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부 2편

재무설계를 요청한 부부를 만나보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지출 줄일 데가 없어요.” 그런데 막상 그들의 가계부를 보면 지출을 줄일 요소가 상당히 많다. 단지 부부의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1차 재무설계에서 자영업자 김호수씨와 그의 아내 양희나씨의 지출도 월 27만원 줄였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는 월평균 소득을 구한 뒤 이에 맞게 예산을 짜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는 월평균 소득을 구한 뒤 이에 맞게 예산을 짜면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5개월여 지났다. 보상심리 때문인지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는 듯하다. 번화가는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가게들도 사람으로 붐빈다.

거리두기 해제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건 자영업자일 것이다. 이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19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545명의 자영업자 중 매출이 감소한 이들은 전체의 95.6%에 달했다(20 21년 3월 기준). ‘부채가 늘었다’고 답한 이들도 81.4%나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무사히 견뎌낸 자영업자 김호수(가명·47)씨와 그의 아내 양희나(가명·45)씨도 그랬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모아둔 돈을 모두 쓴 탓에 부부는 처음부터 다시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부부의 지출이 더 늘어날 거란 점이다. 원인은 5년 전 집을 구하느라 빌렸던 대출금(2억5000만원)이다. 대출 당시 부부는 처음 5년은 3.4% 고정금리로, 이후엔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로 옵션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부부의 대출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자의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부부가 처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부는 소득과 지출을 서로 공유하지 않았다. 남편이 아내에게 매월 생활비를 주긴 했지만 서로의 지출을 모르니 가계부 운영이 정상적으로 될 리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남편이 앞으론 소득과 지출을 공유하기로 약속했지만, 이제 한발을 디딘 것에 불과하다.

지난 상담에서 살펴본 가계부 상태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으로, 남편이 500만원, 아내가 9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남편이 200만원, 아내가 296만원을 쓴다.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은 없고, 금융성 상품은 총 94만원이다. 모두 합하면 부부의 지출은 소득과 똑같은 590만원이 된다. 언급했듯 남편이 소득과 지출을 아내와 공유하기로 결정했으므로 앞으론 부부의 소득과 지출을 따로 구분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제 부부의 재무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무엇보다 부부는 하루빨리 주택담보대출금을 갚고 싶어 했다. 또 일정하지 않은 소득과 지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한다. 이 2가지가 부부의 목표지만, 필자가 보기엔 몇가지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첫째는 노후 준비다. 부부가 지출하는 금융성 상품 94만원을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펀드 20만원, 적금 1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원, 예금 54만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부부의 노후를 대비하는 상품은 없다. 자영업에 정해진 은퇴 시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몇 년 뒤에 50대가 되는 부부로선 노후 대비 상품이 있는 게 경제적·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자녀 교육비다. 현재 부부는 13살·11살 자녀를 두고 있다. 현재 부부는 자녀 교육비에 월 3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내년에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하므로 교육비는 이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먼 얘기지만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대비해야 한다.

들쑥날쑥한 소득과 지출을 정리하는 건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할 예정이므로 부부는 ▲대출금 상환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마련 등 3가지를 재무목표로 삼기로 결정했다. 이제 부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 보자. 이를 위해 월 32만원씩 쓰는 통신비부터 줄여봤다. 4인가구치고 액수가 꽤 큰데, 회사에서 쓰는 남편의 업무용 스마트폰 요금(9만원)이 원인이었다.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꼭 알아둬야 할 점은 회사 비용과 가계 지출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가계부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고, 불필요한 잡음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업무용 스마트폰 요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9만원짜리 부부의 요금제도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5만원)로 바꿨다. 이렇게 통신비는 32만원에서 15만원으로 17만원 절감됐다.

다음은 미용비(25만원)다. 본래 미용비는 매월 발생하는 지출이 아닌 만큼 비정기지출로 들어가야 하지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김씨 부부는 정기지출 수준으로 미용비를 쓰고 있다. 남편은 한달에 한번 미용실을 방문하고, 아내도 주기적으로 손톱 관리를 받는다.

외모를 꾸미는 걸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부부의 재무 목표를 위해서 앞으론 횟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부는 미용비를 비정기지출로 옮기고, 1년 예산을 180만원으로 설정했다. 한달에 15만원씩 쓰는 셈이므로 미용비를 25만원에서 15만원으로 10만원 줄인 것이다.

여기까지 계산하면 부부는 통신비 17만원, 미용비 10만원 등 총 2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아직 줄일 것이 더 남아 있다. 88만원씩 내는 보험료, 신용카드 할부금(50만원), 각종 용돈(총 45만원) 등이다. 과연 부부는 재무 목표를 위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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