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적자 불가피한 원스토어
상생 카드 꺼냈지만 결과 미흡
새 CEO 선임 반등 계기 될까

원스토어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의 ‘고율 수수료’를 거세게 비판하는 환경이 ‘저율 수수료’를 내세운 이 회사에 우호적이었는데도 좀처럼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상생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언제쯤 잡을 수 있을까.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사진=뉴시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사진=뉴시스]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671억원을 달성하는 동안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57억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2016년 창립 이후 이어온 영업이익 적자 행진을 올해에도 멈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원스토어는 2020년 흑자(19억원ㆍ순이익 기준)를 기록한 걸 제외하면 수익성 지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 5월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김상돈 원스토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영업이익을 50억원 넘게 남기는 게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 

원스토어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실적이다. 이 회사는 올해 IPO에 도전할 만큼 실적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IPO 도전은 증시 침체 여파로 무산됐지만, ‘대안 앱마켓’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기엔 유리한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수수료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건 큰 이점이었다. 앱마켓 운영사는 앱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수수료를 앱 개발사로부터 받는다. 경쟁사인 애플은 앱마켓 앱스토어를 2018년에 출시했을 때부터 매출의 30% 수수료를 고수했다. 구글은 게임에만 적용하던 자체결제 시스템인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지난 4월부터 모든 앱으로 확장했다. 

인앱결제 활용시 앱 개발사가 내야 하는 최대 수수료는 30%다. 구글은 수수료를 적게 내거나 내지 않아도 되는 외부결제 시스템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간 수수료를 내지 않고 외부결제 시스템을 쓰던 멜론, 웨이브 같은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는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경을 이유로 15~20% 안팎의 이용요금을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국회가 앱마켓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시행됐지만, 구글은 꼼수로 인앱결제 의무화를 밀어붙였다. 구글은 개발사 자체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침을 추가했는데, 이 시스템의 수수료율 역시 26%로 기존 수수료율(최대 30%)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원스토어는 구글ㆍ애플과 달리 ‘상생 행보’를 펼쳐왔다. 2018년부터 일찌감치 30%의 최대 수수료를 20%로 낮췄다. 외부결제 시스템도 허용했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6월엔 수수료 인하 행보에 더 열을 올렸다. 음악, 웹툰, 전자책 등 미디어 콘텐츠 앱 최대 수수료율은 20%에서 10%로 더 낮췄다. 여기에 거래액 규모와 구독 비중에 따라 수수료를 6%까지 낮출 수 있다. 

원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은 과감한 전략이었다. 결제 수수료는 앱마켓의 주요 수익원인데, 이를 일부 포기했기 때문이다. 많은 앱이 원스토어에 참여해야 더 많은 고객을 플랫폼에 가둘 수 있을 거란 판단에 따른 포석이었다. 

결과만 두고 보면 이 전략은 실패했다. 언급했듯, 원스토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를 낮춰 수익성을 갉아먹었으니 이익 지표가 마이너스인 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몸집(매출)까지 커지지 않은 건 치명적이다. 

원스토어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1568억원→167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형 성장에도 실패했다는 거다. 낮은 수수료로 앱을 원스토어에 유인하고, 풍부한 앱 생태계를 바탕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구글과 애플에만 앱을 등록한 한 스타트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원스토어에 앱을 올리지 않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스토어에 앱을 올리는 게 개발 리소스가 많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입성해야 하는 사업적인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 원스토어 입장에선 앱이 있어야 고객이 늘어날 거란 생각인데, 우리 같은 개발사 입장에선 고객이 있어야 원스토어에 입성할 명분이 생긴다. 낮은 수수료 역시 고객이 결제해야 혜택을 얻는 건데, 원스토어는 이용자 규모가 구글ㆍ애플과 견줘 너무 적다.”

실적 부진 탓인지 지난 1일 원스토어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재환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전동진 대표가 앉았다. 

전동진 신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초기 멤버로 스마일게이트 웨스트(West) 최고경영자(CEO),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게임 분야는 앱마켓 생태계의 최대 수익원인데, 원스토어로선 이 업계의 전문가를 수장에 앉히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전 대표의 당면 과제는 상생도 꾀하고 실적도 끌어올리는 것이다. 원스토어는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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