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취조단 1기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1편
법적 근거 있든 없든 혼선
2020년 제도 개편했지만…
시행 미루더니 전국 시행도 연기
전 정부든 현 정부든 로드맵 없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제주 ‧ 세종 두곳의 선도지역에서 우선 시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제주 ‧ 세종 두곳의 선도지역에서 우선 시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말 많고 탈 많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처음 도입한 건 20년 전이다. 2002년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업계 간 자율협약으로 도입한 이 제도는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참여가 저조했고, 보증금도 50~100원(현행 300원)에 불과해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보증금을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런저런 문제가 겹치면서 이 제도는 2008년 폐지됐다.

# 사라졌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2020년 다시 등장한 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회용컵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넘쳐나는 폐기물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관련 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제도를 손봤다. 

# 하지만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6월 본격 시행할 예정이던 이 제도는 ‘형평성 논란’ ‘일회용컵 회수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12월 2일로 연기됐다. 제도 시행 지역도 축소됐다. 당초 12월 2일부터 전국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선도지역(제주·세종)에서 우선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 우여곡절 끝에 선도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밑그림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해결에 급급하다 보니 제도가 누더기가 됐다는 거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언제쯤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 김민재 한국외국어대(글로벌스포츠산업학) 학생은 ‘“반납하라면서 정작…”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빈틈(더스쿠프 통권 513호)’ 기사를 읽고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꼬집었다. 이번 기사에선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봤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일 제주·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했다. 환경부는 두 지역에서 시행 성과를 지켜본 뒤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국 시행이 아니다 보니 아직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뭘까. 먼저 제도의 취지를 쉽게 설명해보자. 

이 제도는 무분별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소비자가 일회용컵에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때 ‘자원순환보증금(이하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할 때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보증금 관리는 환경부 산하 비영리단체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맡는다.

보증금을 지불한 컵인지 여부는 일회용컵에 부착한 바코드 라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회용컵 반납은 제도 대상 매장 어디서나 가능(교차반납)할 수 있지만, 시행 초기엔 점주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해줬다. 

언뜻 봐도 이 제도의 가장 큰 부담은 가맹점주가 져야 한다.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붙이고, 컵을 반납받고, 씻어서 보관하는 것까지 모두 가맹점주의 역할이다. 시행 초기에는 미반환보증금 등을 활용해 지원하기로 했지만, 라벨비(이하 개당 6.99원), 재활용업체에 지급하는 처리지원금(4원), 카드수수료(3원) 등도 현행법상 가맹점(점주·본사) 부담이다. 

[자료 | 한국환경회의, 사진 | 뉴시스]
[자료 | 한국환경회의, 사진 | 뉴시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불만이 크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보이콧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당연한 듯 쓰는 일회용컵은 연간 61억개(프랜차이즈 점포 기준 28억개)에 달하지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일회용컵 재활용의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재활용률은 5%에 머물러 있다.[※참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제품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 비용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되레 늦은 면이 없지 않다. 

유엔(UN)은 오는 2024년까지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규제 협약을 만들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고,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서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지 못했고, 현 정부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2020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6월 10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불과 3주를 앞두고 12월 2일로 유예됐다. 12월 전국 시행은 또다시 제주·세종에서의 ‘선도지역 시행’으로 전환됐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현장은 혼돈에 빠졌고, 형평성 논란만 커졌다. ‘“반납하라면서 정작…”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빈틈(더스쿠프 통권 513호)’ 기사는 이런 문제점을 짚었다. 그럼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제주·세종에선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고 있을까.

지난 5일 환경부는 제주·세종에서 시행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한달(2022년 12월 2일~2023년 1월 3일)의 성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회수된 일회용컵은 9만8000개였다. 소비자가 되찾아간 일회용컵 보증금은 2939만7300원이었다. 회수율은 20~30%(예상치)로 추정됐다.

언뜻 실적이 양호한 듯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제주·세종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대상 사업장은 522곳(제주 349곳·세종 173곳)이다. 지난 한달간 총 9만8000개의 일회용컵을 회수했다는 건 매장 한곳당 하루 평균 6~7개의 컵을 회수한 것에 불과하다. 환경부 측은 “시행 첫주 회수된 컵은 1만7260개였지만 다섯째주엔 2만7954개로 늘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회수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난제는 여전히 숱하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부담은 가맹점주가 져야 한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부담은 가맹점주가 져야 한다.[사진=뉴시스]

■ 난제❶ 40% 점포 보이콧 = 무엇보다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포들이 많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대상 매장장의 40%가량인 200여곳이 보이콧을 하고 있다. 점주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형평성’ 문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대상 브랜드는 105개로 여기에 해당하는 점포 수는 3만8000여개(전국 시행 시)로 추정된다.

개인카페·무인카페·편의점에서도 일회용컵을 사용하지만 대상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매출 감소 등 불이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오정훈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 대표는 “제주 내 커피전문점은 3300여개(2021년 기준)에 달하지만 그중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대상 매장은 10%가량(349곳)에 불과하다”면서 “소비자로선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이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증금을 받지 않는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제주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렇게 지적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행 이후 배달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배달 소비자는 특히나 편의성을 중시하는데 음료당 300원의 비용을 더 치르고 일회용컵을 반납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겠나. 제도를 시행하는 매장만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이처럼 진통 끝에 돛을 올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대상 가맹점주의 40%가량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문제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점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를 시행하는 매장을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이 방안은 또다른 갈등의 불씨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2편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김민재 한국외국어대(글로벌스포츠산업학) 학생
ijby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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