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결산검사위원 조례 보니
지자체 상당수 검사위원 5명 이하
지자체 대변할 위원 선정할 수도
일당 13만원에 전문성 확보될까
결산검사위원 관련 조례 손 봐야

나라 살림살이의 기본은 예산을 짜고 그 예산이 잘 집행됐는지 살펴보는 거다. 그래야 다음해 살림살이의 방향을 올바로 잡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지방의회로부터 결산심사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지자체의 결산심사에서 중요한 건 결산검사위원이 내놓는 의견서다. 문제는 지자체가 양질의 의견서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놨느냐다. 

결산검사위원 수가 적으면 결산검사를 꼼꼼하게 하기 어렵다. 사진은 대전시의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산검사위원 수가 적으면 결산검사를 꼼꼼하게 하기 어렵다. 사진은 대전시의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산심사라는 게 있다. 정부가 한해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국회가 심사하는 일이다. 국회는 결산심사를 통해 결산안을 내는데, 이 결산안은 다음해 예산 편성의 주요 자료로 쓰인다. 

지방자치단체에도 결산심사가 있다. 지자체장이 결산서와 증명서류를 작성하면 이를 지방의회가 선임한 검사위원이 검토해서 검사의견서를 낸다. 그럼 지자체는 그 의견서를 첨부해 지방의회로부터 결산 승인을 받는다.

이 결산심사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발견된다면 지방의회는 본회의 의결 후 지자체 혹은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하고, 지자체나 기관은 그 요구를 처리해 지방의회에 보고한다.

이는 지방자치법에 나와 있는 지자체 결산심사 절차인데, 결산심사에서 검사위원의 검사의견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엿볼 수 있다. 검사위원의 역량에 따라 결산검사의견서와 결산심사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당연히 검사위원의 선임과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제83조)에 따른 검사위원 선임 규정은 다음과 같다.

“검사위원은 지방의회가 선임한다. 검사위원의 수는 시ㆍ도의 경우 ‘7명 이상 20명 이내’, 시ㆍ군과 자치구의 경우 ‘3명 이상 10명 이내’로 한다. 그 수와 선임방법, 운영, 실비보상에 필요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의 조례로 정한다. 검사위원은 해당 지방의회의원이나 공인회계사ㆍ세무사 등 재무관리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임한다. 지방의회의원의 수는 전체 검사위원 수의 3분의 1 이하로 하며, 3명을 초과할 수 없다. 지자체의 상근 직원은 검사위원이 될 수 없다.”

검사위원의 선임 권한과 자격요견, 위원의 수 외엔 대부분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 게 특징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2022년 1월 13일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검사위원 수를 ‘시ㆍ도의 경우 5명 이상 10명 이내’ ‘시ㆍ군과 자치구의 경우 3명 이상 5명 이내’에서 각각 ‘7명 이상 20명 이내’ ‘3명 이상 10명 이내’로 늘렸다는 점이다. 내실 있는 결산검사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위원의 자격 요건에 제한을 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 지자체들은 이런 시행령의 의도대로 적절한 조례를 마련해놓고 있을까.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충청권(대전광역시ㆍ충북ㆍ충남) 지역 지자체 34곳을 대상으로 검사위원 선임과 운영에 관한 조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적절하지 않은 조례들이 꽤 눈에 띄었다. 

■ 검사위원 수 적절한가 = 먼저 검사위원 수부터 살펴보자. 바뀐 시행령을 그대로 적용한 곳들도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선임 가능한 검사위원 수를 더 적게 규정했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대전 본청과 충남 본청은 새 시행령대로 ‘7명 이상 20명 이내’의 검사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었지만, 충북 본청은 ‘7명 이상 10명 이내’로 돼 있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새 시행령대로 ‘3명 이상 10명 이내’를 적용한 곳은 충남 논산시ㆍ보령시ㆍ서산시ㆍ아산시ㆍ금산군ㆍ부여군ㆍ태안군ㆍ홍성군, 충북 제천시ㆍ청주시ㆍ음성군 등 11곳이었다. 대전 유성구ㆍ중구는 ‘7명’, 대전 서구는 ‘6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충남 천안시ㆍ당진시, 충북 영동군 등 3곳은 ‘5명’, 대전 대덕구ㆍ동구와 충남 청양군, 충북 괴산군ㆍ보은군ㆍ진천군 등 6곳은 ‘4명’, 충남 계룡시ㆍ공주시ㆍ서천군ㆍ예산군과 충북 단양군ㆍ옥천군ㆍ증평군 등 7곳은 ‘3명 이상 5명 이내’로 규정하고 있었다. 16개 지자체가 새 시행령의 중간값(6~7명)보다도 더 적게 규정한 셈이다. 

‘지자체 예산이 적어 검사위원도 적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연평균 예산은 각각 12조원과 8600억원(중앙선관위 자료 기준)에 달한다. 게다가 결산검사 기간이 20여일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5명 이하의 검사위원으로 꼼꼼한 결산검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사위원 자격 요건 괜찮나 = 그럼 검사위원들은 적절한 자격을 갖고 있을까. 대부분의 지자체는 시행령에서처럼 ‘공인회계사ㆍ세무사 등 재무관리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나 일정 수 이하의 지방의회의원’ 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대전 본청, 충남 본청, 대전 유성구ㆍ중구, 충남 서산시ㆍ부여군, 충북 제천시ㆍ진천군ㆍ옥천군)에선 ‘예산ㆍ결산 경험이 있는 일정 급수 이상의 공무원’도 검사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충북 제천시에선 ‘2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공무원’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해당 지자체의 퇴직 공무원이 검사위원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4~5명에 불과한 검사위원 중에 집행부와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 출신이 포함된다면 객관적 결산검사는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성은 둘째 치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사위원 추천 자격은 어떨까. 대부분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으로 의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대전 동구ㆍ서구, 충남 당진시ㆍ서천군ㆍ예산군, 충북 괴산군ㆍ단양군ㆍ보은군ㆍ진천군)에선 지자체장이 검사위원 1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해당 지자체의 입장을 대변할 검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와 달리 시민단체나 공모 등의 방법으로 위원을 추천받는 지자체(충남 본청, 충남 천안시ㆍ부여군)도 있었다. 

퇴직 공무원에게 결산검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 공무원에게 결산검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검사위원 수당은 적절할까 = 마지막으로 검사위원의 수당을 살펴보자. 검사위원에게는 수당과 여비를 지급하는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수당을 일비(일당)로 계산해 지급하고 있었다. 34개 지자체 중 ‘지자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한 4개 지자체를 제외하면 30개 지자체가 모두 ‘일비 지급’을 명시했다. 

문제는 평균 일비가 13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령, 충남 금산군의 일비가 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충북 본청은 2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언급한 것처럼 결산검사는 20여일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검사위원에게 본업이 있다면 업무를 병행하기 쉽지 않다. 검사위원을 하려면 생업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회계나 세무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이런 상황에서 13만원 수준의 수당은 현실적이지 않다. 전문가의 선의를 기대하지 않고서는 적절한 전문가를 선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결산검사의견서는 지방의회의 결산심사를 위한 중요한 기본 자료여서 내실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금보단 좀 더 많은 수의 검사위원이, 공무원보단 민간전문가가, 검사위원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수당이 필요하다.

아울러 상당수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의 결산검사를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로 갈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공기업도 결산심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같은 결산검사의 부족한 점들을 메우는 것도 지자체가 해야 할 책무다.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binny5729@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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