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 세우기

모든 기업은 ‘고객 중심’을 외친다. 이제 막 사업자 등록을 마친 신생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고객을 위해 만든 제품이 모두 잘 팔리는 건 아니다. 고객을 위하는 것과 고객 중심의 판매 전략은 다른 차원의 문제여서다. ‘직장인 용덕씨 창업하기’ 여덟번째 편에선 마케팅 전략 수립 방법을 알아봤다. 

용덕씨는 골프웨어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는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사진=뉴시스]
용덕씨는 골프웨어 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는 MZ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사진=뉴시스]

올 초 기능성 골프웨어 생산업체인 ‘골프플러스’를 창업한 용덕씨. 정부 지원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용덕씨는 조금씩 사세를 키워나갔다.

최근엔 창업 전에 구상했던 ‘토시와 골프장갑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경쟁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허 출원도 냈다. [※ 참고: 이 내용은 더스쿠프 511호 ‘변리사 도움 없이 특허 등록하기’, 514호 ‘당신의 특허가 바다 건너서도 통하려면…’에서 자세히 다뤘다.]

문제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상용화한 제품을 어떻게 판매하느냐다. 초보 창업가 용덕씨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알아서 잘 팔릴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시장은 ‘누워만 있으면 사과가 떨어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주먹구구식 판매 전략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떤 고객에게 팔아야 하는지,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 광고는 어디서 해야 하는지, 유통망은 어떤 채널을 이용해야 하는지 등등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사실 이같은 고민은 용덕씨만 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빠진다. 마케팅에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방법론을 학습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도대체 마케팅이 뭐길래 창업가를 결정 장애에 빠뜨리는 걸까. 미국 마케팅학회는 마케팅을 이렇게 정의했다. “마케팅은 아이디어, 제품·서비스의 발상, 가격, 그리고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기업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모든 업무를 결정하는 게 마케팅이란 거다. 

그렇다면 초보 창업가는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사실 시중엔 마케팅 전략서가 수없이 많다. 이를 학습하고 자기에게 맞는 걸 적용하면 된다. 용덕씨에겐 가장 대중적인 방법론을 활용해봤다. ‘STP 전략’과 ‘4P 믹스 전략’이다. 

STP 전략은 ‘시장 세분(Segmentation)’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기업과 제품의 가치를 조정하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전체 시장을 특정 기준에 따라 쪼개고(S), 쪼갠 시장 중에서 타깃그룹을 설정하고(T), 자신의 제품을 어떤 콘셉트로 어떤 위치에 놓을지(P)를 결정한다.

STP 전략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탐색한 다음 지갑을 여는 요즘 소비자에게 적합한 방법론이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어정쩡한 제품은 어떤 고객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소비자는 제품에 담긴 가치를 중시한다. STP를 통해 제품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좀 더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갖추면, 좀 더 수월하게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 용덕씨는 STP 분석을 통해 타깃 시장을 MZ세대와 40대로 결정했다. 

기존 골프웨어 시장의 주력 소비자인 50대 이상은 구매력은 높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신생 골프웨어 브랜드도 눈여겨본다. 되레 50대 기성세대를 타깃으로 삼아온 유서 깊은 브랜드를 외면하는 성향이 짙다. 

MZ세대와 40대를 타깃으로 결정한 용덕씨는 골프웨어 본연의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계획이다. 젊은 골프웨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서다. 

타깃을 설정했으니 이제 판매 계획을 짜보자. 이번에 이용한 툴은 4P 믹스 전략이다. 4P란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경로(Place), 촉진(Promotion)을 말하는데, 이를 용덕씨의 판매 계획에 적용해보자. 일단 용덕씨는 제품(1P)을 3가지로 추렸다. 광범위한 소비층보단 40대와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가격(2P)은 시장의 평균 제품의 값보다 높게 정했다. 

초기엔 ‘고품질 고가 기능성 골프웨어’에 제품을 포지셔닝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면 중고가 라인을 출시할 생각이다. 유통경로(3P)는 ‘이중적’으로 설계했다. 오프라인에선 큰 규모의 판매처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온라인에선 본사가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용덕씨는 유통 수수료를 줄이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판매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제품 알리기 전략(촉진ㆍ4P)은 온라인에 올인하기로 했다. 다만 신제품을 론칭할 땐 오프라인에서도 판촉 행사를 펼쳐볼 계획이다. 

물론 ‘STP 전략’과 ‘4P 믹스 전략’이 반드시 알찬 열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어쩌면 CEO의 결정 장애를 줄여주는 데 머무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창업이란 가시밭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다. 용덕씨의 마케팅 전략은 과연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해보겠다. 

김내영 경영지도사
kimnaeyoung@naver.com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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