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양봄 작가 기획展

Love, 130.3×141㎝, Metallic and Acrylic Paint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Love, 130.3×141㎝, Metallic and Acrylic Paint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최근 다양한 장르와 테마를 추구하는 갤러리가 속속 생기고 있다. 지금이 경기침체기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필자는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생 갤러리가 개관한다는 건 나름의 비전을 갖고 있는 컬렉터들이 많다는 방증이어서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신생 갤러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 성장가도를 내달린 1980~1990년대 흔적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문래동,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문래동은 예술과 무관한 곳이었다. 크고 작은 공장이 많았다. 사실 지금도 그런 편이다. 성수동 역시 인쇄·신발·설탕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던 공장지대였다. 지금의 성수동은 이런 과거의 매력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면서 맛집과 인스타그램의 성지로 거듭났다. 

필자는 제조업이 융성했던 곳에 예술공간 갤러리가 생긴다는 것 자체를 눈여겨보고 있다. 고급스러운 청담동, 전통의 인사동에 전시공간이 몰려있던 것과는 다른 상황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이끄는 주체가 MZ세대라는 점도 재밌다. 최근 한국의 1조원대 미술시장을 열어젖힌 세력도 60대 이상의 컬렉터가 아닌 20~40대 MZ세대였다. 미술계도 이제 변화의 소용돌이로 진입한 듯하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하려는 ‘더블하이트갤러리’는 이런 혁신을 상징하는 갤러리다.

Beloved 02, 38.5×28㎝, Metallic and Acrylic Paint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Beloved 02, 38.5×28㎝, Metallic and Acrylic Paint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더블하이트갤러리는 12월 21일까지 양봄 작가의 ‘Dear Beloved, 만난 적 없는 우리’를 진행한다. 양봄 작가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공통의 소통방식을 탐구하는 회화를 추구한다. 유년 시절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본질이 그의 예술 기반이다. 

양 작가는 음악·예술·음식 등 문화적 요소들이 개인의 감각이나 감수성뿐만 아니라 공통의 공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공유의 언어로서의 회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개성이 넘치면서도 상호간의 공감을 유도한다. 

“얼굴을 그리지 않고 얼굴을 그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각기 다른 모습의 인물화 20여점은 특정한 개인을 연상시키지 않는다. 보는 이들의 삶과 심상에 따라 20여개의 심리적 공간으로 작용한다. 이런 심리적 공간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만났던 기억, 그리움, 오랜 우정을 떠올린다. ‘타인은 곧 우리의 기억이 갖는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느껴진다. 

Bells of Silence.2, 215×132㎝, Acrylic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Bells of Silence.2, 215×132㎝, Acrylic on Cotton.[자료=더블하이트갤러리 제공]

양 작가의 인물화는 아름다운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된 이전의 그림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색채와 선으로만 이뤄진 타인의 기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공허함보단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어려운 인간관계를 기억의 공간으로 여긴다면 여러 감정에 초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런 점에서 양 작가의 전시를 추천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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