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당장 2~3년 안에 수천만원의 자녀 학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지 않은 이들이 수익성이 높은 투자상품을 만지작거릴 것이다. 하지만 손실이 났을 때 대응책이 없을 땐 예·적금 같은 안전한 방법을 택하는 게 좋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예비 고1’ 자녀를 둔 부부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단기 목표일수록 안전성이 높은 저축수단을 선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기 목표일수록 안전성이 높은 저축수단을 선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매월 적자가 나는 가계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박명호(가명·49)씨와 이영희(가명·47)씨 부부. 3년 전, 아파트(시세 2억7000만원)를 사기 위해 부부는 1억원을 대출받았다. 매월 100만원 가까이 빠져나가는 대출상환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적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자녀(16)의 교육비, 점점 다가오는 부부의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부부는 의견을 모으긴커녕 다른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남편은 빚을 차근차근 갚아나가면서 노후에 대비하길 원하는 반면, 아내는 더 큰 아파트로 이사하길 바라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를 하겠다는 게 아내의 계획인데, 그러려면 또다시 대출의 힘을 빌려야 하는 만큼 남편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부부는 재무설계를 통해 답을 구하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재정상태는 이렇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소득은 총 600만원으로 남편이 330만원, 아내가 27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66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34만원, 금융성상품 20만원 등 620만원이다.

적자를 메우고 재무솔루션을 대비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부는 여러 지출을 줄였고, 총 145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적자를 빼면 부부는 125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200만원)이 덤으로 생겨, 이중 150만원을 신용카드 할부금을 갚는 데 썼다.

■재무설계 최종편 = 부부가 밝힌 재무목표는 ▲대출금 1억원 상환 ▲자녀 교육자금 마련 ▲노후 준비 ▲더 큰 아파트로 이사 등 4가지다. 여유자금 월 125만원으론 대비하기 힘든 목표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아내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4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이사가는 것을 포기하자고 설득했고, 재정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아내도 동의했다.

부부가 의견 조율에 성공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솔루션을 세워보자. 먼저 ‘달성하기까지 남은 시간’으로 각 목표를 분류했다. 곧 대학교에 들어가는 자녀의 교육비는 1~2년 내에 마련해야 하므로 ‘단기 목표’에 속한다. 이런 목표를 주식·펀드 등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으로 준비해선 안 된다. 당장 돈이 필요한데 원금을 손해 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라서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월 50만원씩 적금을 붓기로 결정했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의 유일한 장점은 은행 상품의 이율이 높아진다는 점일 것이다. 저축을 착실하게 한다면 괜찮은 수익을 볼 수 있는 시점임이 분명하다.

다음으론 대출금 1억원 완납을 앞당길 방법을 찾아봤다. 현재 부부는 월 83만원씩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는데, 이 속도대로라면 대출을 털어내는 데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이렇듯 운용기간이 5년 이상 걸리는 ‘중기 목표’를 준비할 땐 안전성이 좋은 저축상품과 수익성이 높은 투자상품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론 수익성이 높은 투자상품에 좀 더 비중을 두지만, 이번엔 다르게 구성했다. 박씨 부부가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재테크 초보라는 점, 최근 고금리·고물가로 자산 시장이 하락세라는 점을 감안해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에 직접투자하는 방식은 배제하기로 했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안전성이 높은 은행상품으로 대출금 상환을 앞당겨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부부는 인터넷 은행에 매월 35만원씩 입금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은 부부가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을 공유할 수 있고, 인증절차가 간편해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는 돈을 입금할 때마다 자동으로 대출금을 갚도록 설정해 두기로 했다. 대출금을 전부 갚은 이후엔 부부의 비상금 통장으로 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노후 준비다. 현재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부부의 은퇴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15년 후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상품을 활용하기로 했다.

부부는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퇴직계좌(IRP)에 각각 20만원씩 총 40만원을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늘 말하지만 연금저축펀드와 IRP의 장점은 세금 공제에 있다. IRP는 연소득이 5500만원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금 공제를 받는다. 연금저축은 1년에 납입액 400만원, IRP는 700만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둘 다 ‘과세 이연’의 혜택도 있다. 이는 수익이 날 경우 발생하는 세금의 납부 시기를 연기해주는 제도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5만원을 자녀 교육비 마련(적금 50만원), 1억원 대출 상환(인터넷은행 35만원),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20만원·IRP 20만원)에 골고루 활용했다.

필자는 부부에게 이참에 재테크 공부도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을 이유로 국내외 투자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다. 이를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재테크 공부를 해두면 미래 재무를 설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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