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22회 송은미술대전
본선에 오른 작가 20명 작품 소개
새로운 시대 여는 불꽃 같은 작품

이수진_하울링 익스프레스 오버 하이퍼씨, 2022_3채널 영상, 아연, 철, LED 모니터, LED라이트_가변설치, 9분 5초.[ⓒ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이수진_하울링 익스프레스 오버 하이퍼씨, 2022_3채널 영상, 아연, 철, LED 모니터, LED라이트_가변설치, 9분 5초.[ⓒ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서울 강남에 있는 전시공간은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강북의 미술공간과 판이하게 다르다. 따지고 보면 10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성북동, 인사동, 혜화동에 위치한 강북의 갤러리를 떠올리면 전통이란 단어가 스친다. 경복궁 옆에 둥지를 튼 현대갤러리, 국제갤러리, 인사동의 선화랑 등이 그 예다. 반면 강남권 갤러리의 특징은 ‘럭셔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다른 흐름도 느껴진다. 특정 지역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갤러리나 예술공간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송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시공간 ‘송은’이다. 조금은 낯선 송은문화재단의 면면을 살펴보자.

운영주체는 에너지 전문업체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이다. 독특하게도 전시 업무는 아트컨설팅 전문업체 ‘로렌스제프리스’에서 진행한다. 전시란 예술 영역의 관리·운영을 전문가집단에 맡긴 셈이다. 이런 시스템을 근간으로 송은문화재단은 꽤 오랜 시간 좋은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왔다. 

김현석_환영의 변증법, 2022_2채널 비디오, UHD, 컬러, 반복, 인공지능 모델(gpt-3, Stable diffusion)_167×80×100㎝.[ⓒ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김현석_환영의 변증법, 2022_2채널 비디오, UHD, 컬러, 반복, 인공지능 모델(gpt-3, Stable diffusion)_167×80×100㎝.[ⓒ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2022년 12월 21일부터는 제22회 송은미술대상전을 개최하고 있다. 20년 넘게 진행해온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본선에 오른 작가 20명의 작품을 보면 한국 시각예술계가 변화하는 흐름과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송은미술대전에 나온 작가들의 작품은 ‘아름답다’란 느낌을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듯하다. 

20명의 작가 중 필자가 주목한 3명을 ‘섈 위 아트’ 코너를 통해 소개하려 한다. 김현석 작가는 전자로 (재)생산된 이미지의 구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형식 교란 등을 실험하며 현대의 기술 매체가 갖는 특성을 연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신작 ‘환영의 변증법(2022)’은 최근 급격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한 2채널 영상 설치 작품이다. 

노은주 작가는 실재와 환영을 오가는 사물을 재형상화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완성한다. 그러면서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운 장면과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풍경화와 정물화의 간극을 오가던 노 작가는 신작 ‘사물들(2022)’ 을 통해 그간 등장했던 사물들의 조각, 파편, 부분을 한 장면으로 소환한다. 

전보경 작가의 관심은 현대사회에서 기계에 의해 점유된 인간의 노동과 노동하는 신체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을 통해선 서로를 미러링하면서 변화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처럼 2022년 송은미술대전 입상작의 특징은 ‘디지털’을 신경 썼다는 점이다. 이번엔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사운드를 활용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디지털로 바꿀 수 있는 대상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급진적’이고 ‘이단적’이라고 불리던 일들이 현실화한 셈이다.

장종완_뉴 슈가_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2022_리넨에 아크릴릭 과슈_227.5×364.3㎝.[ⓒ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장종완_뉴 슈가_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2022_리넨에 아크릴릭 과슈_227.5×364.3㎝.[ⓒ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s. All rights reserved]

지면 관계상 3명만 소개했지만, 고재욱·김영글·박그림·박아람·박윤주·손혜경·안성석·애나한·이수진·이희준·장종완·전혜림·전혜주·정지현·정희민·최고은·황원해 등 17명의 작가도 훌륭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 20명의 작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불꽃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송은미술대전은 2월 18일까지 열리고, 최종 수상자는 1월 중 결정된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