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탐구
4개월 발맞춤 인터뷰 1편
김기룡 플랜엠 대표-전희영 학생

# “코로나19 충격 이후 미스매치가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2월 한국은행은 이같은 진단을 내놨다. “노동시장 미스매치는 실업률 상승, 채용 부진,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덧붙인 진단이었다. 

# 문제는 해법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직장을 원하는 구직자와 인재를 찾는 구인자의 마음은 ‘간극’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가톨릭대학교가 진행하는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은 시사점이 많다.

# 그게 뭘까. ‘청년과 혁신기업-4개월의 발맞춤’ 그 첫번째 편으로 김기룡(44) 플랜엠(PLANM) 대표와 이 회사에서 9월부터 인턴으로 근무 중인 전희영(24) 학생(공식직함 컨설턴트)을 만나 그 특별함을 들춰봤다.

[※참고: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에게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혁신 기업에는 준비된 인재 영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가톨릭대학교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사회혁신 기업 마크스폰ㆍ미더ㆍ소셜밸런스ㆍ아디ㆍ언더독스ㆍ열매나눔재단ㆍ플랜엠 등 7곳(가나다순)과 10명의 청년(대학졸업예정자)이 참여했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미스매치는 더욱 심각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미스매치는 더욱 심각해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먼저 플랜엠의 가치부터 물어야겠네요. 
김기룡 대표(이하 김 대표) : “플랜엠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컨설팅 전문기업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설팅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기업의 역할이 사회문제 해결자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CSR과 사회공헌활동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사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상의 더 많은 조직이 더 많은 소셜 임팩트(사회적 책임+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도록 돕는다’는 게 저희 모토입니다.” 

✚ 이번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계기가 있나요.
김 대표 : “CSR 프로그램 평가지표를 만드는 프로젝트 등 가톨릭대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계기들이 작용해 자연스럽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접했죠.”

✚ 희영 학생은 어떤 계기로 이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나요. 
전희영 학생: “평소 사회혁신과 사회가치 창출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일을 기업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하니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 이전에 어떤 경험을 해보셨나요. 
전희영 학생 :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청년 동아리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구청에서 청년들에게 지역 의제를 발굴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 유휴공간을 청년을 위해 활용하는 사업 의제를 냈는데, 여러 의제 가운데 1등으로 선정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 굉장히 활동적인 것 같네요. 
전희영 학생 : “전에는 몰랐는데 그런 경험을 통해 제가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찾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 그런 활동을 전문기업에서 해보고 싶었던 거군요.
전희영 학생 : “그렇죠.”

인턴 선발 과정은 서류면접과 1ㆍ2차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서류에 학점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성적은 선발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의 강점이 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인턴십에 참여할 것인지, 평소 관심 있어 하는 사회문제는 뭔지 등을 기재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기소개서를 살펴본 다음 인턴을 선발했다. 가톨릭대가 주관하긴 했지만, 가톨릭대 졸업(예정)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 건 아니다. 사회혁신 분야에 관심 있는 다른 학교 졸업(예정)자들도 대상으로 했다.

✚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플랜엠 외에도 많았던 것 같은데, 굳이 플랜엠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희영 학생 :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저는 함께 멀리 가는 그런 사회를 생각해왔어요. 플랜엠이 그런 제 생각과 맞는 곳이라 생각했고, 여기서라면 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김기룡 플랜엠 대표(왼쪽)와 전희영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김기룡 플랜엠 대표(왼쪽)와 전희영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 대표님은 희영 학생의 어떤 면을 보고 선택했나요.
김 대표 : “우리가 하는 일이 컨설팅이잖아요. 단어가 좀 어렵지, 컨설팅은 클라이언트가 가진 문제와 요구를 잘 파악해서 솔루션을 찾아주는 과정이에요. 다만, 솔루션이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을 채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딱 맞는 사람을 찾았네요(웃음).” 

✚ 예상했던 인턴 생활이 있을 텐데 어떤가요. 부합하는 것 같나요.
전희영 학생 :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을 소개할 때, 플랜엠에선 CSR 컨설팅 전략 수립에 필요한 사례조사와 문헌연구, 관련 뉴스 수집, CSR 프로그램 진행 보조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정확하게 그 업무를 하고 있어요.”

김 대표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원봉사활동 사업의 성과를 분석하는 작업을 맡겼습니다. 엑셀 작업 위주인데,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걸 제대로 정렬하지 않으면 성과 측정에 오류가 생깁니다.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죠. 여기에 매주 장애청소년들의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프로그램이 원활히 진행되는지를 담당자와 함께 모니터링하는 일도 맡겼습니다. 희영 학생이 일종의 슈퍼바이저인 셈이죠.” 

✚ 인턴십이라지만, 소속감을 느낄 만한 업무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김 대표 : “저희 입장에선 인턴십이지만, 학교 입장에선 또다른 교육의 연장선입니다. 참여자들의 ‘커리어업(Career-up)에 도움이 되는 일을 시켜달라’는 게 이 인턴십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저희는 인턴의 보수를 100% 지원받고 있어요. 그러니 제대로 된 과업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희영 학생 : “제가 맡은 일을 잘하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번 인턴십은 제게 매우 뜻깊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특히 ‘세상의 더 많은 조직이 더 많은 소셜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도록 돕는다’는 플랜엠의 미션이 너무 마음에 들고, 제가 그 공간에서 작은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뿌듯함을 느낍니다.”

김 대표 : “물론 온전한 컨설턴트 한사람의 몫을 100% 수행하고 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엄청난 능력을 바라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원래 신입직원 한명이 컨설턴트로서 제 몫을 다하려면 빨라야 1년, 보통 2년의 기간이 걸립니다. 중요한 건 희영 학생의 업무가 없다면 총괄매니저도 제 역할을 다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희영 학생은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면접 때 봤던 것처럼 소통에도 막힘이 없고요. 아주 만족합니다.”

✚ 너무 좋은 얘기만 하는 것 아닌가요.
김 대표 : “그렇게 보이나요.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일에 관심이 있는 데다 열정까지 있는 청년이 매칭됐으니, 만족도가 클 수밖에 없죠.” 

✚ 이 인턴십을 다른 곳에도 추천할 정도로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대표 : “사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혁신계(사회혁신을 지향하는 조직의 통칭)’로 묶을 수 있는 기업과 기관 모두에 도움을 줄 겁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려면 대기업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사회혁신계’ 조직들의 역할도 중요해요. 그런데 이전의 시민사회가 했던 역할들을 공공에서 많이 가져가다 보니 ‘사회혁신계’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인재 유입도 잘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혁신 인턴십 프로그램’은 시민사회에 인재를 유입시키는 좋은 매칭 프로그램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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