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탐구
4개월 발맞춤 인터뷰 3편
열매나눔재단 부장-인턴 인터뷰

# 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던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ESG(환경ㆍ사회ㆍ기업 지배구조) 경영 기조가 맞물리며 사회적기업들의 운동장은 넓어졌다. 역으로 말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기업도 늘었다는 얘기다.

# 하지만 그런 청년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사회적기업의 수가 일반기업보다 적은 데다 인턴 경험을 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에서 사회혁신 커리어업 과정을 밟고 있는 김나혜 인턴의 경험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길 원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듯하다. 

# ‘청년과 혁신기업-4개월의 발맞춤’ 세번째 이야기는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사회적경제부 부장과 김나혜 인턴에게서 들어봤다.

[※참고: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에게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혁신 기업에는 준비된 인재 영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가톨릭대학교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사회혁신 기업 마크스폰ㆍ미더ㆍ소셜밸런스ㆍ아디ㆍ언더독스ㆍ열매나눔재단ㆍ플랜엠 등 7곳(가나다순)과 10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나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성근 부장(이하 김 부장) : “그 이야기를 하려면 열매나눔재단이 하는 일부터 말씀드려야겠네요. 우리 재단은 사회복지법인입니다. 어린이나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돕고, 사회적기업을 키워내는 일을 합니다. 그게 저와 나혜 인턴이 하는 ‘사회적경제부’의 일입니다.”

✚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업무에 인턴이 필요한가요. 
김 부장 : “MZ세대 중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창업한 분들을 만나보면 연령대가 많이 어리기도 하죠. 그래서 언젠가부터 ‘사회적경제나 소셜벤처에 관심이 있는 젊은 친구를 채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습니다. 그러면 젊은층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고요. 한편으론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 나혜 인턴의 생각도 궁금하네요. 
김나혜 인턴 : “저는 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기 직전인 4학년 마지막 학기 땐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게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어요.”

✚ 인턴십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희망 기업을 순위별로 지원한다고 들었는데요.
김나혜 인턴 : “열매나눔재단이 1지망이었어요. 소셜 섹터에 관심을 가진 게 사회적기업 덕분이었는데, (열매나눔재단이) 그런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기관이어서 지원했습니다.”

✚ 사회적경제는 나혜 인턴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입니다. 낯선 영역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김나혜 인턴 : “아니요, 되레 배우는 점이 많아요. KPI(핵심성과지표ㆍKey Performance Indicator) 등 비즈니스 용어가 처음엔 생소했지만, 지금은 많이 숙지됐어요.”

✚ 인턴 입장에서도 인턴을 시작했을 때 기대한 바가 있을 텐데요.
김나혜 인턴 : “가장 기대했던 건 사회적기업 창업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죠. 그 분들을 통해 제 진로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어요.” 

✚ 그럼 재단 입장에선 나혜 인턴과 함께하면서 무엇을 얻고 있나요? 
김 부장 : “얼마 전에 글로벌 소셜벤처 포럼을 진행했는데, 카드뉴스를 만드는 등 홍보 업무를 나혜 인턴이 굉장히 깔끔하게 도와줬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우리 재단은 매주 업무를 정리해서 피드백하거나 상호간에 질문하는 시간이 있는데, 나혜 인턴의 질문은 깊이가 달라요.” 

✚ 예를 드신다면요. 
김 부장 : “나혜 인턴이 소셜벤처와 사회적 기업 지위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사회적기업의 정성적 성과를 화폐가치로 평가하는 게 긍정적인지도 물었고요. 좀 놀랐습니다.”

✚ 말씀대로 예리한 질문들이었네요. 나혜 인턴에게도 질문이 있습니다. 기대와 달리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김나혜 인턴 :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임원도 해봤지만 조직에서 일한다는 건 느낌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사실 많은 걸 깨닫고 있어요. 얼마 전 회사 강점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사회적경제부 부장(오른쪽)과 김나혜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사회적경제부 부장(오른쪽)과 김나혜 학생.[사진=더스쿠프 포토]

✚ 어떤 생각이었나요? 
김나혜 인턴 : “예전 같았으면, 저 스스로 이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선 ‘조직 안에서 내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등을 먼저 고민했어요. 인턴 과정을 밟으면서 달라진 점이에요.” 

✚ 부장님과 나혜 인턴의 말씀을 들어보니, 사회적경제나 사회적기업에서도 ‘팀내 소통’이 중요한 것 같군요.  
김 부장 : “어쩌면 소통의 가치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 그런가요? 
김 부장 : “예를 들어볼까요? 일반기업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한 팀이 담당합니다. 그 팀에서 구성원별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죠.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은 조금 다릅니다. 팀원들이 각각의 프로젝트를 따로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구성원 간 소통이 차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죠. 그래서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일수록 소통에 좀 더 신경써야 합니다.”

✚ 사회적경제에서 일하길 원하는 청년들에겐 소통 능력이 가장 필요하겠군요.
김 부장 : “그렇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입니다. 일반 경제와 사회적경제의 구분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일반기업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그 구성원에겐 ‘소통의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 그럼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소통 기술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김 부장 :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기관이 있고 그곳에 직접 투자하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 재단처럼 사회복지법인의 경우엔 실제 수혜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령, 우리 재단 건물 1층에 있는 네일숍에선 한부모 가정 어머니들이 직업훈련을 받습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겠군요. 나혜 인턴은 그런 경험을 갖고 있나요? 
김나혜 인턴 : “진로를 고민할 때 사회복지 분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어요. 그래서 발달장애인, 가정 밖 청소년, 아동, 노인 문제 등을 공부했는데,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인턴생활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고요.”

✚ 인턴 기간은 총 4개월입니다. 3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김나혜 인턴 :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 목표로 삼은 게 ‘밥값 하자’였어요. 재단의 사회적경제부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정말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제가 ‘경험주의자’라서 뭐라도 더 경험하고 싶기도 했고요.” 

✚ 아쉬운 점은 없나요. 
김나혜 인턴 : “시기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있어요. 재단에서 진행하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거의 끝나는 단계에서 인턴을 시작했기 때문에 육성팀을 모집하고 성장하는 단계를 직접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사회적기업 창업가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고 싶어요.”

✚ 재단 입장에선 나혜 인턴에게 어떤 기회를 주실 건가요? 
김 부장 : “사업적으로는 마지막 시기에 인턴을 시작한 건 맞아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년도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나혜 인턴 정도의 능력이라면 새 사업의 홍보를 도와주는 일을 할 수 있을 듯해요. 또 사업 종료를 위한 일종의 졸업식이 있는데, 그 행사 기획을 나혜 인턴에게 맡겨볼까 해요. 우리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업이 총 25개 팀이에요. 기회가 되면 해외에 있는 팀을 제외하고 20팀을 모두 만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다른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김나혜 인턴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선 봉사활동 등 다양한 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당장은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 가서 보고 참여하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지?’ ‘하고 싶었던 일이 내게 실제로 잘 맞을까?’란 의문이 풀릴 때도 있고요. 저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볼 생각이에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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