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업 재개 선언했지만…
떠난 직원 남은 직원 모두 상처
사업 정상화는 경영진 의지의 몫

푸르밀이 사업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11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사진=뉴시스]
푸르밀이 사업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11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사진=뉴시스]

손바닥 뒤집듯 사업종료 선언과 철회를 반복했다. 범凡롯데가로 알려진 유업체 ‘푸르밀’의 이야기다. 남은 직원들은 사업종료 철회로 한숨을 돌렸지만, 그사이 11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숱한 대리점이 계약종료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다시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푸르밀 경영진에 ‘혁신 의지’가 있느냐다. 

다니던 회사의 경영난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지난 한달간 이 끔찍한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유업체 ‘푸르밀’ 직원들이다. 10월 17일 갑작스레 ‘사업종료’를 발표한 푸르밀은 한달여 만인 11월 10일 사업종료를 철회했다. 푸르밀 직원과 대리점,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여론이 악화한 게 변수로 작용했다.

당초 푸르밀은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간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가 누적됐다”면서 “11월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일반직·기능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업종료 시점 불과 50일 전의 통보. 사측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350여명의 임직원과 500여개 대리점, 100여개 운송업체, 25곳의 낙농가 농민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노조 측과 4차례 교섭 끝에 푸르밀이 사업 유지를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그사이 직원과 대리점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했다.

더욱이 푸르밀은 사업 재개 조건으로 인력 30% 감축을 내걸었고, 계획대로 지난 14일까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본사와 공장(전주·대구) 직원 110여명이 11월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이들에게 쥐인 건 통상임금·상여금 2개월분(기능직은 월급 6개월분)이 전부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에선 회사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면서 “반면 공장에선 정년을 채우고 싶지만 불가피하게 떠나게 된 직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리점도 유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푸르밀 제품을 공급하는 위탁대리점은 일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전체 대리점의 절반가량인 위탁대리점은 푸르밀 본사가 계약을 맺은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추진하면서 유통업체와 맺은 납품 계약이 모두 종료됐다. 푸르밀 대리점주는 “위탁대리점은 푸르밀과 1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로 일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푸르밀은 원유 등 원부자재 공급 계약도 중단한 상태여서 사업 정상화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참고: 푸르밀은 낙농진흥회와 직속 납유 농가로부터 원유를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해 왔다. 현재 원유 납품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낙농진흥회와의 계약은 종료된 상태다. 사업 정상화까지 일부 제품의 생산 중단과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푸르밀 측은 “11월까지 부서 통폐합, 인수인계 등을 마치고 12월부터 사업계획을 세워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다. 푸르밀의 경영 정상화는 경영진의 의지에 달려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유업계가 어렵다곤 하지만 실적 개선에 성공한 업체들은 얼마든지 있다. 동종 업종인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2019년 1조3933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조5519억원으로 11.3% 늘었다. 빙그레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이 30.6%(8783억원→1조1474억원) 증가했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1조843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푸르밀도 2018년 오너 2세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하기 전까지 전문경영인 체제하에 2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꾸준히 영업이익도 내왔다. ‘검은콩우유’ ‘가나초코우유’ ‘바나나킥우유’ ‘비피더스’ 등 나름의 히트 상품도 보유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신 대표가 취임한 그해부터 영업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99억원으로 2018년(2301억원) 대비 2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3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4년의 누적 영업적자는 339억원까지 늘어났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하는 건 임직원뿐만 아니라 푸르밀 경영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푸르밀의 또 다른 문제는 숱한 대리점이 일감을 잃었다는 점이다.[사진=뉴시스]
푸르밀의 또 다른 문제는 숱한 대리점이 일감을 잃었다는 점이다.[사진=뉴시스]

하지만 푸르밀이 혁신의 고삐를 쥘지는 알 수 없다. 푸르밀 대리점주 B씨는 “본사가 사업을 정상화한다고 한 만큼 기다리고 있지만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면서 “행여 ‘사업을 정상화하려 했지만 어렵게 됐다’며 다시 사업종료나 폐업을 선언하는 건 아닌지 여전히 불안한 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변호사는 “푸르밀이 사업종료 철회를 선언하면서 직원들의 고용이 유지됐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기업은 결국 고용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푸르밀 직원 C씨는 “이번 일로 떠난 직원 남은 직원 모두 상처를 받았다”면서 “이제 회사가 나서서 신뢰를 주고, 어떻게 경영을 개선할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연 푸르밀 오너는 직원들의 외침을 듣고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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