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실험실 창업의 경제학
해마다 연구개발에 수십조원 예산
경제적 효과는 미비하단 지적 많아
한국형 아이코어로 사업화 지원

실험실 아이디어들이 사업 무대에 데뷔하며 하나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실험실 아이디어들이 사업 무대에 데뷔하며 하나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30조7000억원.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올해 대비 3%가량 증가한 규모다. 관련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는 R&D를 적극 지원해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크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경제 효과와 비례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저명한 과학 잡지에 논문이 실리는 것과 시장에서 잘 팔리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논문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그게 ‘실험실’ 밖에서도 효율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선 통하지 않는 ‘논문 안에 갇힌’ 아이디어도 숱하다. 

# 2011년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코어(I-Corps)’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 그해 스탠퍼드대학에서 21개 파일럿 팀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고, 현재 미국의 주요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아이코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해 2015년 한국형 아이코어 사업인 ‘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이하 실험실 창업)’을 도입했다. 해마다 예산을 늘려가며 R&D를 지원해왔지만, 정작 경제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데다 곳곳에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 시범사업을 거쳐 2016년 본격 시행한 이 사업을 통해 정부는 현재(2022년 10월 기준)까지 455개 팀의 실험실 창업을 지원했고, 이중 197개 팀이 창업에 성공해 1362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험실에서 깊은 잠에 빠질 뻔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 무대에 데뷔하며 하나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는 거다.

# 더스쿠프가 지난해 실험실 창업혁신단으로 선정된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GIST, KAIST, POSTECH, UNIST 실험실창업혁신단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실험실 창업 7개 팀을 만나봤다. 아직 연구자와 창업자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이지만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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