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포드 MOU 원점 두가지 시각
단기차입금 급증으로 인한 자금난
투자 속도 늦춰 내실 다지는 피벗
SK온 “협력 철회 최종 확정 아니야”
타이밍 중요한 시장서 SK온 선택은

최근 SK온과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철회설이 불거지고 있다.[사진=CLAYCO 제공]
최근 SK온과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철회설이 불거지고 있다.[사진=CLAYCO 제공]

국내 3대 배터리 제조사 중 하나인 SK온이 업계를 달구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좌초할 위기에 처하면서다. 지난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SK온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더스쿠프가 SK온을 둘러싸고 뜨겁게 달아오른 포드 합작공장 철회설에 펜을 집어넣었다. 

지난해 3월 SK온은 미국의 완성차기업 포드, 튀르키예의 코치그룹과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1개월 만인 올 1월 합작공장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 철회설 시각❶ 자금난 = 업계에선 SK온의 계획이 흔들리는 원인으로 자금난을 꼽는다. SK온의 재무제표를 보면 합당하지 않은 지적 같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온의 부채 비율이 가장 낮아서다. 2022년 3분기 기준 SK온의 총자산(18조8390억원ㆍ연결기준) 대비 총부채(13조9756억원)는 134.0%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213.0 %ㆍ이하 LG엔솔), 삼성SDI(225.6%)의 절반을 밑돈다.

그런데, 기준점을 바꾸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2021년 대비 2022년 1~3분기 부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SK온이었다. 2021년 6조8579억원이던 SK온의 부채 총계는 2022년 3분기 기준 13조9757억원을 기록하며 1년도 안 돼 7조1177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LG엔솔과 삼성SDI의 부채 총계는 각각 2조8238억원, 3조7031억원 증가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지난해 SK온의 부채 증가 속도가 경쟁사들보다 두배 이상 빨랐다는 얘기다.  

여기엔 단기차입금(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부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4989억원이었던 SK온의 단기차입금은 2022년 3분기 5조2718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엔솔의 단기차입금은 1.2배(2510억원→3139억원), 삼성SDI는 1.4배(1146억원→170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지난해 SK온의 ‘빚’이 큰 폭으로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 A씨는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수주 비즈니스”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고객사(완성차기업)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면 배터리 제조사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캐파(capaㆍ생산능력)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통상 공장을 세울 때 자기자본으로만 자금을 해결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공적자금이나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건 필수다. 이런 맥락에서 SK온의 단기차입금이 경쟁사 대비 유독 크게 증가한 건 수주량이 확대함에 따라 (공장 건립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철회설 시각❷ 피벗 =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A씨의 말대로라면 SK온은 포드와의 합작공장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맞다. 공장 건립에 차질이 생기면 캐파가 떨어지고, 캐파가 떨어지면 수주한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이를 역으로 풀면, SK온이 합작공장 철회를 검토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전략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ㆍ고금리 및 경기침체 기류로 인한 자금 경색은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겪는 공통적 문제일 것”이라면서 “SK온이 포드와 협력을 재고하는 배경엔 자금난보다는 현시점에서 투자 속도를 한템포 늦추면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SK온의 설비투자 현황을 살펴보자. 2011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 11년간 SK온의 누적 설비투자액은 9조2614억원이다. 따로 놓고 보면 큰 금액이지만, 업계 1위 기업 LG엔솔의 2022년 1~9월 누적 투자액이 4조1358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규모다. SK온이 지난해 아무리 공격적 투자를 했다곤 해도, 경쟁사에 비해선 속도가 더딘 모습이다.

SK온은 향후 어떤 투자 행보를 밟을까.[사진=연합뉴스]
SK온은 향후 어떤 투자 행보를 밟을까.[사진=연합뉴스]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투자 축소설에 SK온 관계자는 “튀르키예 합작공장의 경우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가 원점으로 돌아간 건 맞지만 협력 철회가 최종적으로 결정된 건 아니다”면서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배경을 밝힐 순 없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내부 경영환경과 대외여건에 따라 피벗(Pivotㆍ전략 변경)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지난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의 명분은 다음과 같았다. “최근 2조~3조원의 배터리 투자가 매년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사를) 빨리 했으면 좋겠다(지동섭 당시 SK이노 배터리사업부 대표).” 야심찬 포부를 내세웠던 SK온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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