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시장 시끄러운 까닭 1편
중기적합업종 지정 대리운전 산업
대기업과의 갈등 여전히 진행 중
현금성 프로모션 범위 두고 충돌
세부 규칙 없는 동반위 논쟁 초래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에도 대리운전 시장의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기적합업종 지정 이후에도 대리운전 시장의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리운전업은 2022년 5월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됐다. 앱콜 시장엔 대기업이 진입할 수 있지만, 전통의 ‘유선콜’ 시장엔 3년간 대기업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이 시장에 이미 진출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3년간 인수ㆍ합병(M&A) 등 공격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측과 대기업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이 말이 제격인 곳이 있다. 대리운전 시장이다.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추를 2022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대리운전 산업은 1년여의 진통 끝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2021년 5월부터 이해당사자들과 수차례 조정회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전화로 승객과 호출(콜)을 주고받는 유선콜 시장엔 2025년 3월까지 향후 3년간 신규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다만,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앱콜 시장에는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어쨌거나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와 티맵모빌리티(이하 티맵)처럼 앞서 시장에 진출했던 대기업은 사업 운영에 제약이 생겼다. 우선 유선콜 시장에선 앞으로 3년간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게 됐다.

승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거나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현금성 프로모션도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그나마 앱콜 시장에선 사업 확장이 가능하지만, 현금성 프로모션은 유선콜 시장과 마찬가지로 제한을 받는다.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취지가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리운전 업계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카카오와 티맵도 그들의 강점인 플랫폼을 활용해 앱콜 시장을 키워갈 수 있으니 최소한의 활로는 확보한 셈이었다. 이로써 대리운전 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사(카카오ㆍ티맵)의 첨예한 공방전도 일단락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리운전 시장에선 논쟁의 불씨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 단체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이하 대리운전총연합회)와 티맵이 있다.

이들이 갈등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중기적합업종 제도와 이를 운영하는 동반위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자세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자.[※참고: 단, 대리운전총연합회가 국내에 있는 모든 유선콜 업체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업계에서도 대리운전총연합회에 3000여개 유선콜 업체를 대표할 권한과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더스쿠프는 대리운전총연합회를 ‘유선콜 업체를 운영하는 일부 사업주가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규정하고 논의를 이어간다.]

대리운전 산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대리운전총연합회와 티맵은 동반위의 중재하에 논의를 이어갔다. 동반위 권고에 따라 티맵이 준수해야 할 세부적인 규칙(부속사항)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티맵이 현금성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상호 협의를 통해 티맵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매체 광고를 하거나 할인 쿠폰을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단서조항을 넣은 거다.

허용 범위는 두개였다. 첫째, 대리운전 산업이 중기적합업종이 되기 이전 티맵이 확보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론 연 2억원까지 프로모션 비용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음주운전 예방’과 같은 공익 캠페인이라면 신규 고객에게도 현금성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대리운전총연합회와 티맵이 해당 조항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 거다. 양측의 회의를 주재했던 동반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운전총연합회는 공익 캠페인을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민간기업 등 다른 단체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대리운전 시장의 또다른 대기업인 카카오가 2021년 기아차ㆍ굿네이버스와 함께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어린이그림대회’를 개최한 것을 모델로 삼은 셈이다. 당시 카카오는 행사 상품 중 하나로 카카오T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리운전 쿠폰(3000원)을 증정했다.  

반면 티맵은 공익 캠페인의 범주를 대리운전총연합회보다 훨씬 폭넓게 규정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의도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음주운전을 근절해야 사람들이 대리운전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까 (카카오 형태의) 공익 캠페인을 하는 건 맞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티맵이 이를 ‘공익 캠페인’ ‘음주운전 예방’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모든 형태의 프로모션이 다 허용되는 것처럼 해석했다는 거다. 원칙적으론 서로 다른 기관이 협업하고, 캠페인 참가자들에게도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는 전제하에 ‘적정한 금액’의 프로모션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티맵은 1만원짜리 쿠폰에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이란 글자만 넣어 지급하는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런 경우는 공익 캠페인이 아닌 현금성 프로모션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원칙은 세웠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은 탓에 티맵이 임의로 룰을 해석할 수 있는 빈틈이 생겼다는 거다. 동반위는 티맵이 시행한 프로모션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3만원 쿠폰ㆍ1만원 포인트 지급)에 시정 요청을 했지만, 이미 프로모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선 때늦은 조치나 다름없었다. 

동반위에 따르면 시정 요청 후 티맵은 3만원 쿠폰 프로모션은 즉각 중단했다. 하지만 1만원 포인트 프로모션은 시스템상의 이유를 들어 2022년 12월 31일까지 이벤트를 유지했다. 대신 2023년부터는 1만원 포인트 프로모션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지점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동반위의 시정 요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으려면, 동반위가 문제사항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른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세밀한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반위엔 그런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2편에서 풀어보자. <다음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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