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달러 강세로 달러 보험 인기
보험은 어디까지나 보험
과투자하면 돈 묵혀두는 꼴

보험을 달러로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달러보험’은 달러의 변동성을 이용해 더 많은 혜택을 보려는 이용자의 요구로 탄생한 상품이다. 시기를 잘 맞추면 시세 차익을 이용해 많은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험은 어디까지나 보험이다. 욕심을 내는 순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보험료에 과투자하고 있는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달러로도 보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달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달러로도 보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달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한상철(가명·50)씨와 이혜영(가명·47)씨 부부는 외동딸(22)의 결혼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쉽게도 외벌이인 부부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딸의 결혼이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건 다행이다.

수중에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다. 예금 3800만원이 있지만 이건 부부의 노년을 위해 남겨둔 최후의 보루다. 그렇기에 부부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지난 상담에서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650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50만원을 번다. 남은 50만원은 최근 취업에 성공한 딸이 용돈으로 보내고 있다.

지출은 정기지출 39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100만원, 금융성 상품 120만원 등이 있다. 총 지출은 613만원이며 매월 37만원씩 돈이 남는다. 보유 자산으론 언급했던 예금(3800만원)과 자가 아파트(4억원)가 있다.

부부는 딸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는 것 외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남편의 나이가 50대에 접어들었기에 정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히 부부는 다른 상담자들처럼 주택담보대출금이나 신용카드 할부금처럼 ‘줄이기 힘든 지출’이 없었다. 딸의 결혼자금과 노후 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그렇기에 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정기지출에서 통신비(18만원)와 교통비·유류비(5만원) 등 23만원을 줄이고, 비정기지출에선 의류비(월평균 10만원)를 아꼈다. 이렇게 총 33만원을 절감한 덕에 잉여자금이 37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이 정도 액수론 부부의 재무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힘들다. 필자는 부부와 머리를 맞대고 계속해서 지출을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가장 지출이 많은 보험료(월 68만원)부터 찬찬히 살펴봤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딸은 용돈은 물론이고 보험료도 스스로 내고 있다. 딸 앞으로 들어뒀던 보험은 예전에 납입이 끝난 상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68만원은 부부 둘이서 내는 금액이라고 보기엔 분명 과한 액수다.

자세히 살펴봤더니 남편 쪽에 흥미로운 보험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남편은 이 낯선 보험에 월 35만원씩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납입하고 있었다. 이른바 ‘달러보험’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원화가 아닌 달러를 기준으로 사용한다.

달러 보험이 등장한 건 원화보다 변동성이 낮은 달러에 주목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예정된 액수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가령, 달러가 강세를 띠면 가입자는 차익만큼의 보험료를 더 수령할 수 있다. 물론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달러 약세) 보험금을 탈 때 그만큼의 손해를 본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면 달러보험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남편이 가입한 달러보험의 주계약이 사망 시 보험금 지급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망보험은 사망보험금 지급을 주계약으로 잡고 이런저런 특약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설계하는데, 부부의 보험엔 사망보험금 외엔 장점이 없었다. 납입금도 월 35만원으로 소득 대비 액수가 너무 과하다.

이 보험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를 걸쳐 내려오는 질병이 남편 쪽 가족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은 “2년 전 회사를 나와 보험설계사가 된 동료가 달러보험을 권유했다”면서 “달러 투자를 할 수 있어 재테크에 도움이 될 거란 얘기에 혹해 가입했다”고 털어놨다.

필자는 부부에게 달러 보험을 해지할 것을 권유했고, 부부는 필자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 보험을 해지하는 것만으로 부부는 보험료를 68만원에서 33만원으로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월 100만원씩 나가는 부부 용돈도 줄여보기로 했다. 지인과의 모임을 즐기는 부부는 카페와 술자리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지인 모임 횟수를 줄이고 관련 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용돈을 100만원에서 70만원으로 30만원 아껴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임회비도 15만원에서 10만원으로 5만원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월평균 90만원·이하 월평균 기준) 중에서 기존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던 의류비를 10만원 더 줄이고, 휴가비(20만원)도 10만원 절약해보기로 했다. 비정기지출에서 총 20만원을 더 줄인 셈이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35만원(68만→33만원), 부부 용돈 30만원(100만→70만원), 모임 회비 5만원(15만→5만원), 의류비 10만원(20만→10만원), 휴가비 10만원(20만→10만원) 등 9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도 7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여유자금이 2배가량 늘었지만 아쉽게도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까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안전성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잘 조율해 재테크를 효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과연 부부는 자녀 결혼자금과 노후를 동시에 대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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