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없는 아이폰
폴더플폰 앞세운 갤럭시

#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사전예약에서만 100만대 가까이 판매됐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엔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입니다. 

# 하지만 시장 밑단의 통계는 다른 말을 합니다.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다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폼팩터(외형)’에 혁신을 꾀한 폴더블폰이 수년째 겉모습이 그대로인  아이폰을 이기지 못하는 건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폴더블폰의 선전에도 갤럭시가 좀처럼 국내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폴더블폰의 선전에도 갤럭시가 좀처럼 국내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하겠다.” 지난 8월 11일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한 말입니다. 이날 갤럭시 폴더블폰의 신제품인 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를 선보이면서 노 사장은 “판매량 1000만대 달성을 통해 2022년을 글로벌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폴더블폰을 향한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8월 한달에만 갤럭시Z플립4 240만대, Z폴드4 100만대 등 총 340만대의 폴더블폰을 생산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는 삼성전자가 두 모델을 연말까지 1100만대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본 적 있는데, 지금 속도대로라면 그 전망이 맞아떨어질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럼 폴더블폰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삼성전자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삼성전자는 8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갤럭시Z폴드4·갤럭시Z플립4 사전판매에서 97만대를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13만8571대를 판매한 셈인데, 이는 올 상반기 사전판매에서 8일간 102만대가 팔린 갤럭시S22 시리즈(일평균 12만7500대)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폴더블폰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많이 팔렸으니, 삼성전자 입장에선 고무적인 성과였을 겁니다. 실제로 매력도 있습니다. 가로(갤럭시Z폴드)나 세로(갤럭시Z플립)로 접히는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그중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화장품 콤팩트를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죠.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대체불가능’이란 점도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샤오미·화웨이 등 경쟁업체들도 폴더블폰을 선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맞수인 애플은 아직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고 있고요.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애플은 ‘애플 감성’으로 통하는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유명한데, 폼팩터(외형)에 변화를 꾀한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성을 흔들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직은 설익은 기대에 불과할까요? 먼저 시장점유율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6월 27.2%에서 7월 29.4%, 8월 32.9%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매년 4분기에 신제품을 내놓는 아이폰이 2~3분기에 점유율 30%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참고: 전통적으로 삼성은 상반기, 애플은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해 왔습니다. 애플이 ‘4분기의 왕’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9월에도 전월 대비 1.2%포인트 상승한 34.1%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애플이 이통3사를 통해 구형 아이폰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선택한 요금제에 따라 이통사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올린 게 통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어떨까요? ▲6월 66.1% ▲7월 63.9% ▲8월 59.4% ▲9월 58.3%로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8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건 뜻밖입니다. 폴더블폰이 여전히 시장 흐름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시장조사업체 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설문에 응한 성인남녀 1000명 중, 스마트폰을 쓰는 971명의 66.0%는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브랜드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삼성전자 갤럭시 모델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쓴다고 답한 응답자는 20.0%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전자가 애플을 압도하는 듯하지만, 연령별로 따지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MZ세대로 불리는 18~29세에선 아이폰 이용자(52.0%)가 갤럭시(44.0%)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또다른 주요 구매층인 30대 남성 이용자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들의 아이폰 이용률이 지난해 33.0%에서 올해 45.0%로 12%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간 갤럭시 이용률이 56.0%에서 48.0%로 8%포인트 줄었으니, 갤럭시 이용자 일부가 아이폰으로 갈아탔다고 해도 틀린 분석은 아닐 듯합니다.

언급했듯 10~30대 젊은 소비자 중엔 아이폰의 충성고객이 많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보듯 MZ세대는 ‘폴더블폰’을 내지 않은 아이폰을 여전히 많이 사용합니다. 아이폰이 삼성전자보다 더 나은 미래를 담보로 삼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왜 ‘감성과 디자인’의 애플을 공략하지 못하는 걸까요? 애플이 최근 몇년간 아이폰의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문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폰의 가격은 더 비싸졌습니다. 

지난 10월 7일 국내 출시한 아이폰14의 기본 모델은 125만원이지만 최고사양인 아이폰14 프로맥스는 175만원에 달합니다. 갤럭시Z폴드4 가격(199만8700원·256GB 기준)에 버금가는 가격입니다. 그럼에도 아이폰14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애플이 최고사양인 프로 모델의 생산량을 10% 늘렸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입니다.

외형을 바꾸지 않고, 가격조차 비싸졌는데도 아이폰이 잘나가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운영체제(OS)를 사용한다. 소비자가 샤오미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갈아타도 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다. 

애플만이 iOS를 쓰는데, 이 OS는 안드로이드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인터페이스와 경험을 제공한다. 더구나 iOS는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와 호환도 잘 되지 않는 폐쇄적이다. 이 때문에 iOS에 한번 익숙해지면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이 락인(Lock-in) 효과가 아이폰 이용자들이 계속 아이폰을 쓰도록 만드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신민수 교수의 말은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폴더블폰이 굳건한 애플 생태계를 뚫지 못한다면 ‘폴더블폰’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의 ‘외형’이 ‘생태계’를 이기긴 어렵다는 걸 폴더블폰이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폴더블폰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바로 애플의 전자 지갑 서비스인 ‘애플페이’입니다. 최근 카드 업계 안팎에서 “애플이 조만간 국내에 애플페이를 론칭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폼팩터를 거의 혁신하지 않는데도 인기가 여전하다.[사진=뉴시스]
아이폰은 폼팩터를 거의 혁신하지 않는데도 인기가 여전하다.[사진=뉴시스]

처음엔 루머 정도로 치부됐지만, 지난 6일 애플페이 서비스를 자세히 담은 현대카드의 약관 이미지가 유출되면서 론칭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죠.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는 애플페이는 ‘애플 생태계’를 더 굳건하게 만들 공산이 큽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 이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삼성페이를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론칭되면 아이폰으로 갈아타고 싶어 하는 이용자는 고민을 덜어낼 거다. 아울러 기존 아이폰 이용자는 아이폰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다. 애플페이가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올해의 폴더블폰은 다를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말과는 다르게 폴더블폰 시장의 흐름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아직은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이 한창 팔리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4분기의 왕’으로 불리는 애플 또한 아이폰14로 반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연 올해 4분기는 삼성과 애플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까요? 결과는 곧 나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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