나가는 데 동의했다.

이제 재무 솔루션을 시작하겠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는 ‘내집 마련’ ‘노후 생활비 확보’ 등 2가지다. 자녀 계획은 아직 없다. 중기 목표(내집 마련)와 장기 목표(노후 준비)가 하나씩 있는 상황이므로 여기에 맞는 저축·투자상품을 고르면 된다.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앞서 부부는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저축하던 예금통장(184만원)도 쓰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부부의 여윳돈은 117만원에서 301만원으로 늘어난다.

그중 150만원을 적금통장에 납입하기로 했다. 최근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은행에서도 연이율 3%대의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적극 이용키로 했다. 모은 돈은 향후 청약에 당첨됐을 때나 집을 매입을 할 때 쓸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도 11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론 개인퇴직계좌(IRP)에 20만원을 불입하기로 결정했다. IRP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해 퇴직 후 수령하는 구조로 돼있으며, 세금공제의 혜택이 크다. 연소득 5500만원 기준으로 미만이면 16.5%, 그 이상이면 13.2%의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전부 다 공제받고 싶지 않은 경우엔 내년으로 이월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금저축펀드에도 20만원을 납입한다. 이 상품도 IRP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하고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다만, IRP와 다르게 연 400만원까지 세액 공제가 가능하다. 운용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IRP는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에 70%까지만 투자가 가능하지만, 연금저축펀드는 100% 투자할 수 있어 원금손실 위험이 더 크다.

인터넷은행에도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 다. 인터넷은행은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부부가 스마트폰으로 입출금 내역을 공유할 수도 있다. 여기에 모인 금액은 나중에 집을 마련할 때 보탤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CMA 통장에도 30만원씩 넣기로 했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상품은 하루만 저축해도 이자가 붙고, 통장처럼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해 비상금 통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한달에 40만원씩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남편 한씨가 주식 투자를 도맡았지만, 앞으론 부부가 의견을 모아가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한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여윳돈 301만원은 내집 마련(적금 150만원·청약저축 11만원·인터넷은행 30만원), 노후 대비(IRP 20만원·연금저축펀드 20만원), 비상금 마련(CMA 통장 30만원), 주식 투자(40만원)에 골고루 쓰였다.

부부는 이미 극단적인 지출 줄이기로 2년 만에 전세대출금 7000만원을 갚은 이력이 있다. 이 경험만 잘 살리면 필자와 함께 세운 재무 솔루션을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십년이 걸리는 장기 플랜이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부부가 또한번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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