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노후준비 타이밍 놓치면 손해 커
비과세 혜택 큰 개인연금 활용해야

사람들이 가장 소홀히 취급하는 재무 목표가 있다. 노후 준비다. 가장 늦게 찾아오는 재무 이슈이기 때문인 듯한데, 문제는 노후 준비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점이다. 때를 놓치면 연금 등의 납입 효율이 떨어져서다. 50대인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노후 준비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미래설계를 도왔다.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노후는 길어도 너무 길다. 60대까지 일하다 정년퇴직을 해도 무려 40여년을 회사 월급 없이 버텨야 한다. 당연히 퇴직금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무상담을 받으러 오는 젊은 부부들에게 필자가 늘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상중(가명·55)씨와 이나희(가명·54)씨 부부도 노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편 박씨는 새로운 사업으로 목돈을 바짝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1인 세신숍’.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정착됐기에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여겼다. 보유 중인 낡은 오피스텔을 처분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할 생각도 하고 있다.

아내는 새로 창업하려는 남편의 의견을 적극 반대한다. 차라리 오피스텔을 판 돈으로 노후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는 건 부부의 목을 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부부가 50대 중반에 접어들었기에 새로운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보다는 기존 사업을 탄탄하게 운영하는 게 더 안전하다. 이런 점을 들어 남편을 설득했고, 남편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해 ‘창업의 꿈’은 접어두기로 했다.

부부의 재무 이벤트는 ▲오피스텔 처분여부 결정 ▲노후 준비 ▲두 자녀(28·26)의 결혼자금 4000만원 마련 등 3가지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2차 상담에서 부부의 지출을 대폭 줄였다.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290만원으로 남편이 생활비로 250만원을 내고, 두 자녀가 40만원씩 지원한다.

지출은 정기지출 258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 월평균 17만원, 금융성 상품 15만원 등 290만원이다. 부부는 총 104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고, 이를 여유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럼 마지막 상담을 시작해보자. 일단 부부가 보유 중인 오피스텔(매매가 2억원)은 팔기로 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무엇보다 지출을 줄였다곤 하지만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엔 자금이 여전히 부족하다. 단기간에 두 자녀의 결혼자금(4000만원)을 마련해줄 수 없으므로 오피스텔을 팔고 받은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 오피스텔은 수입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터가 좋지 않아서인지 오랫동안 공실인 상태였다. 오피스텔을 빠르게 처분한 부부는 결혼자금을 빼고 남은 1억6000만원을 오피스텔을 살 때 빌렸던 대출금을 갚는 데 모조리 쓰기로 했다.[※참고: 대출금은 박씨 쇼핑몰 명의로 빌렸고 원리금도 쇼핑몰에서 지불하고 있었다. 따라서 대출금을 갚아도 부부의 가계부엔 변동사항이 없다.]

비과세 혜택 큰 개인연금

오피스텔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세워 보자. 우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개인연금과 연금저축펀드에 각각 25만원씩 총 5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50대는 개인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므로 서둘러 준비하기로 했다.

개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노후에 비과세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중간에 해지했을 경우 해지가산세가 붙는다는 단점이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고 가입해야 한다. 개인연금 운용사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사업비’의 비중도 높다. 그래서 나중에 납입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낮추는 게 좋다.

연금저축펀드는 펀드상품이긴 하지만 연금처럼 운용된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한 후에 나중에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세금을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부터 원금 손실 없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부부는 인터넷은행에도 54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앞서 설명했던 개인연금 추가 납입금을 여기서 마련해보기로 했다. 만약을 위한 비상금의 창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기존 은행은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이런 제약 없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볼 수 있다.

계좌 개설도 편리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시중은행보다 예금·적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점도 있다. 이는 인터넷은행이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지 않아 운영비가 크게 발생하지 않기에 가능한 혜택이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04만원을 노후 준비(개인연금 25만원·연금저축펀드 25만원), 비상금 마련(인터넷은행 54만원)을 위해 사용했다. 자녀 결혼자금 4000만원은 오피스텔을 처분한 돈으로 준비했다.

자영업자는 소득이 들쭉날쭉한 만큼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과소비를 일삼는 자영업자 상담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박씨 부부는 달랐다. 원체 소득이 적었던 탓인지 알뜰살뜰하게 가계부를 꾸려왔고, 그 덕분에 재무 솔루션을 세우는 과정도 수월했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큰 문제 없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