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만명 돌파한 국내 우울증 환자
약물 복용·대인관계요법·운동 등
다각도에서 치료 위한 노력해야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없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흥도 나질 않아요.” 40대 직장인 김건강씨는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 우울한 감정이 두달 넘게 지속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골프장에 나갔지만, 우울감만 더 심해져서 돌아왔다. 건강씨는 그래서 걱정이다. “그는 혹시 우울증에 걸린 걸까.”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93만명을 돌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93만명을 돌파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상에서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꼭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소중한 반려동물과 이별했거나, 일이나 시험에서 실패했을 때 슬픈 감정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기분은 시간이 흐르거나 원인이 풀리면 사라진다. 우울증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거나 원인이 해소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울증의 진단 기준으론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5 정신 질환의 진단·통계 매뉴얼’을 주로 사용한다. DSM-5에 따르면 우울증은 ‘우울증 장애군’이라는 질병 중 하나로, ‘우울증 장애’라고도 불린다. 다음 9가지 증상 중 1번 또는 2번을 포함해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는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1. 거의 매일 온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
2. 거의 매일 어떤 일에도 흥미가 없고 기쁜 마음이 들지 않는다.
3. 거의 매일 식욕이 떨어지고(또는 증가하고), 체중 감소(또는 증가)가 현저하다.
4. 거의 매일 불면이거나 너무 많이 잔다.
5. 거의 매일 말이나 행동이 어눌하고, 초조해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6. 거의 매일 쉬 피로해지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7. 거의 매일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자신을 자책한다.
8. 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져 생각이 정리가 안 되고, 좀처럼 결단하지 못한다.
9. 자해하거나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운다.


우울증은 뇌의 질병이기 때문에 방치하면 악화해 치료가 어려워진다. 심하면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4가지 핵심 요소는 휴양, 환경 조정, 약물 치료, 정신 요법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마음과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첫걸음이다.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에서의 부서 이동, 잔업시간 단축, 가사 분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주치의와 상담한 결과를 토대로 직장 상사나 동료, 담임선생님,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도 필요한 절차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 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요 우울증 치료제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SNRI(세로토닌ㆍ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로 불리는 ‘항우울제’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수면제, 기분안정제 등을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우울증 치료제는 복용 후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하게 복용해야 한다. 환자 마음대로 복용하는 양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중단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복용, 인지행동요법, 대인관계요법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복용, 인지행동요법, 대인관계요법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인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지행동요법’ ‘대인관계요법’과 같은 정신 요법이 도움을 준다. ‘인지행동요법’은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일어나기 쉬운 비관적인 사고방식을 개선함으로써 마이너스 사고가 우울 상태를 나쁘게 만드는 악순환을 차단해준다.

‘대인관계요법’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대인 관계의 문제를 해소해주는 방법이다. 대인 관계를 개선하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결 쉬워진다.

이밖에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워킹ㆍ조깅ㆍ사이클링)과 2500룩스 이상의 매우 밝은 빛을 하루 1~2시간 쐬는 고조도 광光요법도 병행하면 우울증 치료를 앞당길 수 있다. 

김국진 더스쿠프 편집위원
bitkuni@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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