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과 통신공룡 ‘맞손’
멤버십 결합 · 물류 선진화 계획
시너지 기대효과와 한계점 분석
신세계-네이버와 다른 길 갈까

2021년 3월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와 유통공룡 신세계가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들 동맹은 ‘반反쿠팡 연대’라 불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 두 기업의 시너지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1년 9개월여 후, 또 다른 뉴스가 시장을 달궜다. ‘신세계’와 최대 통신사 ‘KT’의 협업 뉴스였다. 수많은 미디어는 두 회사가 밝힌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그대로 전했다. 정말 그럴까.

2022년을 ‘디지털 피버팅’ 원년으로 삼았던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14일 KT와 ‘디지털 에코시스템 사업협력 체결식’을 가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2022년을 ‘디지털 피버팅’ 원년으로 삼았던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14일 KT와 ‘디지털 에코시스템 사업협력 체결식’을 가졌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

“골리앗과 골리앗이 만났다.” 국내 대형 통신사(KT)와 유통공룡(신세계)이 손을 맞잡았다. 2022년 12월 ‘신세계-KT 디지털 에코시스템 사업협력’을 체결하면서다. 두 기업이 협업을 선언한 건 각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삼고 있다.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은 신세계가 내세운 모토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쿠팡·네이버 등과의 경쟁에서 조금씩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줄곧 디지털 플랫폼 기업, 이른바 ‘디지코(DIGICO)’를 강조해 온 KT는 신한금융그룹(금융), CJ ENM(콘텐츠), 현대차그룹(모빌리티) 등과의 제휴에 이어 신세계와 손을 잡았다. 구 대표로선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디지코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관건은 신세계와 KT가 ‘윈윈(win-win)’할 수 있느냐다. 두 회사가 협업하는 분야는 크게 다섯가지다. ▲멤버십 서비스 강화 ▲물류 인프라 공동 운영 ▲오프라인 스토어 디지털화 ▲대형복합시설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 ▲디지털 광고·마케팅 강화 등이다. 이들 분야에서 둘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시너지 속에 숨은 변수를 하나씩 따져보자. 

■변수❶ 멤버십 결합 = 신세계와 KT가 기대하는 시너지 중 하나는 ‘멤버십 결합’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신세계백화점·SSG닷컴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통합 멤버십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KT 멤버십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 통신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멤버십 서비스 옵션 중 하나로 신세계 통합 멤버십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KT의 모바일 가입자가 1754만명(2022년 10월 회선 수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는 이들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획기적인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느냐다. KT가 자신들의 멤버십 고객에게 이미 쇼핑·식음료 할인·콘텐츠 제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KT는 거의 모든 분야의 서비스 혜택을 멤버십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신세계로선 그동안 없었던 차별화한 옵션을 제안해 KT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신세계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신세계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두 회사가 고객 데이터를 얼마만큼 공개하고 전향적으로 협업하느냐도 관건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손을 맞잡고도 빗장을 풀지 않아 시너지를 내지 못한 사례가 숱해서다. 

일례로 2021년 3월 신세계와 네이버는 2500억원대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반反쿠팡 연대’를 결성했다. 그러면서 신세계와 네이버플러스의 멤버십을 결합해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결합 멤버십은 나오지 않았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네이버로선 신세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통사를 아우르는 더 넓은 범위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원하는 만큼 신세계가 기대한 시너지(결합 멤버십 등)를 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신세계와 KT가 (신세계-네이버와는) ‘다른 결과’를 내기 위해선 전략적 제휴 이상의 무언가가 작동해야 한다.” 

■변수❷ 물류 선진화 = 두 회사가 내세운 또 다른 시너지는 물류다. 그 바탕엔 KT의 물류 자회사 ‘롤랩’이 있다. 신세계의 물류 인프라(오프라인 매장·물류센터)에 롤랩의 기술력(데이터·인공지능)을 더하면 최적화한 물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거다.

2021년 설립한 롤랩은 디지털 물류 전문기업이다. 유무선 통신물류 데이터, 화물차·도로정보, 차량 관제 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 플랫폼 기반의 화물 중개 운송 서비스 ‘브로캐리’를 제공하고 있다. 브로캐리는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 책임 운송하는 서비스다. 

송상화 인천대(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KT는 롤랩을 통해 ‘미들마일(B2B 화물운송)’ 분야에 뛰어들어 SK·카카오 등과 경쟁하고 있다. KT로선 신세계라는 우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 역시 고객과 접점이 있는 라스트마일 서비스는 직접 하더라도, 운영 효율성이 중요한 미들마일은 롤랩에 맡김으로써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 분야에서의 실익은 KT의 몫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는 들러리를 서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롤랩은 화주와 차주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면서 “신생기업인 롤랩으로선 신세계라는 화주를 확보하게 되지만, 신세계로선 뚜렷한 메리트가 없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변수❸ 디지털 기술 = 두 회사가 기대하는 시너지중 하나는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다. 일단 신세계가 개발하는 복합쇼핑몰 등에 KT의 첨단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기술이 대표적이다. KT 역시 신세계 복합쇼핑몰 개발에 참여해 자신들이 쌓아온 기술 역량을 펼쳐 보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KT의 첨단기술이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 당장 적용할 만한 기술이 아니란 얘기다. 물론 그에 앞서 이마트나 이마트24(편의점) 점포의 디지털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게 신세계와 KT의 전략이긴 하다.

신세계 측은 “점포에서 운영 중인 자율계산대 이용 방식을 좀 더 편리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울러 매대를 배치하거나 쇼핑을 구성할 때 KT의 AI 기술을 결합하면 최적화한 운영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동안 신세계 계열 IT 전문기업 신세계I&C가 담당해온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신세계와 KT의 시너지가 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송상화 교수의 주장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진정한 디지털화는 아직 시도 중인 미래다. 기업들이야 서로 협업하되 상호 합리적인 범위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를 계산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신세계와 KT가 내놓은 청사진도 상호 이해득실을 따지는 과정을 거쳐 가다듬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들 업체는 과연 문호를 열어젖히고, 서로를 맞을 준비가 됐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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