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화장실만 내 집이고 나머진 은행 집”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대출을 끼고 집을 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길게는 수십년간 갚아나가야 하는 돈이기에 대출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필수다. 좋은 뜻으로 빌렸던 대출이 상황에 따라 순식간에 ‘나쁜 대출’로 바뀌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같은 상황에 처한 한 부부를 위해 재무 솔루션을 세웠다.

좋은 대출이 나쁜 대출로 바뀌지 않도록 평소에 지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좋은 대출이 나쁜 대출로 바뀌지 않도록 평소에 지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인에게 빚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난 대출금이 한푼도 없는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일상에서 쓰는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매달 지불하는 스마트폰 기기할부금도 엄연히 빚이다. 알게 모르게 빚을 졌다 갚았다 하며 살고 있는 거다.

이 때문에 대출에 관해 최소한의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떤 대출이 좋고 나쁜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건 좋은 대출에 속한다. 자산을 불리기 위해 미래를 끌어 쓰는 ‘전략적 선택’이라서다.

반대로 나쁜 대출은 ‘수익이 없는 대출’을 의미한다. 과소비로 불어난 신용카드 할부금이나 흔히 ‘돌려막기’라 불리는 대환대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대환대출은 고금리인 경우가 많으므로 갚아나가기도 쉽지 않다. 자칫하면 수익 없이 자산과 시간만 갉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주의해야 할 건 좋은 대출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나쁜 대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자영업자 김호수(가명·47)씨와 양희나(가명·45)씨가 5년 전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대출(2억5000만원)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당시 부부는 처음 5년은 연 3.4% 고정금리, 그 이후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옵션을 선택했다. 향후 몇년은 금리가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끌어올리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문제는 부부에게 이를 감당할 자금이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휘청였던 남편의 가게를 유지하는 데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넣어서다. 고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두 자녀(13·11)의 교육비, 50대에 접어드는 부부의 노후 준비도 전혀 돼 있지 않았다.

1차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부터 살폈다. 부부의 월 소득은 590만원으로, 남편이 500만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가 9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496만원, 금융성 상품 94만원 등 590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 지출은 0원이었다.

2차 상담에선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봤다. 정기지출을 143만원 절감했고, 효과적인 가계부 관리를 위해 비정기지출에 미용비(월평균 15만원·이하 월평균 기준)·경조사비(5만원)·여행비(10만원)·의류비(5만원) 등 35만원의 예산을 새로 책정했다. 따라서 총지출은 590만원에서 482만원으로 줄었고, 부부는 108만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마지막 상담을 시작해 보자. 현재 부부가 필자와 함께 세운 재무 목표는 ▲대출금 상환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마련 등 3가지다.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목표들이었기에 여유자금이 좀 더 필요했다. 이에 따라 필자는 부부의 금융성 상품(94만원) 중에서 예금(54만원)과 펀드(20만원)를 해지해 마련한 74만원을 활용하기로 했고, 부부의 여유자금은 108만원에서 182만원으로 불어났다.

우선 최우선 목표인 대출금 상환부터 준비했다. 이를 위해 기존 10만원씩 저축하던 적금 액수를 100만원으로 늘렸다. 기준금리 덕분인지 요즘 은행 상품의 이자가 꽤 쏠쏠하다. 마침 상담 당시에 연이율 3.4%의 적금상품이 출시된 것을 확인해 이를 적극 이용키로 했다.

적립식펀드(20만원)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므로 초반부터 목돈이 필요하지 않고,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부부는 일정 수익을 달성할 때마다 대출상환에 쓰는 방식을 반복하기로 했다.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부부는 개인퇴직계좌(IRP)와 연금저축펀드에 각각 15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40대 후반인 부부에겐 공격적인 투자보단 원금 손실을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방식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늘 말하지만 두 상품은 세금 공제에 특화돼 있다. IRP는 연소득 5500만원 기준으로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년에 700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며, 원할 경우 내년으로 공제를 이월할 수도 있다. 연금저축펀드도 400만원 한도 내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아울러 두 상품 모두 세금을 나중에 내는 ‘세제 이연’의 혜택도 갖고 있다. IRP를 예로 들어보자. 일반 직장인의 경우 퇴직 시 받는 퇴직금은 자동으로 개인형 IRP 계좌로 옮겨간다. 이를 한꺼번에 인출하면 당장 퇴직소득세를 모두 내야 하지만, IRP 계좌를 계속 운영하면 퇴직소득세 납부를 일정 기간 미룰 수 있다. 세금 납부로 인한 원금 손실이 없으므로 더 효과적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추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보다 퇴직소득세가 30% 줄어든다. 연금 수령만으로도 30% 수익률을 내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자녀 교육비는 예금(30만원)과 주식투자(12만원)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연일 하락장인 주식 시장 추세를 감안해 주식은 우량주를 소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182만원을 대출금 상환(적금 10만→100만원·적립식펀드 20만원), 노후 준비(IRP 15만원·연금저축펀드 15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예금 30만원·주식투자 12만원) 등에 알뜰히 썼다.

다행인 건 코로나19 국면이 잦아들면서 남편의 사업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보다 수익이 조금만 더 늘면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부부가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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