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알아야 할
지식재산권 A-Z 2부

많은 창업가가 착각하는 게 있다. 한국 특허청에 지식재산권(IP)을 등록해 놓으면 세계 어디서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특허는 속지주의屬地主義를 따르고 있어 특허를 등록한 해당 국가에서만 인정받는다. 다른 국가에서도 보호받고 싶다면 별도의 출원ㆍ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직장인 용덕씨 창업하기’ 일곱번째 편에서 그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김용덕씨는 창업 전부터 기능성 골프웨어 제품을 구상했다.[사진=뉴시스]
김용덕씨는 창업 전부터 기능성 골프웨어 제품을 구상했다.[사진=뉴시스]

골프웨어 제조업체(골프 플러스)를 설립한 김용덕씨는 창업 전부터 토시와 골프장갑을 연결해 어깨부터 손목까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기능성 골프웨어 제품을 구상했다.

특허 출원은 제품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롭게 골프에 입문하는 ‘골린이’가 크게 늘면서 골프웨어 시장이 고성장을 거뒀지만, 그만큼 경쟁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강소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선 그만큼 특허와 기술력이 중요하다. 

국내 특허 출원 절차를 완벽하게 이해한 용덕씨는 이제 다음 스텝을 밟기로 했다. 바로 해외 특허 출원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해외 출원을 하지 않아 특허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가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특허를 두고 속지주의(국가의 입법ㆍ사법ㆍ집행관할권을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행사한다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특허를 취득했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독점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참고: 김용덕씨의 국내 특허 출원 관련 이야기는 더스쿠프 511호 직장인 용덕씨 창업하기❻ 변리사 도움 없이 특허 등록하기 편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그럼 용덕씨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해외에서도 보호하고 지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용덕씨가 선택할 방법은 두가지다. 첫째는 파리조약에 의한 해외출원이다. 한국은 파리조약 가맹국가다. 

용덕씨는 파리협약에 도입된 특허출원의 ‘조약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조약우선권이란 자국 내 특허출원을 한 후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발명을 특허출원할 경우, 출원일을 소급해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용덕씨가 올해 9월 국내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내년 9월 미국에서 같은 발명의 특허를 출원해도 출원일은 국내 특허 출원일(올해 9월)로 소급 적용해준다는 얘기다. 

출원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국가의 언어와 양식에 따른 출원서류를 준비해 해당 국가의 특허청에 제출하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국내에 특허 출원한 후 1년 이내에 해외에서 출원해야 한다.

출원일을 소급 인정해주는 건 특허권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해당 국가의 특허청에서 새롭고 진보된 기술이냐를 판단할 때, 미국에 출원한 날로부터 1년 전인 한국에서 출원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허 분쟁을 벌일 때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기존 기술 대비 진보성을 따질 때도 출원일을 두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에 개별적으로 특허를 출원하는 게 힘들다면 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해외출원을 선택할 수 있다. PCT는 해외 출원 시 나라마다 일일이 특허 출원서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해외 특허 출원 절차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국제출원서를 제출하면, 156개 PCT 회원국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때 실제로 각각의 회원국에서 특허를 획득하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국제출원일을 인정받는 건 맞지만, 검증 단계(국제조사 및 국제예비심사)를 거친 후 각 지정국에 번역문을 제출해야 비로소 심사가 진행된다. 

국가별로 다르지만 심사엔 보통 30~31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 1년 안에 진행해야 하는 파리조약을 통한 해외출원과 비교하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세계 주요 특허청이 PCT를 통해 특허를 등록하는 경우, 자국 특허수수료를 감면하는 제도를 두고 있어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특히 최근엔 우리나라 기업의 PCT 출원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PCT 출원은 전년보다 3.2% 늘어난 2만678건에 달했다.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기록이다.

증가율만 따지면 중국, 미국, 일본, 독일을 포함한 상위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 독일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0.6%, 6.4% 줄었고 중국과 미국은 각각 0.9%, 1.9% 오르는 데 그쳤다.

해외 특허 출원 방법 장단 따져야

물론 PCT출원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해당 국가의 특허청에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파리조약 출원보다 더 많은 단계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PCT에 가입했지만, 가입하지 않은 국가도 있으니 이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대만과 마카오가 있다. 

용덕씨는 두개의 제도 중 회사에 알맞은 전략을 선택해 해외 출원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특허침해소송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현명한 경영 전략이다. 

한번 소송에 돌입하면 시간과 비용 소모가 생각 이상이어서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소중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허를 출원하고 대응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 또한 스타트업의 기본이다. 


김내영 경영지도사
kimnaeyoung@naver.com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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