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3사 2023년 전망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
북미시장 노린 합작공장 증가
인플레와 경쟁 과열이 변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2022년 4분기에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호실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주잔고도 넉넉하게 채웠고, 북미시장 호재도 있어서다. ‘K-배터리’가 날개를 달았다는 거다. 하지만 기대감에 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은 커지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설 자리는 좁고, 인플레이션 여파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장밋빛 전망과 우려를 살펴봤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IRA란 변수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IRA란 변수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다.[사진=뉴시스]

증권업계에서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2022년 4분기 실적이 양호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K-배터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거다. 유안타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매출을 8조1000억원, 영업이익을 3690억원으로 예상했다. 

2021년 4분기(매출 4조4394억원ㆍ영업이익 757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은 82.5%, 387.5% 늘어난 추정치다. 이대로라면 LG에너지솔루션의 2022년 매출은 25조원,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을 넘긴다.[※참고: 당초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을 좀 더 높게 예상했다. 하지만 환율 변화와 일회성 상여금 등으로 인해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삼성SDI 실적 전망치는 더 밝다. 매출은 LG에너지솔루션보다 적지만, 영업이익은 훨씬 많다. 영업이익률이 월등하게 높아서다. 대신증권은 삼성SDI의 4분기 매출을 5조8310억원, 영업이익을 5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매출 3조8159억원ㆍ영업이익 2657억원) 대비 매출은 52.8%, 영업이익은 103.2%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예상치대로라면 2022년 매출은 20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로 꼽히는 SK온의 상황은 좀 다르다. 이 회사는 4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이 추정한 SK온의 4분기 실적은 매출 2조8119억원, 영업손실 213억원이다. 눈여겨볼 점은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거다. 2022년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는 7347억원이다. 분기 평균 24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셈이다. 하지만 4분기엔 분기 평균 영업손실액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SK온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자 지난 십수년간 투자에 집중해온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드디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함께 2023년에도 이런 호실적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대감에 무게를 싣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우선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탄소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와 맞물리면서다. 일례로,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리포트의 내용도 긍정적이다. “2022년 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차ㆍ수소전기차 포함) 수요는 900만대를 넘기고, 2023년에는 1200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2025년에는 2000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전기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에서도 배터리 제조3사는 약간 벗어나 있다. IRA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조립한 전기차(상용차 포함)에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때도 보조금을 주고, 배터리 부품과 소재의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 혜택도 지원한다. 

다행히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짓는 데 힘을 쏟았다. LG화학에서 분사하기 전부터 GM과의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북미 시장을 공략해온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제4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스텔란티스ㆍ혼다 등과도 손잡고 미국과 캐나다에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SK온 역시 포드와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긍정적 시그널은 또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수주잔고가 두둑하다. 전기차ㆍ배터리 전문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배터리 제조3사의 수주잔고는 700조원에 이른다. SNE리서치는 2023년엔 수주잔고가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에서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첫째,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변수다. 세계 각국은 지금 경기침체와 함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약간 수그러들었다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선 가격이 높은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예상치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수요가 줄면 원자재 가격도 하락한다. 그럼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이익률도 쪼그라든다.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도 변수다.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현재의 적극적인 미국 공장 증설이 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배터리 제조업계 내부 변수가 있다. 우선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자국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CATL은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BYD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엔비전AESC는 영국 닛산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더구나 유럽 내에선 한국, 중국 등 외부 배터리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에 노스볼트(스웨덴), 베르코어ㆍACC(프랑스), 브리티시볼트(영국), 프라이어ㆍ모로우배터리즈(노르웨이), 이노밧오토(슬로바키아), 이탈볼트(이탈리아) 등 신생 배터리 제조사들이 등장한 이유다. 

이는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침투할 수 있는 시장이 협소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호재가 강력하지만, 이를 상쇄할 우려 요인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배터리 제조업계는 2023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경쟁 심화가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2023년에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시장침투율(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대체되는 정도)이 어느 수준에 도달한다면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를 할 때가 올 것이고, 그때 승자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2023년은 도약의 해가 될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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