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따릉이 요금제 개편 예고
요금 2배 이상 인상될 가능성
서울시 요금제 개편서 빠진 가치
따릉이 적자 숫자로만 봐야 할까
사라진 ‘탄소 저감’이란 도입 취지

서울시는 2015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도입했다. 값싼 이용료에 ‘환경’이란 정책 목표가 덧붙여지면서 따릉이의 이용자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그랬던 따릉이의 요금이 2배 인상된다. 서울시는 ‘적자폭’이 쌓이고 있다는 이유로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 저감’이란 정책 목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3년 따릉이 요금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2023년 따릉이 요금이 8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요금이 탄생 8년 만에 오른다. 서울시가 2022년 12월 예고한 대로 가격이 오른다면, 따릉이 요금은 1시간에 2000원으로 100% 인상된다. 인상 근거는 적자폭이다.

최근 5년간 따릉이의 적자는 계속 커졌다. 2017년 41억9900만원, 2018년 67억1700만원, 2019년 89억5600만원, 2020년 99억원, 2021년 103억원 등 매년 신규 적자가 쌓였다. 수익 사업이라면 따릉이는 실패로 규정해도 무방하다. 문제는 따릉이의 도입 목적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 잊힌 도입 목적 = 그럼 따릉이는 언제 도입됐을까. 따릉이란 이름이 붙기 전 서울에서 공공자전거를 먼저 도입한 곳은 송파구였다. 2009년 RFID(전자접촉) 방식을 도입해 무인 대여와 반납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전거를 대여했다.

송파구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건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과 맺은 ‘이산화탄소(CO₂) 다이어트 협약’ 때문이었다. 탄소 배출 저감이 공공자전거의 목적이었다는 거다. 
서울시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2010년 공공자전거 제도를 시범 운영하던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 목적을 “시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유류비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무렵, 서울시는 탄소 배출 저감이란 목적을 최대한 달성하기 위해 시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공공자전거와 대중교통 환승할인혜택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따릉이를 탄소 배출 저감을 돕는 ‘기제’로 생각했다. 당연히 따릉이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로 인식했다. “공공자전거 사업은 수익 창출 사업이 아니며 공공재로서 일정 부분 시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거였다. [※참고: 따릉이를 도입한 건 박원순 시장 때의 일이다. 요금 인상을 결정한 건 오세훈 시장이다.]

■ 요금 인상 작업 = 그렇다고 요금 인상을 아예 배제했던 건 아니다. 도입 목적을 잊은 이들의 비판에 서울시는 2019년 따릉이 요금을 개편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구는 2021년 끝났다. 최근 요금 인상을 결정한 서울시가 근거로 삼은 자료가 바로 2019년 연구용역 보고서와 2021년 2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설문조사에서 따릉이의 일일권 사용자들은 요금의 수준을 ‘적정하다’고 평가했고, 정기권 이용자들은 ‘저렴하다’고 답했다. 요금 인상에도 51.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1년 2월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는 요금이 적정하거나 저렴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따릉이 도입 후 단 한번도 요금을 인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자폭 개선을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적자폭 시뮬레이션 = 그렇다면, 서울시의 요금 인상으로 따릉이의 적자폭은 얼마나 개선될까. 서울시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요금을 2배로 올리고 요금 종류를 정리했을 때 연간 적자 규모는 29.3% 감소한다.

가령, 2021년 103억원에 달했던 적자가 72억원대로 감소한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요금을 2배 올리면 따릉이 정기권 구매자도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현재 따릉이 요금제는 일일권과 정기권으로 나뉜다. 일일권은 1시간 연속(현재 1000원)ㆍ2시간 연속(현재 2000원) 총 2종이다. 정기권은 일일권과 마찬가지로 연속 이용이 가능한 시간에 따라 1시간ㆍ2시간이 따로 구분되고 7일권ㆍ30일권ㆍ180일권ㆍ365일권으로 다시 나뉜다.

서울시는 이런 정기권 체제를 ‘새 요금안’을 적용해 바꿀 계획이다. 일일권(1시간)은 1000원에서 2000원, 180일권(1시간)은 1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한다. 아울러 요금 종류를 줄일 계획이다. 1시간과 2시간 두 종류였던 일일권은 1시간만 남긴다. 정기권도 3일권, 180일권으로 운영한다. 3일권을 신설해 7일권을 흡수하고, 180일권을 강화해 30일권과 365일권을 흡수하겠다는 거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따릉이 정기권 구매량 감소율이 7일권은 13.2%, 30일권은 15.0%, 365일권은 26.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예상대로 정기권의 구매량이 줄면 적자폭을 줄이려는 가격 인상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면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매량은 다소 줄겠지만 요금 인상 효과로 적자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흐려지는 탄소 저감 = “가격을 두배 인상했으니, 정기권의 구매량이 줄더라도 적자폭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십분 수용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서울시의 따릉이 정기권이 줄면 따릉이의 애초 목적인 탄소배출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여기 따릉이 이용자 평균치인 A씨가 있다. 그의 평균 이용 거리는 출근 3.2㎞, 퇴근 5.0㎞로 총 8.2㎞다. 일주일에 5일(41㎞)씩 1년간 이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총 이동 거리는 2066㎞에 이른다.

이 경우 A씨의 탄소 저감량은 어느 정도일까. ‘1㎞ 달릴 때 탄소 230g이 저감된다’는 따릉이의 기준을 적용하면 A씨의 탄소저감량은 연 475㎏(2066㎞×230g)이다. 이 이용자가 365일권(2시간 연속)을 구매했다면 이런 탄소 저감 효과를 내는 데 투입된 이용자의 돈은 4만원이다.

자! 이제 100% 인상된 요금제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해보자. 이번엔 A씨와 같은 사람이 100명이 있다고 가정했다. 이들의 총 탄소 저감량은 연 47.5톤(tㆍ475㎏×100)이다. 앞서 서울시는 따릉이 요금이 인상될 경우 365일 정기권 구매자가 26%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럼 A씨와 같은 사람은 74명으로 줄어든다. 47.5t이었던 감축량은 12.4t이 빠져나가 35.1t에 그친다. 이를 가격으로 연결해보자. 365일권(2시간 연속)의 가격이 4만원이었으니 A씨를 비롯한 100명은 연 400만원어치의 정기권을 구매했을 거다.

그중 365일권을 구매했던 100명 중 26%에 해당하는 26명이 이탈해 74명만 남을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365일권을 없앴으니 74명은 180일권(1시간ㆍ3만5000원)을 두번 구매해야 한다. 매출은 518만원(74명×3만5000원×2)이다.

표면적으로 서울시는 118만원을 더 벌어들였지만 12.4t의 탄소저감량을 잃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 탄소저감량 가치 분석 = 그럼 ‘잃어버린 12.4t’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한 탄소배출권의 가격으로 탄소 저감량의 가치를 환산해봤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맞추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을 t당 4만~6만원으로 책정해야 한다.

탄소배출권을 t당 6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2.4t은 74만4000원의 가치가 있다. 요금 인상으로 118만원의 수익을 더 창출하는 대신, 74만4000원어치의 탄소배출권을 소진하는 셈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가정이다. 정확한 탄소저감량은 알 수 없다.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다. 다만, 분명한 건 서울시가 요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따릉이의 도입 취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 계산으로 적자폭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따릉이의) 목적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따릉이를 이용하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요금제 개편은 적자 폭 개선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탄소 절감과 관련해서는 연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목적을 잃으면 정책은 산으로 간다. 따릉이는 괜찮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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