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론칭 임박한 애플 페이
스마트폰 판매량에 영향 미칠까
일본·중국선 유의미한 결과 못 내
아이폰과 선순환 가능할까

애플 페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자 카드업계는 물론 경쟁업체 삼성전자도 ‘애플 페이’의 효과를 따지느라 여념이 없는 듯하다. 애플 페이를 발판으로 아이폰의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애플 페이가 일본과 중국에서 실패했다는 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애플 페이가 국내 도입되면 아이폰 판매량이 늘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애플 페이가 국내 도입되면 아이폰 판매량이 늘 거란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가 국내에 상륙한다. 구체적인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3월 중 애플 페이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비자(처리금액 2021년 기준 연 10조 달러·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이어 세계 결제업자 2위(6조3000억 달러)인 애플 페이가 도입되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은 격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 페이가 도입되면 호환 기종인 아이폰의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페이로 인해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이 삼성전자 갤럭시와 비슷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0.1%다(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1월 기준). 1위인 삼성전자(65.8%)와는 2.1배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애플 페이 효과를 후하게 평가했다’는 반론도 있지만, 삼성 페이의 사례를 보면 완전히 틀린 전망이라고 보긴 힘들다.

2015년 삼성전자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를 도입할 당시 자체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갤럭시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절반이 ‘삼성 페이를 쓰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바꿔 말하면 애플 페이가 흥행한다면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그럼 애플 페이는 도입만 하면 히트할까. 일단 본고장인 미국에선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의 애플 페이 이용자는 삼성 페이 이용자(1630만명)보다 2.6배 많은 4390만명에 이른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 75.0%가 애플 페이를 쓴다는 보고서(벤처캐피털 업체 루프벤처스)도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애플 페이가 잘나가는 건 아니다. 7년 전인 2016년 애플은 일본에서 애플 페이를 론칭했지만, 아이폰 점유율은 2016년 55.0%에서 2017년 50.0%로 되레 줄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플 페이가 판매량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단 얘긴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애플 페이 도입 당시 수수료가 없고 마일리지 사용이 편한 소프트뱅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페이(PAY PAY)가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현금결제가 전체 결제수단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일본인의 결제 습관상 애플 페이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참고: 애플 페이는 지금도 일본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간편시장 업계 1위는 페이페이로, 시장 점유율이 45.4%(2022년 기준)에 달한다. 애플 페이의 점유율 순위는 8위다.]

같은 해 2월 애플 페이를 도입한 중국에서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애플 페이는 중국 간편 시장의 81.0%를 차지하는 중국 서비스 ‘알리페이’에 완전히 밀렸다. QR코드를 이용하는 알리페이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가 NFC(근거리 무선통신)를 활용하는 애플 페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 한국에선 어떨까.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간편결제는 ‘락인(lock-in)’ 효과가 강해 한번 적응하면 바꾸기 쉽지 않다”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한동안 압도적인 입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도 “애플 페이에 한국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NFC 단말기 확보의 어려움, 복잡한 절차 등의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탓에 단기 성과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애플 페이가 흥행하지 못할 거라 단정하긴 어렵다. 충성심이 높은 아이폰 사용자 중엔 애플 페이를 반기는 이들이 숱해서다. 애플 페이는 과연 국내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까. 애플 페이는 아이폰의 또다른 발판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