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S/S, F/W는 무슨 의미일까요? 알아차렸다면 아마도 패션에 관심이 있으시겠지요. Spring(봄)/Summer(여름), Fall(가을)/Winter(겨울)의 약자로 계절의 스펠링 머리글자입니다. 주로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패션계는 늘 계절을 앞서갑니다. 1~3월에는 가을/겨울을, 8~10월에는 봄/여름을 준비합니다. 

# 패션계와 달리 우린 겨울을 보내는 중입니다. 패딩 잠바를 입고 목도리를 해도 아침저녁으론 ‘어우 추워’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 올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습니다. 덕분에 도심에서도 눈 구경을 할 수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입니다. 종종걸음을 치다가 대로변 화단에 눈이 갑니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곳에 무언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잎눈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은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내린 눈이불이 봄을 품었습니다. 잎을 떨구고 겨울을 맞이했던 나무는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초록의 잎눈이 반짝거립니다. 빛나는 생명입니다. 

# 자연은 그대로인 듯하지만 늘 새롭습니다. 눈속에서도 생명을 준비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건 아닌가 초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우리의 인생도 조금씩 변할 겁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듯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서도 초록색 잎눈이 움트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