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 금리’ 위험 피하려면…
증권 미발행과 위험요인
MBS 발행 여부가 관건

기준금리 인상의 공포는 이자 부담으로 다가온다. ‘집’이 전 재산인 사람들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을 잃으면 파산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부와 시중은행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안심전환대출이지만, 이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문턱이 높다는 지적에 최근 대상자를 늘렸지만 그만한 ‘그릇’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 금리로 인한 부담을 고정 금리로 완화해준다.[사진=뉴시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 금리로 인한 부담을 고정 금리로 완화해준다.[사진=뉴시스]

누군가에겐 숨통이 트이는 결정이었다. 10월 27일 있었던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안심전환대출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천에서 시세 5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사들였던 직장인 김민철(가명)씨에게도 희소식이었다. 2021년 11월 국내 기준금리는 1.0%였지만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는 3.0%로 2.0%포인트 인상됐다. 

가파른 인상폭이었다.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고 기준금리는 인상되는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한 아파트 대출 이자는 민철씨에게 큰 부담이었다. 이런 민철씨에게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이 시세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승한 건 분명한 기회였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출 지원 정책이다. 금리상승기에 원리금이 불어나는 걸 막아주는 게 골자인데, 정부가 2015년 가계 대출 구조개선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 2019년에도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았고 올해 7월에도 1차 신청을 받았다. 

물론 빚 있는 모든 가구에 적용하는 대출은 아니다. 정부가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부부 합산 소득 기준 1억원 이하(기존 7500만원 이하), 주택 가격 시세 기준 6억원(기존 4억원)이어야 한다. 최대 대출 전환 한도액은 3억6000만원(기존 2억5000만원)이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더라도 고정 금리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다면 신청할 수 없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3.7~4.0%다. 금융채 5년 기준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변동 금리)가 7.25%라는 걸 감안하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을 때 줄어들 이자 비용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대출받은 사람이 내야 하는 이자가 줄어들면 은행 입장에선 손해다. 은행이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빌려줄 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출을 할 때 은행 역시 돈을 조달해와야 한다.

이때 은행이 내야 하는 이자(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보다 개인에게 빌려준 대출금리가 더 낮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날리는 셈이다. 비싸게 사 온 물건을 싸게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출 리 없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로 낮아진 금리의 부담을 지는 건 한국주택금융공사(HF)다. 그럼 HF가 과감하게 대출 이자를 줄여줄 수 있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HF는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자금을 주택저당증권(MBSㆍMortgage Backed Securities) 발행으로 충당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시세 5억원 주택에 2억원 대출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은행은 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잡는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주택저당채권이다. 채권자인 은행이 대출금인 2억원과 그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출 기간 은행은 자신의 돈인 ‘2억원(원금)+이자’를 사용할 수 없다. 

여기에 HF가 끼어든다. HF는 대출금 회수권리(주택저당채권)를 사들이고 이를 기초로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한다. 그다음 투자자들에게 이 증권을 판다. 원래 은행이 받을 수 있는 ‘2억원+이자금액’보단 적지만 한번에 돈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들어오는 돈은 ‘2억원’이 묶여 있어 쓸 수 없던 은행에 돌아간다. 은행 대신 HF가 부담을 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다.

이런 장점에도 안심전환대출은 여태까지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청 기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안심전환대출 신청률을 지적했다. 

지난 9월 15일 첫발을 내디딘 1단계 안심전환대출 신청 액수가 한달여가 흐른 10월 13일 기준 (안심전환대출로 잡아 놓은) 전체 금액(25조원)의 13.2%에 불과했다는 거다.[※참고: 주택 가격 4억원을 기준으로 진행한 1단계 안심전환대출 신청률은 11월 2일 최종 16.0%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문턱을 낮춘 안심전환대출은 얼마나 많은 주택에 적용될 수 있을까. 안심전환대출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KB부동산 시세로 6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를 확인해봤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면적별ㆍ타입별로 구분하면 총 1만6589개다. 


10월 28일 기준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4억원 이하(기존 기준) 아파트는 891개다. 전체 아파트(이하 면적별ㆍ타입별)의 5.7% 수준이다. 이를 안심전환대출의 새 기준인 6억원 이하로 높이면, 아파트 유형은 2663개로 늘어나고, 비중은 16.1%로 커진다. 

여기서 4억원을 이하를 빼면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결정으로 새롭게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에 오른 아파트의 수와 비중이 나오는데 각각 1772개(2663개-891개), 10.7%다. 

안심전환대출의 곳간인 MBS 발행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안심전환대출의 곳간인 MBS 발행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엔 소득 기준에서 기인한 변화를 살펴보자.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소득 기준을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했으니, 대상 가구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2021년 기준 연 소득 7000만원 미만 가구는 68.2%였다.

이를 1억원 미만으로 문턱을 낮추면 대상 가구 비중이 84.4%까지 상승한다. 2021년 소득 기준을 적용한다면 안심전환대출을 새롭게 신청할 수 있는 가구가 16.2%포인트 커진 셈이다. 

적지 않은 변화지만 문제도 있다. 문턱을 낮췄어도 그 너머에 돈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HF의 MBS 발행 실적이다. 2021년 HF가 발행한 MBS는 1분기 9조569억원, 2분기 12조4230억원, 3분기 7조2663억원, 4분기 5조5192억원이었다.

HF가 2022년 발행한 MBS는 1분기 5조5312억원, 2분기 5조5123억원, 3분기 3조3283억원으로 전년 분기 대비 평균 49.6%씩 발행 규모가 줄었다. 여기에 10월 MBS는 발행 실적조차 없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채권 발행이 안 된다면 안심전환대출 자체가 어려워져 목표했던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낮아진 안심전환대출의 문턱은 제 몫을 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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