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탐구
4개월 발맞춤 인터뷰 4편
언더독스 대표-인턴 인터뷰

# 사회혁신 기업과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일반 기업이든 사회혁신 기업이든 반드시 좇아야 할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들이 문을 두드릴 만한 사회혁신 기업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 문제는 사회혁신 기업의 구인난이 여전히 심각하단 점이다. ‘사회적 가치를 좇느라 임금은 적은데 일은 많다’는 고정관념이 채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가톨릭대가 진행하는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과정과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사회혁신 기업을 둘러싼 편견을 떼버릴 수 있는 기회여서다. 

# ‘청년과 혁신기업-4개월의 발맞춤’ 네번째 이야기에선 졸업 후 고시 공부에 매진해온 송하은(27) 청년과 조상래(38) 언더독스 대표가 만났다. 두 사람은 어떻게 꿈을 조율하고 있을까. 

[※참고: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에게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혁신 기업에는 준비된 인재 영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가톨릭대학교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사회혁신 기업 마크스폰ㆍ미더ㆍ소셜밸런스ㆍ아디ㆍ언더독스ㆍ열매나눔재단ㆍ플랜엠 등 7곳(가나다순)과 10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사회혁신 기업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회혁신 기업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 적지 않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언더독스란 사명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기업인가요.
조상래 대표(이하 조 대표) : “언더독스는 창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콘텐츠ㆍ커뮤니티 기업입니다.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초기 단계부터 컨설팅·공간기획 등 창업 후에 필요한 과정까지 모든 것을 가르치고 있어요. 창업교육을 받는 초기 창업자 중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 많아요. 언더독스는 창업교육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 ‘창업교육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음, 다소 낯선 철학으로 들립니다. 
조 대표 : “그런가요? 좀 더 쉽게 설명드릴게요. 사회문제나 환경ㆍ지역 이슈를 해결하려는 창업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사업에 필요한 아이템을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곤 하죠. 우리는 그런 창업가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기업 컨설팅을 통해 사회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죠.”

언더독스의 사업 방식은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시회적기업과는 조금 다르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언더독스가 창업교육을 해준 기업 중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32곳이다(2014년 1월~2021년 11월). 언더독스의 창업교육을 수료한 기업 중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곳은 96곳에 이른다. 창업을 통해 사회혁신을 추구한다는 언더독스의 목표가 현실화한 셈이다. 

✚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이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 대표 : “일단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가면 갈수록 좋은 동료를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때마침 가톨릭대 교수께서 직접 제안을 했고, 사회적 혁신기업을 이해하고 있는 청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죠. 그렇게 만난 송하은 인턴도 매우 잘하고 있어요.” 

송하은 인턴 : “대학을 졸업한 이후 계속 행정고시를 준비했어요. 환경·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시험도 그쪽으로 준비했죠. 하지만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정책을 만드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후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업들은 어떤 곳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그 과정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 언더독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송하은 인턴 :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대표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그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말씀을 듣고 언더독스에서 일하고 싶어졌어요.”

✚ 어떤 내용이었나요. 
송하은 인턴 : “일반 기업이 아닌 사회적기업을 창업한다는 건 내가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터뷰였어요.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는 기업에서 저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죠.” 

✚ 송하은 인턴은 언더독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조 대표 : “이지스 자산운용과 함께하는 ‘이지스 임팩트 스테이지’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공간을 재창출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를 육성하는 사업이에요.”

✚ 송하은 인턴의 능력은 만족스럽나요.
조 대표 : “그럼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언더독스는 하나의 창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작할 때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하니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런 부분에서 송하은 인턴이 크게 활약하고 있어요. 명확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일한다는 칭찬이 자자해요.”

✚ 송하은 인턴도 언더독스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나요. 
송하은 인턴 : “네.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오른쪽)와 송하은 인턴.[사진=더스쿠프 포토] 
조상래 언더독스 대표(오른쪽)와 송하은 인턴.[사진=더스쿠프 포토] 

✚ 처음 접한 일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송하은 인턴 : “언더독스에서 일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언더독스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를 후임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선배들도 업무를 지시할 때 이전 사례를 빗대서 세심하게 가르쳐주고요. 일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 그럼 송하은 인턴은 지금 맡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하나요? 
조 대표 : “네. 언더독스의 구성원은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일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집중해 일하는 시스템입니다. 송하은 인턴이 맡은 프로젝트의 규모가 꽤 커서 이번 사업만 전담해서 일할 것 같아요.”

✚ 송하은 인턴 입장에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을 듯한데요.  
송하은 인턴 : “대표님 말씀처럼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기간이 길고 규모도 커요. 그만큼 그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이 매우 많고 다양해요. 선배들의 업무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인턴십 프로그램의 취지처럼 자신의 커리어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요.
송하은 인턴 : “네. 하나의 키워드를 구체화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드는 예비 창업가를 많이 만났어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막연했던 개인적인 목표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시간을 보냈죠.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송하은 인턴처럼 회사와 맞는 인재를 찾는 게 어렵지 않나요? 언더독스도 그런가요. 
조 대표 : “네. 최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일단 지원자가 크게 줄었어요. 이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혁신기업도 겪는 어려움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지원자를 만나봐야 우리와 맞는 인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지원자를 만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 지원자가 많으면 쉽게 채용할 수 있나요. 
조 대표 : “물론 아닙니다. 우리 회사와 맞는 인재인지 살펴야 해요. 사회적기업의 특성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죠. 이런 면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의 장점은 뚜렷해요. 안심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 아직까지 사회혁신 기업은 ‘보수는 적고 일은 많이 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은 듯해요. 이 때문에 구인난이 더 심화한 건 아닐까요?
조 대표 : “사실이에요. 그래서 언더독스는 철저하게 사업가 스타일의 인재를 추구하죠. 창업교육을 하는 곳이 돈을 벌지 못하면 예비 창업가를 설득할 수 없어요. 구성원이 적절한 보상을 받아 갈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도 이런 이유예요.” 

✚ 길지 않은 인턴 기간 송하은 인턴이 무얼 얻어갔으면 하시나요. 
조 대표 : “창업 시장엔 다양한 사회문제와 이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둘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창업도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니까요.”

송하은 인턴 : “그런 점이라면 충분히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제게 창업은 낯선 존재였어요. 고시공부와 창업은 어울리지 않는 주제거든요. 인턴으로 일한 지 고작 두달가량 지났을 뿐이지만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창업가를 많이 만났어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제 시각도 그만큼 넓어졌을 것으로 기대해요.” 

✚ 인턴 채용 전 받았던 교육이 인턴 생활에 도움이 됐나요.
송하은 인턴 : “네, 사회적기업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와 해결책 등을 말씀해 주셨죠. 사회적기업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가는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인가요.
송하은 인턴 :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간의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해요. 공식적으론 한달에 한번 네트워킹 데이를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비공식적으로도 자주 연락하고 있죠. 사회혁신 기업에 관심이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수확인 것 같아요.” 

✚ 사회혁신 기업을 향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나요.
송하은 인턴 : “네. 사회혁신 기업에서 인턴 과정을 밟으면서 사회적기업이 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는지 배웠어요. 막연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는 착한 기업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죠. 업무 능력과 역량이 커야 사회혁신 기업에서 일할 수 있어요. 커리어업을 원한다면 사회혁신 기업에서 일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 대표 :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기업과 사회혁신 기업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질 거예요. 사실 그 구분이 무의미하기도 해요.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기업이든 사회적기업이든 좇아야 하는 철학이니까요. 다만, 사회혁신 기업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높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강서구·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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