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中

등산 모임, 맛집 탐방, 계모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여러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단순히 친목을 위한 모임이라면 지출 절감을 위해서라도 계속 참여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한달에만 모임비를 42만원씩 쓰고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교활동을 점검해봤다.

꼭 필요한 목적이 아니라면 지인 모임은 줄이는 게 절약에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꼭 필요한 목적이 아니라면 지인 모임은 줄이는 게 절약에 도움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년 가장의 삶을 다룬 OTT 드라마 ‘위기의 X’가 요즘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권고사직을 당해 잘나가는 대기업 차장에서 하루아침에 백수로 전락한 주인공은 재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대로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다. 은퇴 시기는 점점 다가오는데, 노후 준비도 집도 뭐 하나 제대로 갖춰놓은 게 없는 주인공은 답답하기만 하다.

단지 드라마 얘기로 치부하기엔 그 내용이 현실과 너무 똑같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명호(가명·49)씨와 이영희(가명·47)씨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부부의 가계부는 매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부부가 저축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한달에 연금보험에 1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에 10만원을 붓는 게 전부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16)의 교육비도 고민거리다. 부부는 늘어날 교육비에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3년 전 아파트(시세 2억7000만원)를 매입한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대출금 1억원은 갚아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는 의견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아내는 대출을 더 받아 평수가 넓고 서울과 가까운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동산 재테크로 자산을 확 불리자는 것이다. 반면 남편은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아내와 자신의 은퇴 시기가 그리 머지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지출을 줄여 노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의 의견이 모두 합당한 근거를 갖고 있으므로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 답을 내려보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가계부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600만원으로, 남편이 330만원, 아내가 27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66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34만원, 금융성상품 20만원 등 620만원이다. 매달 20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부부는 정기지출 중 통신비를 19만원에서 11만원으로 8만원 절감해 적자를 12만원까지 줄였다. 가계부에서 보듯, 이 부부는 저축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출이 소득을 넘어선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방증이다. 갑작스럽게 목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어서다.

이때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옮기는 건 위험요소를 키우는 것이다.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흐름이 재테크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더구나 은퇴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부부는 모험을 하기보단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필자의 조언을 들은 부부는 착실하게 지출을 줄여 저축액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무설계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이번 상담에선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120만원씩 쓰는 식비다. 3인가구치고 식비가 생각보다 많은데, 써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식재료에 원인이 있었다. 아내는 “평소 마트에서 특가 세일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인데, 세일을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면서 “언젠가는 먹겠지 하는 생각에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음식이든 가전제품이든 구매 전 한번쯤 ‘필요한 물품인지’ ‘갖고 싶은 물품인지’를 따져보면 충동구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마트에 가기 전 예산과 식단표를 간단하게 정해 두는 것도 효율적이다.

이런 방법들을 동원해 부부는 식비를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줄여 생활해보기로 했다. 식비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100만원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다음은 모임회비(42만원)다. 부부는 친구 모임, 가족 모임 등 여러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걸 즐긴다. 매월 회비를 걷어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탐방하는 등에 쓰는데, 소득에 비해 지출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부부는 “각 모임의 모임회비가 한달에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다”고 말했지만, 모든 모임 회비를 모아놓고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액수가 불어났다.

사교 모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부부는 단순히 여가 활동을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제는 불필요한 모임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부는 가족모임 외의 모임을 전부 없애는 방식으로 모임회비를 42만원에서 10만원으로 32만원을 줄였다.

보험료(51만원)도 손을 봤다. 남편인 박씨 부모님이 암에 걸려 고생한 경험을 가진 부부는 가족력 높은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둘다 암 보험에 가입했다. 또 “식기세척기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에 상조보험도 들었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선뜻 보험료를 줄일 순 없었다. 상조보험은 환불 규정이 까다로워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암 보험을 해지하자니 가족력이 높은 질환에 너무 무방비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다른 보험에서 해답을 찾았다. 아무런 혜택 없이 적립금만 쌓이는 상해보험 2개를 해지했다. 암 보험도 보장 수준을 약간 낮춰 보험료를 줄였다. 이를 통해 보험료가 51만원에서 41만원으로 10만원 절감됐다. 상조보험은 일단 그대로 두고, 환불했을 때의 손해가 가장 적은 시기를 골라 해지하거나 납입액을 조정키로 했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00만원은 신용카드 할부금(월 65만원·총 150만원)을 갚는 데 썼다. 부부는 상조보험에 가입하면서 받은 식기세척기를 기점으로 가전제품을 바꾸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이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 횟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는 잘못 쓰면 과소비의 근원이 되는 만큼, 부부는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로 생활하기로 했다. 따라서 신용카드 할부금 지출내역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식비 30만원(120만→90만원), 모임회비 32만원(42만→10만원), 보험료 10만원(51만→41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65만원(65만→0원) 등 137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12만원이었던 적자도 125만원 흑자로 탈바꿈했으며,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고 남은 보험 해지 환급금 50만원도 덤으로 생겼다.

부부가 이번 상담에서 새집으로 이사하는 것 대신 저축액을 늘리는 것을 선택했으므로, 부부의 재무 목표는 ▲대출금 상환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마련 등 3가지로 줄어들었다. 다음 시간에서 이 목표들을 달성할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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