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량 가파른 증가세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 내야
충전기 관리·보수도 중대 과제

전기차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4만7000대를 기록하며 연내 40만대 돌파까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던 자동차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메인스트림에 안착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중심에 안착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중심에 안착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 그대로 ‘대세’다.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첨병으로 올라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9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1만7000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9만666대)을 앞질렀다. 

올 9월엔 전기차 판매량(2만485대)이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1만9176대)를 추월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친환경차 중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비중(12.9%)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전기차가 역전의 전주곡을 울리기 시작한 셈이다.[※참고: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 중 전기차의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며 손가락질을 당했던 자동차 업계로선 전기차의 급부상을 반길 만하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하나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차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진 아직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숱하다. 그중에서도 충전 인프라의 확대가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전기차 운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계는 충전 시설을 확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지난해 6월 기준 7만2000대를 넘어섰다. 정부에서 전기차를 막 보급하기 시작했던 2016년(2014대)과 비교하면 무려 3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전기 보급 대수의 편차가 극심하다. 지난해 9월 기준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에는 총 3만1363대의 충전기가 있었다. 반면 지방의 환경은 열악했다. 경상권(2만287대)을 제외한 충청권(9128대), 전라권(8489대), 제주도(4719대), 강원도(2729대)는 운영 중인 충전기가 1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충전 인프라 격차는 소비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똑같은 전기차 운전자라도 거주지가 수도권 근처일수록 집ㆍ직장 등의 생활반경 내에 충전 시설이 있을 확률이 높다. 지방에 거주하는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을 위해 되레 ‘원정’을 나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수도권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불편이 없는 건 아니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선 ‘집밥(집 앞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이 있냐 없냐를 두고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가령, 대지 면적이 좁은 빌라나 연립주택은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충전 설비 건립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지 못한다.

환경부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설치운영 지침’에는 공공용 충전 시설의 위치를 선정할 때 검토해야 할 고려사항을 안내하고 있는데, 조건이 까다롭다. 전기ㆍ통신설비를 설치할 만한 공간을 확보하는 건 물론 자동차가 수시로 드나들어도 통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골목골목에 들어선 빌라ㆍ연립주택의 특성을 감안하면 ‘집밥’은 먼 이야기나 다름없다.

갈 길 먼 충전 인프라 확충 

문제는 또 있다. 이미 설치ㆍ운영 중인 충전기의 품질을 관리하는 일이다. 한가지 ‘웃픈’ 설문조사를 보자. 전기차 충전 서비스업체인 소프트베리가 1532명의 운전자에게 충전기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묻자, ‘잦은 고장’이라는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충전기 유지ㆍ관리가 소홀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통계에서도 이런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7~2020년 4년간 전기차 충전기 고장 건수는 연평균 1217건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선 “충전소가 시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최소한의 관리조차 안 돼, 제대로 작동하는 기기를 찾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무리 많은 충전기를 설치해도 품질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나라보다 전기차 수와 충전기 보급 대수가 훨씬 적은 일본에선 충전소 운영주체가 고장 난 충전기를 수리하면 공공이든 민간사업자든 구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기차 충전 시설의 유지ㆍ보수를 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 예산도 작은 규모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전기차 완속충전기 보조금’ 예산이 올해 대비 160% 증가해 1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시설 관리를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는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보조금을 노린 민간사업자들의 난립으로 되레 관리 부실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2년간(2020~2021년)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115%에 육박한다(SNE리서치).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숫자에는 두가지 미래가 존재한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리더로 올라섰다는 ‘장밋빛’ 미래다. 또다른 하나는 무질서한 전기차 운행 환경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미래다. 

둘 중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지금은 체급(충전기 보급 대수)과 품질(충전기 유지ㆍ보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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