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1편 ➋인터뷰
김진옥·김민정 ㈜유써블 공동대표
현직 한약사, 원료 허투루 선택 안 해
특허물질로 만든 단백질 보충제

김진옥(40)·김민정(40) ㈜유써블 대표는 30대 후반에 ‘한약사’라는 새로운 진로를 택했다. 지난해엔 창업시장에 뛰어들며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한약사란 직업을 걸고 제품 만드는 것만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 그런 의지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부터 판매까지 직접 하고 있다는 두 공동대표의 창업기와 그 의미를 들어봤다.

김민정·김진옥 공동대표는 한약사인 동시에 또다른 도전에 나선 창업가이기도 하다.[사진=천막사진관]
김민정·김진옥 공동대표는 한약사인 동시에 또다른 도전에 나선 창업가이기도 하다.[사진=천막사진관]

✚ 두분께서 현재 약국을 운영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김민정 대표 :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한약국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기 전에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했는데,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한약학을 선택했어요. 제기동에서 약업사를 하신 아버지 영향도 있었고요.”

김진옥 대표 : “저는 일반 약국을 운영 중입니다. 매해 국가고시로 배출되는 한약사가 110명쯤 되는데, 우리처럼 약국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 그럼 국가고시를 통과한 한약학 전공자들은 어디로 가나요?
김진옥 대표 : “공부를 더 해서 제약회사에 가거나 식품회사, 화장품회사로 가죠. 공무원도 하고요.”

✚ 두분은 왜 다른 길을 걸으신 건가요? 
김진옥 대표 : “약국을 차리는 것도 한약학 전공자들의 진로 중 하나이긴 한데, 우린 사실 다른 목적이 있었습니다.”

✚ 다른 목적이요? 그게 뭐죠?
김진옥 대표 : “창업을 해야 하니까 약국을 차려서 사업자금을 만들어보자고 전략적 선택을 한 거죠. 지금도 약국에서 버는 돈은 무조건 사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약사가 약국을 차리는 사례도 드물지만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은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딴 뒤 제약회사 또는 식품회사 등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두 공동대표는 ‘안정’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모험을 택했다.

✚ 어떤 계기로 창업에 뛰어드셨나요?
김진옥 대표 : “대학 3학년 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어요.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니까 시간이 남더라고요. 제가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라서 이것저것 실험을 해봤는데,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어요. 연구 성과로만 두기엔 아까운 결과였죠.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김민정 대표 : “처음엔 같이 할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입학할 때부터 한약국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그저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결국 설득당했네요.(웃음)”

✚ 그렇게 탄생한 게 ‘머슬디펜더’인가요?
김민정 대표 : “네, 맞아요. 머슬디펜더는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오가피와 모과에서 추출한 복합추출물로 만든 단백질 보충제입니다. 이 복합추출물은 우리가 특허출원을 했고, 곧 SCI 논문 저널지 ‘The 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에도 논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무수히 많은 단백질 보충제가 나와 있습니다. 머슬디펜더는 무엇이 다른가요?
김진옥 대표 : “동물시험을 했는데 그 결과가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 동물시험이요?
김진옥 대표 : “쥐에게 12주 동안 복합추출물을 먹였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주름이 현저하게 덜 생겼어요. 동물시험 결과가 100% 사람에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동물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예가 무척 많거든요. 콜라겐이 분해되는 걸 억제하는 실험도 했는데, 초기부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콜라겐은 피부와 관절 근육에 많기 때문에 관절 손실을 방지하고 근 생성에 도움을 줍니다. 운동 후 발생할 수 있는 피부 주름도 예방해주고요. 임상시험 결과도 기대할 만한데, 지금은 그럴 만한 여유자금이 없어서 내년으로 미뤘어요.”

김민정 대표 :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세차례 머슬디펜더를 구입한 고객께서 ‘지방은 빠졌는데 근육량은 늘었다’는 후기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콜라겐 분해를 억제해 근 손실과 노화를 방지해주는 효과만은 자신 있습니다.”

✚ 그런 고객 후기를 접하면 기분이 좋으시겠네요.
김진옥 대표 : “사실 가장 자신 있는 건 맛입니다. 굉장히 맛있거든요. ‘적포도와인맛’ ‘풋사과맛’ 두 종류로 출시했는데,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입니다. 다른 제품이 비린 맛을 감추기 위해 초코맛을 내는 것과 대조적이죠. 얼마 전에 푸드테크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그때 다른 식품 관련 종사자들께서 샘플로 많이 사가시더라고요.”

김민정 대표 : “머슬디펜더에 들어가는 원료는 모두 국내산과 유럽산 추출물만 사용했습니다.”

✚ 두 분 다 한약사이시니 원료에 얼마나 신경을 쓰셨겠어요.
김진옥 대표 : “맞아요. 저와 김민정 대표 둘 다 한약사잖아요. 직업 특성상 제품 안에 들어가는 원료를 절대 허투루 선택할 수가 없어요. 원료 중 가장 좋은 것으로만 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국산은 단 하나도 없어요.”

✚ 가격대는 어떤가요?
김진옥 대표 : “400g 한통에 3만원입니다. 좀 비싼 편이긴 해요.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해서 가격을 낮추느니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좋은 거 넣는 쪽을 선택했어요. 소신이라면 소신이랄까요.(웃음) ‘판매가는 원가의 몇배’ 이런 공식이 있다던데, 우린 일단 제품을 잘 만들어서 유써블을 알리는 게 먼저입니다.”

김민정 대표 : “당장은 머슬디펜더를 잘 팔아야 하지만 궁극적으론 개별 인정형 원료를 만들어서 그 원료를 공급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 실험실에서 연구에 매진하다 창업하신 분들은 시장에서 물건이 뜻대로 팔리지 않을 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고 합니다. 두 분은 어떠세요?
김진옥 대표 : “우리라고 안 그렇겠어요. 현재 오프라인은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이용하는데, 현장에 갈 때마다 쉽지 않습니다.”

✚ 무엇 때문에요?
김민정 대표 : “실험을 하라고 하면 힘들어도 할 수 있어요. 늘 하던 일이니까요. 그런데 판매하는 건 해본 적도 없고,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되지도 않더라고요.” 

김진옥 대표 : “그래도 판매사원(알바)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팔고 있습니다.”

✚ 그러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김진옥 대표 : “두가지예요. 첫번째는 그 비용마저도 우리에겐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 두번째는요?
김진옥 대표 : “우리 제품이 단순히 단백질 파우더라면 제3자에게 판매를 맡겨도 되죠. 하지만 이 제품엔 우리의 특허물질이 들어있고, 원료 하나하나 우리가 의도하고 넣은 거예요. 그걸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우리밖에 없어요. 팝업스토어에 하루 다녀오면 녹초가 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야죠.”

✚ 힘든 길을 택하셨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을 듯합니다.
김진옥 대표 : “한약학과 출신이 창업한 게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여기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면 진로 탐색하는 후배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후배들이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작은 가능성이라도 우리가 하나 더 추가해주는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고 있지만 후배들은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잖아요.”

김민정 대표 : “한방 제품은 좀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유써블은 기존 시장, 기존 제품들에 요소 하나를 더해서 ‘그동안 없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플러스(+) 1을 만드는 데 한방적인 요소는 분명 유용합니다.” 

✚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디셨군요.
김진옥 대표 : “소소하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제품이지만, 이런 제품을 만드는 것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버텨보려고 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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