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경험이 없는 신사업을 론칭하는 건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경험이 없는 신사업을 론칭하는 건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쇼핑몰 사장님이 있다. 중소기업 부럽지 않은 규모로 사업을 운영해봤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반면 그의 아내는 결사반대 중이다. 새 사업의 리스크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사업 아이템이 듣도 보도 못한 ‘1인 세신숍(속칭 여성 전용 때밀이숍)’이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우리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스마트폰으로 ‘요즘 뜨는 쇼핑몰 CEO’란 기사를 읽던 박상중(가명·55)씨가 중얼거렸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 또한 ‘잘나가는 쇼핑몰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10년 전, 회사를 박차고 나온 박씨는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어 온라인 쇼핑몰을 차렸다. 이후 사업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회사는 어느새 60명 가까이 되는 직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생활용품부터 아이들 장난감, 각종 동호회 용품 등 박씨의 쇼핑몰엔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쇼핑몰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박씨의 쇼핑몰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난 데다, 대기업까지 이 틈새시장에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계속된 적자로 사업 규모를 줄여야만 했다. 지금은 직원 1명만 둔 채 일부 단골고객을 대상으로 조그맣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 이나희(가명·54)씨도 회사가 한창 바쁠 땐 박씨의 사업을 거들었다. 하지만 회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하자 곧바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 생활을 했다. 점점 쪼그라드는 회사를 보면서 좌절하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외벌이 부부를 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신문의 구인·구직란을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됐다.

문제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부부가 각자 딴마음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남편은 온라인 쇼핑몰을 폐업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1인 세신숍’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하고 맞춤형 서비스 수요가 보편화되면서 개인적인 공간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는 게 박씨의 분석이다.

창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박씨는 현재 전세(3억5000만원) 아파트 외에 작은 오피스텔을 회사 매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팔아 창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여성 전용 숍인 만큼 박씨는 아내가 이 사업을 도맡아주길 원하고 있다.

이런 박씨의 의견을 들은 아내는 아연실색했다. 남편이 지금 하는 쇼핑몰 사업에만이라도 집중해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듣도 보도 못한 1인 세신숍이라니, 리스크가 커도 너무 커 보였다.

오피스텔에 관해서도 남편과 생각이 달랐다. 오피스텔을 팔아 매입 때 빌렸던 대출금을 갚고, 남은 돈은 노후 준비에 쓰길 원한다. 이렇듯 생각이 전혀 다른 부부는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고, 고민하던 중 재무상담을 통해 답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부부가 고민 중인 재무 이슈는 총 3가지다. 첫째는 오피스텔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할지 아님 사업을 확장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노후 준비다. 현재 남편의 회사에서 국민연금을 대신 내주고 있는데, 부부는 이것만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마지막은 두 자녀의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두딸(28·26세)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뭐라도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부부는 딸 1명당 2000만원씩 총 4000만원을 지원해주고 싶어 한다.

그럼 부부의 재정은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상태일까. 한번 살펴보자. 언급했듯 외벌이를 하는 부부의 월소득은 총 290만원이다. 남편이 생활비 명목으로 250만원을 내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두딸이 매월 4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6만원, 식비·생활비 85만원, 통신비 22만원, 보험료 11만원, 교통비 15만원, 아내 용돈 20만원, 모임회비 40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병원비 7만원, 여행비 12만원 등 258만원이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명절비(연 100만원), 자동차보험·세금(연 110만원) 등 210만이다. 한달에 평균 17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청약종합저축(10만원), 비상금용 예금(5만원) 등 15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총 290만원을 쓰고 있다.

 

적자는 없지만, 저축을 거의 하지 않는 부부로선 앞서 언급한 3가지 재무 이슈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부부의 가계부엔 문제가 꽤 많다. 일단 한달에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정기지출에 비정기지출인 ‘여행비’가 있다는 게 눈에 띈다.

박씨는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자주 간다”면서 “그때 외식을 하거나 여러 비용을 지출하는 데 여행비를 쓴다”고 답했다. 부부의 금실에 도움이 되니 여행을 아예 막을 순 없겠지만, 지출을 줄이기 위해선 반드시 줄일 필요가 있었다.

줄여야 할 지출은 이뿐만이 아니다. 85만원에 달하는 식비·생활비도 해결해야 한다. 두 자녀는 독립해 부부와 떨어져 살고 있으므로, 사실상 부부 둘이서 85만원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40만원이나 쓰는 모임회비도 손봐야 한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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