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1편
딸 결혼자금 마련하려는 부부
잦은 여행으로 비정기지출 늘어

잦은 여행과 쇼핑은 예외 지출을 늘리는 주범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잦은 여행과 쇼핑은 예외 지출을 늘리는 주범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 사회초년생 딸을 둔 부부가 있다. 기특하게도 그렇게 좁다는 취업문을 슬기롭게 뚫었다. 부부는 딸의 취업을 기념해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고,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문제는 예외적 지출은 늘 ‘습관’이 된다는 점이다. 노후준비, 딸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싶은 부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른 아침, 한상철(가명·50)씨가 출근을 준비한다. 잠이 많은 아내 이혜영(가명·47)씨는 아직 잠자리에 있다. 한씨는 익숙한 듯 커피를 내리고, 어제 아내가 준비해 둔 국과 반찬을 차린다.

준비를 마친 한씨는 곤히 잠든 딸(22)을 깨운다. 오늘부턴 혼자가 아닌 둘이 함께 출근한다. 얼마 전, 딸이 취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막 사회초년생이 된 딸과 함께 출근길에 나서는 한씨는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 뒤론 줄곧 혼자서 출근을 준비해 좀 쓸쓸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딸과 함께 집을 나와요. 비몽사몽인 딸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대견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한씨 부부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마음으로 딸을 애지중지 키워왔다. 아내도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진 맞벌이를 하며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노력을 아는지 딸은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을 모두 한씨 부부에게 드렸다. 또 “앞으로 매월 50만원씩 용돈 겸 생활비로 드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차마 딸이 준 돈을 쓸 수 없었기에 부부는 예금 통장에 돈을 그대로 모아두고 있다.

딸의 마음씨가 기특했던 두 사람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혼자금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부부가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예금이 어느 정도 있지만, 이 돈은 부부가 노후 준비를 위해 써야 한다. 연금 등 다른 노후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에게 “예금으로 재테크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경제에 밝은 남편이 재테크로 원금을 잘 불리면 딸의 결혼자금과 노후 준비를 동시에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요즘은 투자를 하기에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고금리로 시중의 돈이 은행으로 쏠리면서 자산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남편은 아내의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며칠간 머리를 싸맸지만 부부는 답을 내리지 못했고,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사연을 들었으니 이제 부부의 재정 상태를 확인해 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총 65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150만원을 번다. 여기에 자녀가 매월 50만원씩을 보탠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23만원, 식비·생활비 65만원, 통신비 34만원, 교통비·유류비 40만원, 보험료 68만원, 부부 용돈 100만원, 부모님 용돈 30만원, 모임회비 15만원, 영양제 구매비 10만원, 세탁비 8만원 등 393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액수가 좀 크다. 1년 기준으로 경조사비 12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 360만원, 미용비 120만원, 의류비 360만원, 휴가비 240만원 등 1200만원이다. 한달에 100만원씩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 50만원, 펀드 20만원, 딸이 준 돈으로 만든 예금 50만원 등 120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613만원을 쓰고 37만원씩 남기고 있다. 보유 자산으론 현금 3800만원이 있다.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건 좋은 신호지만, 부부의 가계부엔 문제가 꽤 많다. 무엇보다 부부가 노후 대비를 착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금을 고스란히 예금 통장에 넣어둔 것도 뼈아픈 실책이다. 차라리 연금 관련 상품에 넣어뒀다면 효과적으로 원금을 불릴 수 있었을 것이다.

부부의 소득이 나쁘지 않음에도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딸이 송금하기 시작한 50만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부가 매월 하는 저축은 70만원인 셈이다. 원인은 물론 부부의 과소비에 있는데, 한달에 68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대표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정기지출이 월평균 100만원으로 최근 만난 상담자들 중 가장 많다. 월평균 30만원씩 지출하는 의류비와 20만원씩 쓰는 휴가비가 비정기지출을 불린 주요 원인이다. 한씨는 “딸이 취업한 걸 기념하기 위해 여행을 다니다 보니 비정기지출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지만,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예외’가 ‘습관’이 될 수도 있다.

부부가 세운 재무목표는 단 하나다. 앞서 언급했듯 자녀 결혼자금으로 3000만~40 00만원가량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만 준비한다면 수월하게 재무 솔루션을 세울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노후도 착실하게 대비해야 한다. 예금 3800만원으론 노후를 나기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그렇기에 다음 상담에서 열심히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 상담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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