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시장 시끄러운 까닭 2편
중기적합업종 ‘M&A’ 금지 원칙
하지만 유선콜 시장에 한정
관제사 로지소프트 인수한 티맵
표면적으론 권고 위반 아니지만
콜 공유 통해 유선콜 시장 확장
동반위 권고 ‘빈틈’의 한계 여실

# 지난 1년간 대리운전 시장은 논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처음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냐 마느냐를 두고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가 대립했다. 대리운전 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에는 대기업의 프로모션 수위를 두고 논쟁이 오갔다. 이 때문인지 대리운전 시장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답은 ‘역시나’다. 대리운전 시장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을 갖추지 못한 동반성장위원회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빈틈이 있다. 더스쿠프가 갈등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리운전 시장에 펜을 집어넣었다. 

대리운전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대리운전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에 프로모션(선전ㆍ판촉활동)은 필수다.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기업이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유명 스타를 동원해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기도 하고, 적극적인 할인 정책으로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대리운전 시장이다. 이곳에선 기업의 프로모션 활동을 두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2022년 5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대리운전 산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공익 캠페인 목적으로만 쿠폰ㆍ포인트 지급 등 현금성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참고: 현재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와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다.] 

이중 문제는 ‘티맵’에서 발생했다. 티맵은 ‘음주운전 안 하기 약속’이란 이름의 캠페인을 열고 운전자들의 모바일 서약을 받았다. 그 대가로 적게는 3000원부터 많게는 1만원 이상의 각종 할인 쿠폰과 포인트를 지급했다.

그런데 유선콜 업체를 운영하는 일부 사업주(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ㆍ이하 대리운전총연합회)가 반기를 들었다. 티맵의 프로모션이 무늬만 공익 캠페인일 뿐 사실상 현금 살포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측이 충돌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공익 캠페인’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충돌의 원인이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공익 캠페인을 다른 기업이나 단체와 협력해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티맵은 ‘음주운전 예방’처럼 공익 목적을 띠기만 하면 어떤 형태의 캠페인이든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동반위, 티맵, 대리운전업체 측이 모여 공익 캠페인을 정의하는 자세한 기준을 세웠더라면 소모적 갈등이 없지 않았겠는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리운전총연합회와 티맵은 물론 이들을 중재하는 동반위마저 원칙만 정해둔 채 세부규칙을 만들지 않았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동반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중기적합업종 권고안이나 부속사항에 처음부터 사업 허용 범위나 기준치를 세부적으로 명시하는 건 아니다. 일단 큰 틀을 정한 후 디테일한 내용은 따로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들도 초기 운영을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라고 본다.”

그러면서 동반위 관계자는 “공익 캠페인 목적의 프로모션에도 일정 부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협의체(대리운전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이해당사자들과 추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티맵에도 지난해 12월 프로모션 개선안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런데 동반위의 설명이 좀 이상하다. 이들의 말을 정리하면, ‘시장 질서가 흐트러진 걸 확인한 다음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의미여서다. 문제는 이같은 ‘사후약방문’식 행보가 크고 작은 문제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M&A 불가 이슈다. 

동반위의 권고에 따르면 대기업은 대리운전 시장에서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티맵은 동반위 권고가 나온 지 한달 만인 2022년 6월 로지소프트란 이름의 회사를 인수했다. 언뜻 티맵이 동반위의 권고를 위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해당 권고는 전화로 승객의 호출(콜)을 받는 유선콜 시장에 한정한 것이었다. 반면 로지소프트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배차중개 시스템을 제공하는 관제프로그램사였다. 이에 따라 티맵 측은 ‘유선콜 업체를 인수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리운전총연합회는 또다시 반발했다. 티맵이 로지소프트를 인수한 건 유선콜 사업을 확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였다. 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는 “당시 동반위에서 티맵의 M&A를 수용하면서 로지소프트의 관제프로그램과 티맵을 연동하는 ‘콜 공유’까지 용인했다”면서 “대리 기사들이 앱콜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 공유를 풀어서 설명하면, 티맵 소속 기사들의 모바일 앱 화면에 로지 프로그램의 유선콜이 함께 표시된다는 의미다. 만약 티맵의 기사들이 유선콜을 처리하면, 결과적으론 티맵의 콜 처리율이 높아진다. 이런 구도가 굳어지면 승객들도 콜 처리율이 높은 앱콜 시장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유선콜 업체로선 콜 공유가 달가울 리 없다.

동반위 관계자 역시 “당시에도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를 두고 조정위원회의 논의가 치열했다”면서 콜 공유에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동반위에선 M&A를 막는 것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란 판단을 내리고 양사의 통합을 제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동반위 결정에 끝까지 불복했다. 

자! 그렇다면 대리운전총연합회가 불복한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답부터 말하면 동반위의 결론엔 변화가 없었다. 이해당사자들이 협의에 실패하거나 기업ㆍ단체가 중재안에 반대해도 권고를 밀어붙일 수 있는 ‘권한’이 동반위에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 권한이 헌법에 명시된 법정권한이 아닌 동반위 ‘내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반위 권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동반위의 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반위 조정위원회에 참여했던 법무법인 서로의 조태진 변호사는 “동반위의 규정 자체도 상당히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다”면서 “동반위의 권한이 어디까지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중기적합업종 제도가 대기업이 업종에 진출할 때 되레 ‘면죄부’처럼 쓰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한해 대리운전 시장은 갈등과 분열을 반복해왔다.[사진=연합뉴스]
2022년 한해 대리운전 시장은 갈등과 분열을 반복해왔다.[사진=연합뉴스]

동반위와 중기적합업종 제도가 지금처럼 빈약한 법적 토대 위에 있는 한 대리운전 시장과 같은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운전 시장의 논란 역시 재점화할 태세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대기업의 사업을 축소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사업조정제도’를 신청했다. 동반위의 중재 조치만으론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거다. 

사업조정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사업조정) 착수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 “대리운전업이 이미 중기적합업종 제도로 지정된 상태라 자칫 중복 규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대리운전 시장의 혼란은 예견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상생이 가능할까. 곳곳에 뚫려있는 구멍을 메우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화합은 이뤄질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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