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上

여기 가까스로 내집 마련에 성공한 부부가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둘은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소원 하나를 이뤄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지금 부부의 생각은 다르다. 내년이면 오십줄에 들어서는 남편은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지만, 아내는 재테크를 위해 더 큰 집으로 이사하길 바란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직장인에게 새 집으로 이사하는 건 큰 부담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직장인에게 새 집으로 이사하는 건 큰 부담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슨 청소기가 이렇게 비싸지?” 오랫동안 써온 청소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새 제품을 알아보고 있던 이영희(가명·47)씨 청소기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무선인 데다 무게가 가벼워 마음에 들긴 했지만, 5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보곤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고 속내가 좋았던 건 아니다. 청소기 가격에 벌벌 떠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그럴 법도 했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가계부는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그런 가계부를 정리할 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남들이 열심히 돈을 모아서 좋은 집과 차를 구하는 동안 난 뭐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계부는 늘 적자고, 50세가 다 돼가는데 아직도 대출금이나 갚고 있으니 말 다했죠.”

이씨는 3년 전 대출(1억2000만원)을 받아 경기 시흥의 외곽에 있는 아파트(시세 2억7000만원)를 샀다.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덕분에 비교적 적은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대출까지 갚는 건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씨를 짓누르는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16)의 교육비도 생각해야 한다. 이씨는 ‘적자투성이’인 가계부에서 어떻게 교육비를 더 확보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신용카드를 쓰는 횟수가 점점 늘었고, 할부금 총액도 불어나고 있었다. 평소 빚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씨로선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이씨의 바람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자녀의 교육비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크고 서울과 더 가까운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남편 박명호(가명·49)씨는 “이제 오십줄에 접어드는데 또 빚을 질 순 없다”면서 이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씨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젊었을 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집을 마련해야 나중에 이득을 볼 거란 기대감이 있어서였다. 이런 이유로 이씨는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필자의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대략적인 상황은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재정상태를 살펴보자. 둘 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600만원. 남편이 330만원을 벌고 아내가 270만원을 번다. 상여금이 1년간 총 620만원이 나오지만, 정기소득이 아니므로 제외하기로 했다.

정기지출은 공과금 20만원, 식비·생활비 120만원, 정수기 렌털비 2만원, 통신비 19만원, 교통비·유류비 14만원, 부모님 생활비 30만원, 부부 용돈 60만원, 자녀 용돈 15만원, 자녀 학원비 45만원, 보험료 51만원, 모임회비 42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65만원, 대출이자 상환 84만원 등 총 566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명절비(연 100만원·이하 1년 기준), 경조사비(100만원), 휴가비(150만원), 자동차보험료(60만원) 등 410만원이다. 월평균 34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원, 연금보험 1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월 620만원을 쓰고 20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가 말해주듯 부부의 재정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신용카드 할부금은 65만원에 달했고, 매달 쓰는 탓에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년에 자녀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적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게 뻔했다.

무엇보다 부부의 나이가 50세에 육박했는데 연금보험(10만원) 외엔 노후대비책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부부는 은퇴 후 지금보다 훨씬 나쁜 경제적 조건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렇기에 쓸데없는 지출을 확 줄여 여유자금을 최대한으로 확보해 미래를 알뜰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부부의 사연을 듣는 데 많은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에 이번 상담에선 통신비(19만원)만 줄여보기로 했다. 5G 요금제를 쓰는 부부는 8만원대 고가 요금제를 쓰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확인해 보니 부부의 데이터 사용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회사와 집에서 와이파이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에서 자녀를 포함한 세식구는 알뜰폰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통3사에선 6만~7만원짜리인 요금제(데이터 150GB 제공)가 알뜰폰에선 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필자의 주장을 가족이 받아들였다. 그 결과, 부부의 통신비는 19만원에서 11만원으로 8만원 줄었다.

이렇게 1차 상담을 종료했다. 부부는 통신비 8만원을 절감해 총 지출을 620만원에서 612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적자도 2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줄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상담을 통해 확인한 부부의 목표는 총 4가지다. ▲대출금 상환 ▲자녀 학자금 마련 ▲더 큰 아파트로 이사 ▲노후에 월 400만원씩 생활비 받기 등인데, 부부의 현재 소득으로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부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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