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탐구
4개월 발맞춤 인터뷰 6편
마크스폰 대표-인턴 인터뷰

#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이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기업들은 너나 없이 ESG 경영을 내세우고, 친환경 성과를 홍보한다. 투자자들은 ESG를 강력한 기업 평가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 ESG는 취업을 앞둔 청년에게도 중요한 가치가 됐다. “입사 지원할 때 기업의 ESG 경영 활동 여부도 고려한다(61.1%ㆍ잡코리아 조사)”는 청년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ESG에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꿔 말하면, 기업이 ESG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면 고용도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 그런데 기업이 막상 ESG를 실천하다 보면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가령,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ESG 전담 조직을 갖출 여력이 없는 중견ㆍ중소기업으로선 더 난감한 상황이다. 

# 마크스폰은 ESG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 기업을 돕는 ESG 컨설팅 기업이다. 이 회사는 주요 기업의 ESG 프로젝트를 100건 이상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ESG 평가와 공시를 요구받는 기업이 늘면서 마크스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근엔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 김하은 인턴과 권재연 인턴이다. ‘청년과 혁신기업-4개월의 발맞춤’ 여섯번째 이야기는 한정원 대표와 두 인턴에게서 들어봤다.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의 취지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에게 사회혁신 분야에서 일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혁신 기업에는 준비된 인재 영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가톨릭대학교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교보생명 비영리부문 공익활동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사회혁신 기업 마크스폰·미더·소셜밸런스·아디·언더독스·열매나눔재단·플랜엠 등 7곳(가나다순)과 10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마크스폰은 기업들의 ESG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마크스폰은 기업들의 ESG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마크스폰은 기업들의 ESG 경영을 돕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간 100개가 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ESG 컨설팅을 담당했다고요.
한정원 대표(이하 한 대표) : “앞으론 작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2030년부턴 모든 상장사가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큰 기업이야 진작부터 하고 있었으니까 노하우가 쌓였지만, 리소스가 부족한 작은 기업은 어떨까요. 전담 임원과 조직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ESG 공시 의무는 큰 부담일 거예요.”

✚ 중소기업의 ESG 컨설팅을 일일이 맡는 게 쉽진 않을 텐데, 방법이 있나요.
한 대표 : “지난해 말 ESG 지표 공시 플랫폼인 ‘EDK’를 론칭했습니다. 기업 스스로 ESG 데이터를 쉽고 편리하게 관리하는 플랫폼인데, 기존 보고서 발간 대비 10% 수준으로 비용을 낮춘 게 특징입니다. ESG 공시에 필요한 사항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쉽습니다.”

✚ 그래도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손이 모자라겠어요. 조직 구성원을 사회혁신 커리어업 인턴십 프로그램(이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서 충원한 건 그래서일까요. 
한 대표 : “ESG 분야엔 경력자가 많지 않아요. 마크스폰을 처음 창업할 땐(2008년) ESG란 개념도 통용되지 않았죠. 청년세대를 채용해서 ESG 전문가로 육성하는 것도 우리 회사의 비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더라구요. 왜 우리 회사에 왔느냐고 물어보면 답변이 좀 추상적이었어요.”

✚ 그 답변이 궁금하네요. 
한 대표 : “대부분 ‘경영에 ESG가 중요하니까요’ ‘다들 ESG, ESG 하니까요’라는 답이었어요.” 

✚ ESG가 유명해진 게 ‘추상적’인 답의 배경이 됐군요. 
한 대표 : “그게 나쁜 건 아닌데, 관점의 차이인 거죠. 다만, 진짜 ESG를 하고 싶은 사람이 우리 조직에 들어오면 다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채용 루트를 다르게 해보려고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했죠. 사회혁신에 관심이 큰 친구라면 마크스폰의 업무를 진지하게 대할 것이란 판단에서였습니다.”

✚ 함께 일한 지 한달 반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판단은 들어맞았나요.
한 대표 : “그럼요. 관점이 다르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은 짧지만, 오랜만에 ESG 영역에 이해도가 높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 인턴 사원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나요.
김하은 인턴 사원(이하 김하은 인턴): “저는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는데, ESG 컨설팅은 그런 면에서 잘 부합했습니다. 가치 사슬 전반을 다양하게 고려하면서 기업 경영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일이잖아요.”

권재연 인턴 : “평소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 경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요소를 정량적이든 정성적이든 간에 지표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고 싶었어요. 마크스폰이 이 분야에선 전문성이 뛰어난 업체란 얘길 듣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권재연 인턴(왼쪽)과 김하은 인턴, 한정원 대표.[사진=더스쿠프 포토]
권재연 인턴(왼쪽)과 김하은 인턴, 한정원 대표.[사진=더스쿠프 포토]

✚ 요즘은 ESG 팀을 따로 조직하는 기업도 많잖아요. 굳이 컨설팅 업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하은 인턴 : “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ESG 경영 체계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컨설팅을 받은 기업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권재연 인턴 : “학생 땐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기업의 변화를 직접 유도하는 ESG 컨설팅에 어떤 매력이 있을지 궁금해서 지원했습니다.”

✚ 지금 마크스폰에선 어떤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김하은 인턴 : “진단팀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경영 평가, 지속가능 관련 보고서 발간 업무를 지원하는 중이죠.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의 정성평가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권재연 인턴 : “저는 주로 기업 내부에 인권 리스크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했어요. 실태조사와 체크리스트 작업을 했습니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경영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료도 함께 공유했죠.”

✚ 한 대표의 설명대로 정말 남다르게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대표 : “ESG가 경영 문화의 주류가 됐잖아요. 데이터나 사례가 과거보다 많아졌으니까, 진입장벽이 낮아졌어요. 무엇보다 인턴분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워낙 이 영역을 좋아하는 청년들이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눈에 띕니다.”

✚ 업무 과정에서 나름의 인사이트도 얻었겠어요.
김하은 인턴 :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ESG 경영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임직원과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합니다. ESG 경영이 확대된다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권재연 인턴 : “저도 하은 인턴과 생각이 비슷한데요. ESG 경영은 궁극적으로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가치사슬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줘요. 그 기업의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높임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란 걸 느꼈습니다.”

✚ 한 대표는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든 선배 경력자잖아요. 앞으로도 사회혁신 영역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두 청년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한 대표 : “사회혁신에 관심 많은 청년이 이 분야에 진출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사회가 변하는 걸 눈으로 보고 싶고 직접 참여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거든요. 가령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기업에 조언해도, 경영진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죠. 고객사를 강하게 압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난감한 상황이네요.
한 대표 : “지금은 ESG의 가치와 효과를 이해하는 경영진이 많아서 이런 케이스가 많진 않아요. 그럼에도 고객사가 원하는 ESG와 사회가 원하는 ESG가 다른 경우는 여전히 숱하죠.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젊은 친구들도 많아요. 이를 잘 조율하는 게 ESG 컨설턴트의 중요한 역량인 것 같아요. 두 인턴이 지금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 이런 프로그램이 후속으로 진행된다면, 또 참여할 의향이 있나요.
한 대표 : “그럼요. 아직 우리 업계엔 인재풀이 부족해요. ESG를 원하는 기업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ESG를 학습하고 경험한 청년은 많지 않아요. ESG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SG의 개념과 명확한 기준,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ESG 간판만 붙여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 이 프로그램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겠군요.
김하은 인턴 : “일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체감했어요.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마크스폰에서 체험한 이 뿌듯함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권재연 인턴 : “인턴 활동을 통해 사회혁신이 저한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가 더 확고해졌어요. 그간은 막연하게 추구했거든요. 아직도 업무가 어렵고 낯설긴 한데,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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