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과소비 낳는 단골손님 배달요리
귀찮아도 직접 요리해 먹어야

배달음식 먹는 게 소소한 일 같지만, 월 지출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배달음식만 줄여도 월 30만원을 족히 줄일 수 있다. 여기 한 자영업자의 사례도 그렇다. 사업이 잘되지 않아 대출을 받을까 걱정하면서도 주말이고 평일이고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잦은 배달음식 주문은 지출을 불리는 원인 중 하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잦은 배달음식 주문은 지출을 불리는 원인 중 하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는 ‘부동산’이다. 세를 놓거나 오를 때까지 묵혔다가 차익을 실현하는 등 확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상중(가명·55)·이나희(가명·54) 부부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직원이 1명밖에 없지만 한때 ‘잘나가는 쇼핑몰 CEO’였던 박씨는 쇼핑몰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출금을 더해 오피스텔(시세 2억5000만원)을 매입했다. 이 오피스텔은 제조업·IT·교육 등 다양한 산업시설이 몰려있는 이른바 ‘아파트형 공장’에 있는데, 입지가 좋아 월세 수익이 꽤 쏠쏠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나간 후 장기간 공실을 면치 못하면서 박씨의 오피스텔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가뜩이나 쇼핑몰 사업도 잘 되지 않는 마당에, 오피스텔까지 말썽을 피우니 박씨로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대로 두고만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인지 박씨는 아예 오피스텔을 팔고 새로운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박씨가 생각한 창업 아이템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1인 세신숍’이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중목욕탕을 대체하는 1인 세신숍 수요가 늘어났다는 게 박씨의 분석이었다. 박씨는 아내 이씨가 이 사업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결사반대 중이다. 세신숍이 뭔지 모를뿐더러 행여나 사업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힘들게 모아 놓은 노후자금이 날아갈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오피스텔을 지금 팔아 대출금을 갚고 노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서 답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상담에서 필자가 살펴본 부부의 가계부 상태는 이렇다. 앞서 얘기했듯 쇼핑몰을 운영하는 부부의 월소득은 총 290만원이다. 남편이 생활비 명목으로 250만원을 내고, 성인인 두 자녀(28·26세)가 매월 40만원씩 지원한다.

지출은 정기지출 258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17만원, 금융성 상품 15만원 등 290만원이다. 적자 없이 소득을 모두 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상담에서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는 ▲오피스텔 활용 방안 결정 ▲노후 준비 ▲두 자녀의 결혼자금 마련이다.

그전에 1인 세신숍 창업을 응원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출이 껴 있는 만큼 오피스텔을 판다 해도 대출금을 갚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1인 세신숍으로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비용이 만만찮을 게 분명하므로 또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을 받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창업해야 할 정도로 1인 세신숍이 획기적인 아이템인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을 들어 박씨를 설득했고, 박씨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해 창업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럼 이제부터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해보자. 먼저 매월 22만원씩 쓰는 통신비를 살펴봤다. 성인인 두 자녀가 각자 생활비를 벌어 자기 지출을 알아서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액수가 과하다.

과도한 통신비의 원인은 역시나 스마트폰 할부금이었다. 얼마 전 고가의 스마트폰을 장만한 부부는 할부금에만 월 7만원을 내고 있다. 할부금엔 할부 수수료란 ‘빚’이 포함돼 있으므로 빨리 갚을수록 이득이다.

이 부분은 박씨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생활비(250만원)를 지급하고 남은 돈을 차곡차곡 모아뒀었는데(총 700만원), 이를 일부 쓰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비자금’을 공개한 셈이다. 또 스마트폰 요금제(각 8만원)도 4만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로 교체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통신비를 22만원에서 7만원으로 15만원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식비·생활비(85만원)도 통신비와 같은 이유로 줄일 필요가 있다. 아내가 가정주부임에도 부부는 주말마다 외식을 즐기고, 평일에도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배달료가 많이 드는 배달음식은 돈을 절약할 때 가장 피해야 할 지출이다. 앞으론 배달음식과 외식 횟수를 줄이고 아내가 직접 요리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식비·생활비도 85만원에서 50만원으로 35만원 줄어들었다.

이렇게 부부는 통신비에서 15만원(22만→7만원), 식비·생활비 35만원(85만→50만원)을 줄여 총 50만원을 줄였다. 여유자금이 50만원 늘어난 셈이지만 40만원씩 쓰는 모임회비, 여행비 12만원 등 아직 절약해야 할 항목이 몇 개 더 있다. 박씨 부모님께 드리고 있는 용돈(20만원)도 어렵겠지만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비정기지출을 정기지출과 제대로 구분해두지 않은 것도 정리해야 한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소개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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