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신용카드는 ‘빚’이다. 다달이 갚는 할부금엔 할부금 수수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네댓개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이 숱하다. 이유를 물어보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기대한다는 엉뚱한 답이 되돌아온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신용카드의 늪’에 빠진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할인 혜택이 다양한 신용카드는 잘 쓰면 약이지만 독이 되기도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할인 혜택이 다양한 신용카드는 잘 쓰면 약이지만 독이 되기도 쉽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2030세대 중에서 빚 없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학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개념적 이야기는 접어두고, 통계만 보면 대략 이렇다. 20대 가구 평균 부채 3550만원, 30대 가구 평균 부채 1억1190만원…. 4년 전인 2017년보다 각각 48.3%, 61.7% 늘어난 부채 규모다. 전체 가구 평균 부채액이 2017년 7099만 원에서 2021년 8801만원으로 23.9% 늘어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2030세대의 부채가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는 방증이다(금융감독원).

2030세대의 빚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자.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인지 2030세대는 집을 살 때도 부담감이 더 크다. 주택 구입 시 20~30대의 대출 비중은 56. 7%로 다른 세대(36.4%)보다 더 많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한상혁(가명·34)씨와 김소영(가명·35)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부부는 지난 2년간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여 전세아파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빌렸던 대출(7000만원)을 갚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내집을 마련하려면 또다른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부부가 고민 중인 방법은 남편 한씨가 ‘전업투자자’로 전향하는 것이다. 이미 주식과 암호화폐로 약간의 수익을 낸 경험이 있는 남편은 본격적으로 자산시장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고 싶어 한다. 아내는 생각이 다르다. 그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지만, 확신이 없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됐을 때 필연적으로 소득이 줄어든다는 점도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와의 상담을 통해 솔루션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소득과 지출은 이렇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680만원이다. 남편이 300만원, 아내가 38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10만원, 1년간 쓰는 비정지기출 월평균 86만원, 금융상품 184만원 등 680만원이 발생한다. 보유자산으로는 전세보증금 3억 6000만원과 주식 3400만원, 암호화폐 2400만원이 있다.

현재 부부는 식비(130만원)를 30만원 줄여 여유자금 3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솔루션을 통해 부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재무목표는 2가지다. 안정적인 월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과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인지 목표가 단순했지만, 쉽게 준비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상담에선 지출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했다. 첫번째 타깃은 유선인터넷·TV·스마트폰 요금제가 포함된 통신비(25만원)다. 필자의 경험상 2인 가구의 통신비는 10만~12만원이 적절한데, 부부는 2배 가까이 많은 요금을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부부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해 월 6만원씩 기기 할부금(총 150만원)을 내고,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8만원짜리 고가요금제를 쓰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출퇴근할 때 외엔 데이터를 쓸 일이 거의 없다. 회사와 집에서 와이파이가 작동해서다. 출퇴근 거리도 짧아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알뜰폰의 5만원대 요금제로 각각 바꾸기로 결정했다. 6%가량의 할부 수수료가 발생하는 기기 할부금은 암호화폐(2400만원)를 일부 팔아 갚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쳐 통신비는 25만원에서 13만원으로 12만 원 줄었다.

다음은 보험료(50만원)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장보다 환급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보장을 위한 보험료 외에 추가로 보험료를 더 납부해 보험 만기 시 돌려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보험은 어디까지나 보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래야 소득 대비 보험료를 알뜰하게 낼 수 있어서다. 더구나 환급금을 돌려받으려면 엄청나게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가령, 100세 보장인 보험이라면 피보험자의 나이가 100세가 될 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때 받는 돈이 피보험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이유로 부부는 보험에서 적립금 옵션을 전부 뺐다.

보험끼리 중복이 된 보장을 정리하는 한편, 필요 없는 특약으로 이뤄진 보험은 과감히 해지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월 50만원에 달했던 보험료는 28만원 으로 22만원 줄어들었다. 더불어 해지환급금 130만원도 생겼다.

이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사용해 신용카드 할부금(월 33만원·총 90만원)을 전부 갚았다. 따라서 신용카드 할부금은 자연스럽게 지출항목에서 사라졌다. 부부는 신용 카드 수도 줄이기로 했다. “할인 혜택이 많다”는 회사 동료들의 권유로 부부는 여러개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한달에 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쓰면 적립 포인트와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예산을 잘 세워서 쓴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카드를 쓰기 위해 예정에 없던 소비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카드를 쓰기 위해 소비를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생긴다는 거다. 그러면 점점 소비에 무감각해지고,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부부는 세금 공제와 혜택이 가장 많은 신용카드 1장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없애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용돈을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20만원 줄이기로 했다. 처음엔 20%만 줄이고, 단계적으로 감소액을 늘려 최종적으론 60만원까지 줄여볼 생각이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통신비 12만원(25만→13만원), 보험료 22만원(50만→28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33만원(33만→0원), 부부 용돈 20만원(100만→80만원) 등 8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여유자금도 30만원에서 117만원으로 늘어났고,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보험해지 환급금(40만원)도 생겼다.

이제 부부에게 남은 건 앞서 언급했던 ‘안정적인 생활비’ ‘내 집 마련’ 등 2가지 재무목표에 대비하는 일이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솔루션을 끝마칠 수 있을까.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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