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임수 ㈜더블유지에스 대표
반도체 공정진단 솔루션 개발
실시간 데이터 저장하고 분석

반도체 공정에서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정작 업계에선 아직 응답이 없다. 매출 실적이 없고 회사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유임수(39) ㈜더블유지에스(WGS) 대표는 언젠가 이 기술이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할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아직은 외로운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유임수 대표는 반도체 공정진단 기술이 빛을 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유임수 대표는 반도체 공정진단 기술이 빛을 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최근 좋은 소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팁스(TIPSㆍ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용사인 한국과학기술지주로부터 사업성을 인정받아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내년에는 팁스에 지원하려고요.”

✚ 2020년에 창업하셨죠? 창업 2년 만에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네요.
“그런가요?(웃음) 우린 2020년 9월 경기도 수원의 작은 사무실에서 1인 기업으로 출발했어요. 지금은 14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고요. 그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11기)를 졸업하고 벤처기업 인증(2021년)을 받았습니다. 기업부설연구소(2021년)도 설립했고요. 누적 매출은 13억원가량 됩니다.” 

✚ 창업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셨나 봅니다.
“기술력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더블유지에스는 반도체 공정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유임수 대표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분야에서 11년 동안 OES (Optical Emission Spectroscopyㆍ광방출분광법) 기술을 활용해 플라즈마(plasma)를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장비의 공정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 좀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에선 플라즈마라는 걸 사용해요. 어떤 가스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효과를 내죠. 가령, 반응이 멈췄을 땐 색이 변하지 않아요. 이를 이용해 ‘식각(etching) 종료점’을 진단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반도체 제조는 웨이퍼 제조→산화→포토공정→식각→박막증착(이온주입)→금속배선→EDS(불량검사ㆍ보수)→패키징 공정을 거친다. 그중 식각은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 창업 전부터 기술개발에 힘을 쏟으셨다는 거군요. 그런데 창업시장에 도전한 이유는 뭔가요? 
“우리나라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조 장비의 80% 이상이 외국산입니다. 그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업계에서도 국산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론 이뤄지지 않았죠. 어떻게 하면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업계에서 외국산 장비를 쓰는 이유는 뭔가요? 가격 때문인가요, 아니면 안정성 때문인가요?
“제가 직접 국산 장비와 선진 장비를 진단해 봤습니다. 같은 센서로 진단을 해보니 국산 장비에서 나오는 신호는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반면 선진 장비는 안정적이었고요.”

✚ 안정성이 문제군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누가 진단하더라도 안정적인 성능이 나오는 기술을 만들자’라는 거였습니다. 진단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적용한다면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진단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반도체는 첨단기술인데 그 제조ㆍ설비의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진단하려는 업체가 많이 생겨났지만 잘 안 됐습니다.”

✚ 이유가 뭐죠?
“아주 작은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작은 변화요?
“제조 공정에서 순간적으로 데이터가 변하면 이벤트(아크)가 나타납니다. 그걸 감지하려면 그것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죠. 저희 더블유지에스는 125㎒로 실시간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프리콰이(freqAI)’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 지금껏 비슷한 기술이 없었나요?
“기존 기술들은 기계에서 데이터를 읽는 데까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저장하지 못했어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죠. ‘불량? 버리지 뭐.’ 그래 왔어요. 하지만 앞으로 2나노, 3나노 등 점점 더 어려운 반도체 공정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럴수록 장비도 지금보다 훨씬 비싸질 수밖에 없고요. 불량 몇개 발생했다고 수천억원짜리 장비를 버릴 수 있나요. 그걸 빠르게 감지해서 불량을 없애야죠. 그게 우리가 하려는 일입니다.”

✚ 언뜻 듣기만 해도 매우 어려운 기술 같습니다.
“처음엔 쉬울 줄 알고 뛰어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또 어려워서 다행입니다.”

✚ 어려워서 다행이라니요?
“사업화에 성공하면 따라잡으려는 후발주자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기술이 워낙 어려워서 당장 따라오긴 어려울 거 같아요.”

✚ 현재 더블유지에스의 기술을 적용한 곳이 있나요?
“평가용으로 장착해 놓은 곳은 있는데 아직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 그럼 아직 매출이 없단 얘긴가요? 앞서 누적 매출이 13억원이라고 하셨어요.
“돈을 벌고는 있지만 원래 하려던 일로 버는 건 아닙니다.”

✚ 음,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네요. 
“현장이나 기업에 가서 저희 기술을 설명하면 하나같이 ‘실적을 갖고 와라’ ‘회사 인지도가 좀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해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들로선 1년 뒤 우리가 망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도전하는 업체가 우리 말고 더 있다면 ‘아, 되는 사업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텐데, 없거든요. 우리만 보고 투자하자니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 그렇겠네요. 기업으로선 투자하는 거니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싶겠죠.
“창업해서 기술을 개발하면 한개라도 사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회사 규모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지 않으면 구매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말도 숱하게 들었어요.”

✚ 스타트업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이죠. 이제 시작했는데, 실적이 어떻게 있겠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습니까. 일단 신뢰는 정부 과제를 통해 차근차근 해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 과제를 계속 수행했어요. 1년에 2~3개 이상은 꼭 해보려고 했죠. 물론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요.”

✚ 따로 생존 전략을 세워놓고 계신 거군요.
“지금 주로 하는 건 머신 비전(Machine Vision)이라는 분야입니다. 카메라로 제품의 불량을 검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2차전지의 표면에 있는 불량을 검사하는 거죠. 그게 현재의 주 수입원입니다. 그 외에도 잉크젯 제어 소프트웨어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 아주 연관이 없는 일을 하는 건 아니었군요.
“그럼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공정 관련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ㆍ개발하고 있습니다. 창업 아이템으로 매출은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역량을 키우다 보면 분명 우리 기술을 알아줄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땐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벌 수 있겠죠.”

✚ 더블유지에스의 기술이 빛을 발할 날이 곧 오겠지요.
“이런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아서 반도체 분야의 인바디 같은 장비를 만들고 싶습니다. 반도체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상황을 알려주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인공지능까지 결합해야 하겠지만, 그걸 위해 우리가 데이터를 모으고, 공급하는 걸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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